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 피에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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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 피에타
  • 승인 2012.11.15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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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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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코 용서받을 수 없는 두 남녀의 이야기

감독 : 김기덕
출연 : 조민수, 이정진
어떤 분야든지 첫 번째라는 것은 항상 교과서 등에 기록되고, 퀴즈쇼의 단골문제로 등장하기까지 한다. 그런 면에서 2012년은 영화를 전공하는 학생들에게는 기억해야 할 것들이 많이 발생한 한 해가 될 것 같다. 국내적으로는 천만관객 돌파 영화들이 2편 연달아 나왔고, 국외적으로는 우리나라 영화사상 처음으로 세계 3대 영화제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한 작품이 나왔기 때문이다. 그간 세계 3대 영화제에서 감독상과 여우주연상, 심사위원 특별상 등 여러 부문의 상을 수상한 적이 있었지만 영화제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한 것은 이번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가 첫 번째이다.

‘피에타’는 ‘자비를 베푸소서’라는 뜻을 갖고 있는 이탈리아어이자, 성모마리아가 죽은 그리스도를 안고 있는 모습을 표현한 미켈란젤로의 조각상의 이름이기도 하다. 그래서 영화 포스터 역시 엄마가 아들을 안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영화의 내용은 제목에서 내포한 의미를 반어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끔찍한 방법으로 채무자들의 돈을 뜯어내며 살아가는 남자 강도(이정진)에게 어느 날 엄마라는 여자(조민수)가 불쑥 찾아온다. 강도는 여자의 정체에 대해 끊임없이 의심하며 혼란을 겪지만 태어나 처음 자신을 찾아온 그녀에게 무섭게 빠져들기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여자는 사라지고 강도는 그녀를 찾기 위해 자신이 해를 끼쳤던 사람들을 찾아 나선다.

이미 칸, 베를린, 베니스 영화제 등 세계 3대 영화제에서 감독상 등을 수상하면서 영화제 그랜드슬램을 이루었던 김기덕 감독이 드디어 베니스 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면서 우리나라 영화의 위상을 만천하에 알렸던 ‘피에타’는 국내 개봉 당시 김기덕 감독의 인지도와 ‘도둑들’과 ‘광해’ 등 대형배급사가 배급하는 영화들 덕에 개봉관을 많이 잡지 못했다.

그러나 수상 후 어떤 영화인지 궁금해 했던 관객들이 극장을 찾기 시작하면서 김기덕 감독의 18개의 작품 중에 2번째로 많은 관객을 모으기도 했다. 사실 아무리 국제 영화제에서 수상을 했다고 해도 이전까지 김기덕 감독의 작품을 1편이라도 본 관객들이라면 선뜻 극장을 찾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필자 역시 영화를 보러가겠다는 사람들에게 한 번 더 생각해보라고 했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피에타’는 김기덕 감독이 이전 영화에서 보여주었던 연출 스타일에서 한 발짝 뒤로 물러서며 좀 더 관객을 배려하는 대중적인 영화로 변모했고, 잔인할 것만 같은 장면 역시 직접적인 묘사가 아닌 간접적인 묘사를 통해 관객들이 받을 수 있는 충격을 최소화하고 있다.

영화는 ‘돈’이라는 매우 현실적인 내용을 담으며,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많은 생각꺼리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돈은 모든 것의 시작이자 끝이다’라는 극중 대사는 매일 뉴스에서 접하는 우리사회의 일면을 대변하는 듯 영화가 끝난 후에도 절대 잊혀 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에타’는 여전히 김기덕 감독스러운 영화이다. 리얼한 내용을 절대 리얼하게 보여주지 않고 그만의 독특한 연출 스타일로 표현하고 있으며 영화를 다 보고난 후에는 영화가 촬영된 추운 겨울처럼 마음 한 구석이 먹먹해지는 듯한 느낌이 들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평소 잘생긴 외모로 번듯한 모습만을 보여줬던 이정진이 잔인한 밑바닥 인생을 통해 연기 변신을 꾀한 것과 만장일치로 인정하는 조민수의 놀라운 감정 연기 등이 어우러지면서 최근 한국영화에서 볼 수 없는 색다른 면을 보여주고 있다. 여하튼 ‘피에타’는 한국영화 역사에 한 획을 긋는 대표작으로 영원히 남을 것이다.    

황보성진 / 영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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