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562)-「(언해)治腫方」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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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562)-「(언해)治腫方」②
  • 승인 2012.11.22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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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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風腫으로 自得한 한글 外治方

 

「치종방」(염탕목욕법)

바야흐로 드라마 馬醫를 보는 재미가 단풍구경 못지않은 漸入佳境의 경지에 접어들고 있다. 애초에 짐승의 병을 다루는 獸醫에서 출발하여 외과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治腫醫로 성공하게 되는 것이 극 전반에 흐르는 기본적인 스토리이지만 극적 전개에 상관없이 장면마다 생생하고 사실적인 구성과 탄탄한 배경지식이 의학사에 정통하지 않고선 구사할 없는 내용들로 가득 차 있어 흥미를 더해가고 있다.

「치종비방」과 마찬가지로 이 책의 권두에도 전라도관찰사 安瑋(1491∼1563)의 서문이 붙어 있어 임언국이 전라도 井邑에서 世居하다가 절집에 비전되어오던 치종술을 배워 일약 治腫廳에 특채되어 올라와 활약하게 되는 과정이 기술되어 있다. 하지만 이 내용은 한문으로만 실려 있고 언해되어 있지 않다. 아마도 창종 치료와 직결되지 않는다고 생각하여 일일이 번역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주목할 것은 細註까지 전체 내용을 한글로 풀어쓴 언해를 담고 있다는 사실은 여기에 수록된 치종법이 치료효과도 탁월하고 또 생각보다 상당히 보편적으로 쓰였을 것이라는 점이다. 현전하는 가장 오래된 한글의서는 세조대에 간행한 「구급방」으로 실물은 일본 蓬左文庫에 소장되어 있으며, 한글학회에서 영인하여 발행한 적이 있다. 이후 조선 전기에 「구급이해방」과 「구급간이방」 그리고 金安國이 「창진방」과 「벽온방」을 언해하여 펴내는 등 몇 가지 언해본을 펴냈다는 기록은 있지만 전존하는 실물은 많지 않다. 

이 책을 펴낸 안위는 이보다 앞서 1541년 「新刊京本活人心法」을 펴내면서 권미에 松堂 朴英의 香薷散, 椒豉元 가감법과 자신이 직접 경험한 황기탕의 용법을 수록한 安玹의 동생이다. 둘은 친형제로 평소 우의가 돈독하여 정승을 지내면서도 가까이 살면서 정무를 마친 후 반드시 형의 집에 들러 문안을 할 정도로 깍듯하였다고 전한다.

특이한 내용을 몇 가지 살펴보자면, 토란 치료법을 들 수 있다. 흔히 식재료로 쓰이는 토란의 약효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土卵膏 : 다른 한 이름은 모닙(母立)이라하니, 「본초」에서 토우(土芋)라고 한 것이다. 갈아서 즙을 종이에 발라 종기가 난 곳에 붙이고 자주 바꾸되 찧은 것은 효험이 없다. 그 기운이 차면서 엄한 까닭에 능히 독기를 제어하여 그 열을 사라지게 하여 다시 덧나지 않는 것이다. 내가 임진년(1532년)에 풍종(風腫)을 얻은 뒤에 영영 …… 6년 동안 차도가 없더니 이 방법을 쓴 후에 깨끗이 나았으며, 매번 사람들에게 시술할 때마다 반드시 효과를 보았다.”(필자 풀어씀)

그런데 위의 기록에서 이전에 「치종비방」에서 별도의 명칭이 없이 土卵이란 제목으로 실려 있던 치료법이 이제 ‘토란고’라는 어엿한 方名을 부여받았음을 놓쳐서는 안 된다. 임언국이 죽은 뒤에도 여러 사람들에 의해 이 치법이 유용하게 적용되었고 당당하게 외치방으로서의 자격을 획득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이렇듯 간단한 치료법 하나가 정착되는 모습을 통해서 선험자가 창안한 방법이 경험을 통해 효과가 확인되고 공식처방으로 인정되는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또한 저자는 자신이 6년 동안이나 앓았던 風腫을 직접 치료하는 과정에서 토란고 뿐만 아니라 鹽湯沈引法(끓인 소금물에 담가 독기를 빼는 방법), 千金漏蘆湯, 蟾灰, 염탕목욕법 등 자기만의 독특한 외치법을 터득하여 임상에 적용했던 것이다. 내년부턴 한글날이 다시 공휴일로 지정된다는 뉴스가 발표되었다. 국어와 國字로 쓴 의학서야말로 한국의학의 정체성과 전통을 가장 잘 대변해주는 의약문화유산이 아닐 수 없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기념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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