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 칼럼-골목이 살아야 한의원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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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칼럼-골목이 살아야 한의원이 산다
  • 승인 2012.11.01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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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김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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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영 호
부산 공감한의원 원장
부산광역시 한의사회 홍보이사
필자의 한의원 주변은 사람이 아주 많이 지나다니는 부산 야구의 성지, 사직 야구장 앞이다. 때로는 놀랄 정도의 사람이 지나다니다가 야구가 없는 날에는 일반 여느 평범한 동네의 모습이다. 그런데 이 동네 자영업 하시는 분들의 말을 전해듣다보면 다른 동네에서 장사를 오래하신 분들도 신기하게 생각할 정도로 장사가 안 되고 자영업자의 천적인 진상 고객들이 많다고 한다.

실제로 1년 내지 2년 내에 혹은 3개월 내에 문을 닫는 많은 가게들을 보면서 장사하기가 녹록치 않은 동네라는 것을 실감한다. 다른 곳에서 대박을 내고 있는 프랜차이즈들도 이 동네에 들어오면 그냥 평범한 가게에 불과해지거나 운영이 어려운 가게가 되기도 한다. 부산 전체에서 몰려오는 막국수집과 콩국수집, 야구장 앞의 한철 대박집 등이 있기도 하지만 이 가게들은 주로 이 동네 주민들보다는 타 지역 사람들이 많이 가는 집들이다.

자영업 하시는 분들의 이야기를 꺼낸 것은 한의원 역시 자영업이고, 그들의 미래가 곧 한의원의 미래가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동네를 산책하다 보면 어느 새 동네에는 프랜차이즈 자영업들만이 간판을 유지하고 있고, 오래된 동네 자영업자들은 그 자리를 떠나고 있다.

한의원은 대부분 프랜차이즈가 아닌 원장 개인의 브랜드를 통해 영업을 하고 있는 서비스 자영업이다. 하지만 개인 자영업자들은 앞으로 더욱 저가 공세와 프랜차이즈,악성 소비자(Black Consumer)들로 인해 고생하게 될 것이다. 즉 초저가를 무기로 박리다매하는 개인 자영업자나 프랜차이즈 소속의 자영업자, 아주 일부의 오래된 부자 자영업자 이외에는 살아남지 못하는 시대가 될 것이라는 것이 개인적인 미래 전망이다.

그러면 앞으로 개인 브랜드 소규모 한의원이 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소시민인 우리가 해야 할 부분이 있을 것이고 사회가 해야 할 부분이 있을 것이다. 소시민이자 한의원 원장인 우리는 골목 상권을 활성화하기 위해 한의원 주변의 많은 개인 자영업자 영업장을 도와주어야 한다. 도와준다는 것이 적선하라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가게를 많이 이용해주자는 것이다.

우리는 어느새 최저가에 익숙해져 있어서 적절한 이윤을 붙여야 이웃도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산다. 하지만 우리가 100원~200원 더 주고 우리 동네 주변의 가게를 이용해야 결국 그들이 우리에게 오는 “순환의 고리”가 이어진다.
이 고리가 이어져야 동네 상권이 모두 일어설 힘이 생긴다. 근처 시장에서 베트남 부인을 둔 채소 가게 사장님이 이제 갓 100일 넘어 보이는 갓난아이를 데리고 나와 장사를 하고 계신다. 그런데 물건을 많이 받아오지 못해 조금씩만 진열해두고 팔고 있는데 항상 그곳을 이용하려고 노력한다. 이 채소가게 같은 작은 가게가 어느 정도는 벌어야 결국 그 돈이 이 동네를 굴러가게 하는 윤활유가 되기 때문이다.

사회는 실력 있는 자영업자들의 명맥이 이어질 수 있도록 대기업들의 골목 상권 침범을 적극적으로 막아주고 유럽의 전통시장처럼 전통시장이 하나의 브랜드와 스토리가 되도록 홍보 전문가들이 도와주어야 한다. 실력이 있는데 홍보가 부족한 곳은 비단 시장뿐만 아니라 한의원도 마찬가지이기에 한의사협회는 동네 한의원의 브랜드화도 적극적으로 도와주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tvn의 <제3병원>과 MBC의 <마의>, 앞으로 방영될 제2의 대장금 제작 소식 등은 동네 한의원의 브랜드화에 아주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민국 50대 보고서>라는 프로그램에서 동네 치킨집 사장님들의 절규와 1톤 트럭으로 만두를 파는 부부의 이야기들을 볼 때면 가슴이 아프면서 한편 동네 한의원도 Green Zone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골목 상권이 살아야 한의원이 살 수 있다. 개인 한의원 원장님들은 몇 백원 혹은 몇 천원 싸다고 인터넷 쇼핑이나 마트만 가지 말고 동네의 재래시장을 찾아가보자. 더 싼 농수산물들도 많고 시장의 숨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이용한 시장상인들이 먹고 살만해져야 결국 개인 한의원의 문턱도 낮아지고 한약도 한번 먹어볼 생각이 드는 것이다.

한의원이 부자의학이라는 인식이 사라진 것은 이미 오래전이다. 그들은 고가의 외국 기능성 식품들로 건강을 챙기고 최고 대학병원에서 건강검진을 한다.
반면 한의원은 지역 밀착형 의료기관이다. 서민이 살아야 한의사가 살고 소규모 자영업이 살아야 한의원이 살 수 있는 세상이다. 여기에 개인 한의원의 브랜드화와 <드라마>를 통한 한의학 신뢰도 향상이 이루어진다면 언젠가는 한의계에도 큰 빛이 다시 펼쳐질 날이 있지 않을까? 너도나도 한의대에 가고 싶어 하는 그런 날이 다시 오게 되면 이제는 정말 가라앉지 않을 배를 띄우기 위해서라도 미리 준비하고 희망의 물길이 우리를 향해 들어올 날을 차분히 준비하자. 역사는 돌고 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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