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이 만난 사람 - 「근대 100년 한방임상집」 발간한 류기원 전 경희대 한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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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이 만난 사람 - 「근대 100년 한방임상집」 발간한 류기원 전 경희대 한의대 교수
  • 승인 2012.11.15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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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정 기자

이예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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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으로부터 받은 명처방, 후학들에게 배로 돌려준다

스승과 제자가 앞뒤로 50년씩 한 세기의 임상경험을 엮어 놓은 「근대 100년 한방임상집」이 최근 발간돼, 한의학 100년사를 되돌아보게 할 뿐 아니라 향후 100년사를 써내려갈 중요한 자산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근대 100년 한방임상집」은 경희대 한의대 13기 졸업생들의 스승이었던 박호풍 윤길영 신길구 김정제 노정우 선생 등 당대의 기라성 같은 29명의 명의들이 애용하던 처방과 올해로 졸업 50주년을 맞이하는 13기 졸업생 중 대표 편저자 류기원(다움류기원한의원) 원장을 비롯해 조세형(아카데미한의원) 한대희(소담월곡한의원) 원장 등 총 16명의 애용방을 모아 함께 실었다. 이에 대표 편저자인 류기원(72) 원장을 만나 이 책을 발간하기까지의 히스토리를 들어보았다.

창고에 묻힐 뻔한 보물 처방전들 빛을 보다
현재 경희대 한의대 13기 동기회 회장에다, 오랜 기간 대학에 재직했다는 이유로 대표 편저자를 맡게 되었다는 류기원 원장은 이 책이 발간되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 동양의약대학 재학 시절로 거슬러 올라갔다.

“1962년 당시 동양의약대학(현 경희대 한의대 전신)은 안암동에 소재하고 있었고, 대학부속한의원은 동선동 동선파출소 옆에 있었는데, 1963년 초 4학년 때 부속한의원으로 실습을 나가서 보니 부속한의원 창고에 처방전이 잔뜩 쌓여 있었습니다. 저를 비롯해 13기 동기인 조세형 한대희 등 몇 사람이 이 처방전들을 가져다가 정리해 보니 그야말로 보배였습니다.”

이 처방전들을 증상별로 선생님별로 두 가지 방향으로 분류를 하고 정리를 한 후, 학생들이 당시 돈도 없고 하니 인쇄는 엄두도 못 냈고, 손으로 직접 쓴 것을 「동의임상처방집」이란 프린트물로 간행했다.
그 당시 대학의 강의는 원전 이론 위주로 이루어졌고, 실제 임상교육은 많이 취약했기 때문에 「동의임상처방집」은 임상실습교재로, 개업 후 참고서적으로 인기가 폭발적이었다고 한다.

류기원 원장도 “1964년 5월 한의사면허증은 받았으나, 실제 환자를 보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 이 책은 그야말로 비밀병기였다”고 말했다.
이후 1971년도에 조세형 원장이 이를 다시 정리해서 「동의새임상처방집」이란 이름으로 간행되기도 했다.

열악한 임상실습 여건 개선에 앞장서다
한편, 류기원 원장은 대학 재학시절의 임상실습 여건에 대해 다음과 같이 회고했다.
“3학년 2학기 때 임상실습이 시작되었는데, 임상실습시간이 수요일 단 하루로 시간도 3시 30분~5시 20분까지 두 시간에 불과했습니다. 게다가 대학 본관은 안암동에 있었고, 부속한의원은 동선동에 위치해 있으니 이동거리도 있고 해서 학생들이 임상실습 한 번 하려면 여간 불편한 게 아니었습니다. 또한 당시 교수님들은 각자 개원을 하고 계셨고, 지금의 외래교수 정도의 역할을 하셨기 때문에 전문교수직이라기 보다는 봉사한다는 마음으로 강의를 했기 때문에 양질의 실습을 기대할 수 없는 구조였습니다. 이렇다 보니 제대로 된 임상실습을 기대할 수조차 없었던 것이죠.”

당시 학생대표였던 류기원 원장과 한대희 원장은 서로 의기투합이 잘되는 편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학교측에 “학생들은 임상실습비를 별도로 내고 있는데, 제대로 된 임상실습교육이 되지 않고 있다”고 항의하고, “실습시간 확충과 공간을 추가로 더 확보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항의 끝에 당시 부속한의원 실습실이 1개였던 것을 공간을 8개로 나누고, 실습시간도 수요일 하루가 아닌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1시 30분~5시 20분까지 몇배로 늘렸다. 이로써 한의대 임상실습의 기초를 만들게 된 것이다. 그 이후로 임상실습은 조금 더 원활하게 이루어졌다고 한다.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13기 졸업동문회가 간행한 「근대 100년 한방임상집」, 의성당 刊
의사학적 측면에서도 가치 높아
류기원 원장은 “1960년도에 입학하고, 64년에 졸업했으니 올해로 졸업한 지 거의 50년이 흘렀다”며, “당시 150여 명이 졸업했는데, 현재 80여 명만이 연락되고 있어 「근대 100년 한방임상집」 발간을 위해 동기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협조를 요청한 끝에 15명의 동기생들이 본인들이 임상에서 자주 활용하던 처방들을 흔쾌히 내주었다”면서 지면을 통해 감사의 뜻을 전했다.

류기원 원장 본인도 경희대 한방병원 재직 40년의 임상결과물들 중 좋은 효과를 냈던 것만 간추려 첨가했다고 한다.
필사본이었던 스승들의 명처방집인 「동의임상처방집」을 진료 틈틈이 컴퓨터에 입력해 놓은 것과, 동기들로부터 받은 처방들을 정리하는 데는 6개월 여의 시간이 걸렸다.

경희대 한의대 13기 동기생들이 대학 재학시절 스승들의 처방전을 보고 배워 임상에 활용해 많은 도움을 받았듯이, 이제는 후학들에게 스승들에게 도움 받았던 것과 자신들의 임상경험방을 함께 공개함으로써 후학들에게는 큰 선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이번에 편찬된 「근대 100년 한방임상집」은 처방색인부가 잘돼 있어 찾아보기 쉽도록 했고, 처방들만 나열하지 않고 곳곳에 실제 임상치험례, 질병관 등을 삽입해 놓았고, 각 처방별로 처방자 이름이 병기돼 있다는 특징이 있다.

류기원 원장은 “「동의보감」이 대단한 것은 인용한 내용을 모두 기록했다는 점이다. 최근의 청대 의학서적들도 출처를 밝히지 않고 남의 책을 그냥 쓴 게 많은데, 이런 점에서 「동의보감」은 그 가치가 높다. 「근대 100년 한방임상집」도 처방마다 모두 실명을 기재했기 때문에 살아있는 생생한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류 원장은 “이 책에 수록된 모든 처방이 다 명처방이지만, 처방이 워낙 많기 때문에 맞는 처방을 고르는 게 녹록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따라서 임상에서 잘 활용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실력은 갖추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한의학연구원 최승훈 원장은 「근대 100년 한방임상집」에 대해 “임상 현장에서뿐 아니라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도 충분한 연구의 가치가 있으리라 여겨진다”며, “이미 역사가 되어버렸고 전설이 되어버렸지만, 이 책은 우리에게 의사학적 가치 그 이상임을 확신한다”고 추천사를 통해 평했다.

자신의 이름과 위치에 걸맞는 사람이 되자
류기원 원장은 현재 양방에서 난치병으로 등재돼 있는 베체트병, 아토피성 피부질환, 알레르기질환(천식 비염 피부병 등), 면역계질환, 궤양성대장염, 크론씨병, 만성피로, 수험생 및 직장인의 건강관리, 각종 암에 대하여 계속 보다 나은 진료를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후학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부탁하자, “우리나라 의료인(한의사 의사 치과의사)들은 모두 의사들을 위해 환자가 있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환자가 없으면 의사는 필요 없는 직종이다. 환자들의 조그만 불편한 점이라도 해소해 줄 수 있는 의료인이 되어야 하며, 또한 좀 더 발전된 치료방법을 만들어내기 위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공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류기원 원장의 호 ‘다움’이 품고 있는 의미 그대로 아버지는 아버지답고, 교수는 교수답고, 의사는 의사답게 즉 가지고 있는 이름과 위치에 걸 맞는 사람이 되기 위해 항상 노력한다는 그의 철학이 임상현장에서 뿐만 아니라 「근대 100년 한방임상집」에도 고스란히 녹아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예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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