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한약의 정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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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평-한약의 정명이 필요하다
  • 승인 2012.11.15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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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경

김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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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윤 경
원광대 한약학과 교수
한약은 양약과 다르다. 양약은 천연물에서 유래한 것이 많지만, 단일성분을 추출하여 의약품으로 개발하는 것이 기본이다. 이를 배합하여 사용할 때도 각각의 성분이 의약품으로 개발된 것을 다시 두 성분을 같이 사용할 때 유효성에 있어서의 상승효과와 안전성, 용량과 용법에 대한 사항 등을 확인하여야 제품으로 개발할 수 있다.

일례로 미국 FDA의 HIV에 대한 두세 가지 성분의 복합제 항바이러스제제들은, 개별성분이 의약품으로 나온 것을 그냥 섞어 쓰는 것이 아니라, 안전성, 유효성, 용량 등의 확인을 거쳐 다시 복합의약품으로 허가받은 것이다.

한약은 이와 달리 천연물(동물, 식물, 광물)에서 복합성분을 추출하여 사용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인삼, 당귀 등 약재 하나하나도 이미 수많은 성분들의 복합체이며 처방은 이 약재들을 다시 또 배합하여 전신에 복합적인 효능을 기대하는 것이다.

사군자탕을 의약품화 할 때 인삼, 복령, 백출, 감초의 자료를 제출하라고 하지 않으며, 인삼제제를 만들 때 모든 성분의 자료를 내라고 하지 않는다. 따라서 복합성분을 의약품으로 개발하면서 각각 성분의 안전성, 유효성 자료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면 이는 한약이라고 볼 수 있다.

지금 우리나라는 천연물신약 개발추진 필요성으로 “한의약 등의 전통지식이 축적되어 있어 전통약재를 통한 의약품개발 요구가 크며, 대부분의 합성의약과 바이오의약은 생체 내 타깃이 단일 분자로서 당뇨, 비만, 치매와 같은 난치성 만성질환을 근본적으로 치료하는데 한계가 있으나, 천연물의약품은 복합적 생리활성을 나타내기 때문에 향상된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보건복지부, 3차 천연물신약 연구개발촉진계획 2011.5)고 말하고 있으므로 누가 봐도 이것은 한약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실제 천연물신약은 한약의 근거자료인 기성한약서의 기록이나 사용경험에 의해 독성시험 일부와 임상약리에 관한 임상시험을 면제받는 한약이다.

미국의 경우 한의사제도가 없이 의사가 모든 의료행위를 수행하고, 천연물로 제품을 개발하였을 때 양약 수준의 엄격한 품질관리나 자료를 요구하므로 개발된 제품을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의약품으로 볼 수 있으나, 우리나라의 경우는 천연물을 이용한 의약품이나 한방의료행위는 엄밀히 한의사의 영역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양)의사와 한의사를 나눠 (양)의사는 (양방)의료와 (양방)보건지도를 임무로, 한의사는 한방의료와 한방보건지도를 임무로 한다고 의료법에서 임무를 구분하여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약문헌자료를 이용하여 한약의 현대화된 신제품인 천연물신약이 개발되었을 때 이에 대한 권리는 한의사가 가지는 것이 우리나라 법체계에 합당하다.

중국이나 대만의 경우에도 천연물로 만들 수 있는 중약신약이라는 카테고리가 별도로 존재하며 모든 중의사가 이를 사용하고 보험적용도 받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중국에는 중약의 등록분류에 우리나라에서는 천연물신약이나 자료제출의약품 생약제제로 지칭하는 새로운 유효성분 및 그 제제, 새로운 약재, 새로운 복합제제 등이 다 중약으로 분류되어 들어가 있다.

우리나라도 전통약재를 통한 의약품 개발요구가 크다면, 편법을 이용할 것이 아니라 한약을 바로 세워 정명을 하여야 한다. 한약의 정의를 제대로 개정하고 적절하게 분류하여 500년 전 처방뿐만 아니라 한의임상의 새로운 창방도 한약으로 제품화되어야 하고, 외국에서 새로 도입된 약재나 새로운 약용부위도 한약으로 임상에 사용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가 천연물제품의 선진국이 되기를 원한다면 더 이상 불합리한 제도와 직역간의 다툼으로 한약의 산업화가 지연되어서는 안된다.
한약을 한약답게 하여 한약의 산업화에서 품질관리에 필요하다면 한약의 특성에 적합한 다성분 프로파일 등의 품질관리제도를 속히 도입해야 하며, 한의사의 사용을 확대하는 데에 전문의약품다운 임상자료나 한방건강보험 적용이 필요하다면 지원되어야 한다.

한약이 한약답지 못하고 기존 불합리한 규정에 얽매여 단순지표성분 관리로 인해 한약제제의 품질저하가 일어나고, 허가제도의 미비로 한약의 효능을 입증할 임상자료가 없어서 의료인에게 외면당하며, 효과가 뛰어난데도 보험적용이 안되어 국민이 혜택을 보지 못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한의사 대다수가 사용하는 처방이지만 의서에 공개된 기성처방이라는 이유로 보호가 안되어 모든 회사가 제조·생산 가능하여 제약회사가 투자를 꺼리고 품질이 낮은 싼 제품이 판을 치는 일은 없어야 한다.
특히 중국은 중약품종보호조례나 과학기술비밀보장규정 등에 의해 처방, 제량, 제조방법 등을 보호하는 중약보호품종이나 중약비밀보장품종 제도를 두어 특허가 없어도 제약회사가 일정기간 보호를 받으며 중약제품을 생산하게끔 하고 있다.

그 결과로 중국의 중약제약산업은 탄탄대로를 걷고 있으며 전세계로 제품을 수출하는 주력산업이 된 것이다. 우리도 우리에게 맞는 제도로 한약의 정명을 이루어 한약산업을 미래산업으로 키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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