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565) -「望爲知神觀形察色」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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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565) -「望爲知神觀形察色」②
  • 승인 2012.12.13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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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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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 진단과 推拿技法의 적용

 

권3이라 기재한 다른 잔권에는 앞서 권1에 들어있던 「小兒按摩術」의 내용 중 취혈론과 12경락경혈도가 소개되어 있다. 특별히 눈에 띠는 것은 正身圖와 覆身圖가 그려져 있는데, 이 그림에 전신경혈을 모두 표시한 것이 아니라 소아의 신체에서 가장 특징적이고 급소에 해당하는 요처만을 따로 기재하였다는 점이다.

무슨 말이냐 하면 12경 정경혈은 권두의 銅人圖에 경락별로 제시해 두었고, 여기에는 중복하여 표시하지 않았으며, 이 정신도에는 소아에게서만 볼 수 있는 특수혈의 위치를 지정하고 있다. 예컨대 鼻孔 양측에 井 , 肩井 아래 琵琶, 그 아래 走馬, 팔을 구부릴 때 팔꿈치 뒤쪽 가장 튀어나온 곳을 斗 , 배꼽 아래 좌우에 角, 좌측 乳下 3촌부에서 虛里와 같은 경우이다. 또 복신도에서는 尾閭부에서 龜尾혈을 설정하는 등 동인도에 실려 있지 않은 소아혈을 특별히 소개하고 있다.

또 손바닥과 손등에 각 부위별 배속 장기와 진단의 요점을 표시해 놓았는데, 소아의 특성상 말초혈관이 발달된 손바닥을 통해 신체내부의 변화를 쉽게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부분도 손등과 손바닥을 나누어 그림으로 표시하였다. 그런데 손바닥의 정중앙면, 즉 掌心을 陽掌으로, 手背 즉 손등을 陰掌이라 표기해 놓았다. 의아스럽지만 따로 설명이 달려 있지 않아 궁금증을 더한다. 그 뒤로는 소아의 두면부와 수족을 안마하여 소아의 내상과 외감을 치료하는 각종 수기법이 그림으로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권3의 전반부에 실려 있는 「小兒按摩術」은 대개 명대 말엽에 이루어진 내용으로 여겨지나, 저자가 분명하게 밝혀져 있지 않으며, 李芝光이란 사람이 교정한 사실만이 표명되어 있다. 후반부에는 「小兒推拿廣意」라는 책에서 진단의 대강과 두면과 수장부에 시행하는 추나기법을 그림으로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소아추나광의」는 청대 熊應雄이 1676년 펴내고 陳世凱가 3권으로 重訂한 책으로 원명은 「推拿廣意」이며, 「幼科推拿廣意」라고도 부른다. 명대 소아 추나학의 정화를 모아 한걸음 발전시켰으며, 청대 소아추나 전문서 중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러한 평가는 명대의 소아추나가 주로 驚風 한 가지 질환에만 주력한 반면에 「推拿廣意」에서는 상한, 구토, 설사, 복통, 이질, 학질, 積症, 癎症, 해수, 종창, 目疾 등 다양한 질환으로 적응대상을 확장하였다는데 주어지고 있다.

특히 熱門에 대한 변증시치에서 胎熱, 潮熱, 風熱, 虛熱, 實熱, 壯熱 등 14종에 달하는 發熱型을 구분하여 제각각 서로 다른 추나치법을 제시하였다. 이밖에도 손과 머리에 적용되는 추나치료법도 여기에서 처음 등장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추나기법들은 이 책을 통해 근세 한국의학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권미에는 역시 권3의 주요내용을 요약하여 그림으로 설명한 저자의 필기가 첨부되어 있는데, 저자가 주로 망진을 통해 소아질병을 진찰하고 추나치료법과 用藥을 곁들여 치료하고자 한 의도를 읽을 수 있다. 청대에 들어서 집약된 소아추나법과 망진법을 잘 결합해 소아에게 나타나는 급성열병과 흔히 볼 수 있는 갖가지 질환을 손쉽게 치료하고자 했던 저자의 기획 의도가 이렇듯 색다른 형태의 자가편집본 의서를 만들어 낸 것이다.

어느 이름 모르는 한의사가 남겼을 이 책은 빛바래고 낡은 표지에 손때가 묻은 채 그 일부만 남았지만, 거칠게 다시 묶은 표지에는 신념이 가득 담겨 있고 굵은 글씨로 적은 서명에는 정성이 담뿍 들어 있다. 게다가 지질이 얇아 찢어지기 쉬운 낱장의 뒷면을 손수 일일이 한지로 배접하여 튼튼하게 다시 묶은 품이 여간 공을 들인 것이 아니다. 구태여 法古創新하는 의미를 되새기지 않아도, 병든 어린 아이를 살려내야만 한다는 엮은이의 심정이 책갈피마다 그대로 배어있는 것만 같아 자꾸만 책장을 쓸어본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기념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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