특별기고 - 한약과 양약의 병용요법에 관한 고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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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 한약과 양약의 병용요법에 관한 고찰(1)
  • 승인 2012.12.13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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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중

윤성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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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과 양약의 병용에 관한 연구와 정보 구축 절실”

 

윤 성 중
대한한의사협회 중앙약무위원

한약과 양약의 병용에 대한 올바른 복약지도 필요

최근 한의계의 경기가 많이 어려워졌다는 말을 한다. 내수경기의 침체, 한방진료에 있어서의 제도적 걸림돌, 건강보조식품시장의 폭발적 성장, 한의계 자체적인 노력의 부재도 한 원인이라 하겠지만, 한약복용에 대한 양의사들의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한약금지 복약지도가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한약복용을 금해야 하는 타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야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하지만, 별다른 근거도 없이 단지 잘 모른다는 이유나 환자 감소의 불안감에서 비롯된 무책임한 한약금지 복약지도는 국민건강을 위해서 바람직한 태도가 아니다.

문제는 그런 양의사들의 잘못된 인식에 바탕을 둔 복약지도가 이제는 환자들이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처럼 잘못된 인식에 바탕을 둔 한약 불신 및 한약 폄훼는 국민건강권과 한의계에 심각한 피해를 주고 있으므로, 이에 대한 우리 한의사들의 적극적 대책이 요망된다고 하겠다.

양의사의 한약금지 복약지도는 과학적이지 않다

먼저 이러한 상황의 타개를 위해서는 한약과 양약의 병용으로 인한 상호작용과 질병치료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정보의 파악이 필요하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러한 정보가 아직까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동안 환자가 복용 중인 양약에 대해서 내가 처방하는 한약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정보가 충분하지 못하므로 한의사들이 적절한 복약지도를 할 수 없었다는 것이 양의사들의 일방적이고도 근거가 부족한 복약지도로부터 우리를 보호할 수 없게 만든 면도 있다.

필자는 이러한 현 한의계의 임상상 필요에 의해서 한약과 양약 병용 시의 상호작용에 대한 연구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향후 보건당국과 한의학계에 의한 한약과 양약의 병용요법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 및 정보의 수집, 그리고 이를 취합한 자료를 근거로 하여 국민건강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자료구축이 필요하다고 생각돼 본 글을 기고하게 되었다.

한약과 양약의 병용에 관한 연구와 정보구축의 필요성

현재 한약과 양약의 병용요법은 주로 약물의 독성과 부작용, 내성을 감소시키고, 약효를 증진시키며, 약물의 사용량을 감소시킬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한약과 양약의 병용 상호작용에 대한 연구의 필요성은 위에서 언급한 한의계의 현실적인 부분 뿐만은 아니다. 이미 법적으로 한ㆍ양방협진이 가능하고, 복수면허 소지자가 소지 면허 모두에 해당하는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많은 환자가 한약과 양약을 병용하고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한방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의 32%가 양방치료를 병행하고 있었고, 한방과 양방치료를 동시에 받은 환자의 76%가 한약과 양약을 병용한 경험이 있으며, 이 중 50%는 일정한 간격을 두고 병용하고 있으나, 26%는 동시에 복용하고 있다고 한다.

또, 우리나라 사람들은 한약재가 첨가된 건강보조식품과 민간약, 보양식이나 藥酒 등의 형태를 통해서도 다양한 한약을 섭취하고 있으므로 양약 복용 중에 환자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한약을 병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하겠다.

현실적으로 고혈압과 당뇨병 등 양약의 복용이 우선이 된 환자군이 우리나라 국민의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으므로, 한방의료기관을 이용하는 환자들로 하여금 안심하고 한약을 복용시키기 위해서는 투약 예정인 한약과 현재 환자가 복용 중인 양약과의 상호작용 여부에 대해서 잘 알아야 한다. 그래야만 그에 따른 적절한 한약의 선택과 복약지도가 가능하다고 하겠다.

일본과 중국은 병용 경험 풍부해

일본과 중국은 우리나라와는 의료체계가 달라서 한약과 양약의 상호작용에 대한 연구 및 정보 축적이 상당한 수준으로 이루어져 있다. 중국은 2006년 「中西藥物相互作用(인민위생출판사)」과 같은 병용요법 지침서를 발간하여 임상에 활용하고 있다.

아래 글은 중국 의사국가고시 사이트인 ‘의학교육망(醫學敎育網 www.med66. com)’에 실린 자료와 최근 10여 년간 중국에서 이루어진 한약과 양약의 병용에 관한 분석논문인 ‘中西藥複方製劑的合理配伍與禁忌深討(四川生理學雜誌 2006; 劉冬凌, 胡波, 熊文碧)’를 주로 인용했으며, 일본에서 이루어진 병용요법 자료들을 참고했다. 우리나라 의료계에서도 이러한 연구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한약과 양약 병용요법 시행의 기본 원칙

한약과 양약의 병용요법은 아래에 서술한 기본원칙에 따라 시행되어야 한다.

첫째, 현재까지의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치료의 안전성을 확보한 다음 시행한다.

둘째, 환자의 약물복용의 경제적ㆍ신체적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최소량의 약으로 최대한의 약효를 올려야 한다.

셋째, 동일한 목적을 가진 한약과 양약의 동시투여는 바람직하지 않다. 단, 한약으로 양약 투여량을 줄이는 것이 가능하면 한약의 사용이 고려되어야 한다.

넷째, 이미 양약을 복용 중인 환자에게는 한약투여의 목적을 분명히 한 다음 병용한다. 양약의 약효가 미흡하거나, 검사소견의 호전에도 불구하고 환자의 자각증상이 남아있는 경우에는 한약의 사용이 필요하다.

다섯째, 이미 한약을 복용해 기대한 효과를 보고 있는 환자는 양약의 복용을 추가할 필요가 없다. 한약의 약효가 미흡하거나, 자각증상은 사라졌지만 검사소견상 이상이 남아있다면 양약의 사용을 추가할 필요는 있다.

다음 주부터는 4회에 걸쳐 한약과 양약의 병용요법이 유리한 경우와 불리한 경우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알아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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