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위키칼럼&메타블로그-네트워크 과학(network science)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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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 위키칼럼&메타블로그-네트워크 과학(network science)의 시작
  • 승인 2012.11.01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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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업

김창업

eopchang@snu.ac.kr


시스템 생물학의 ‘top down’ 방식의 접근을 설명할 때 네트워크 분석을 언급하였습니다.
네트워크 과학(network science)은 본격적으로 꽃을 피운 지 10년이 조금 넘은, 역사가 짧은 분야이지만 최근 소셜 네트워크, 유전체 네트워크, 인터넷 네트워크 등 이른바 ‘빅 데이터’의 시대에 그 활용가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주목받고 있는 분야입니다. 수학자의 이론에서 출발하여 주로 수학, 물리학자들에 의하여 발전한 이 분야가 생물현상을 시스템 수준에서 연구하는 시스템 생물학에서도 훌륭한 연구방법론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죠.

‘네트워크(network)’라고 하면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점, 동그라미, 혹은 그 밖의 무언가가 복잡하게 선으로 연결되어있는 연결망의 구조를 떠올릴 것입니다. 이런 그림처럼 말이죠. <그림 1> 참조
왼쪽의 그림은 효모에 존재하는 단백질들의 관계를 나타낸 네트워크이고, 오른쪽 그림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사회적 연결망(social network)을 나타냅니다.

전문적인 용어로 점, 동그라미, 혹은 그 밖의 무언가에 해당하는 것을 ‘노드(node)’ 혹은 ‘버텍스(vertex)’라고 하고 이들을 연결하는 선을 ‘엣지(edge)’ 혹은 ‘링크(link)’라고 합니다.  이렇게 어떤 대상들의 관계를 노드와 엣지로 나타내는 것을 ‘그래프(graph)’라고도 합니다(여기서 약간 혼동이 올수 있는데 일반적으로 중·고등학교 때부터 보아온 막대그래프와는 다른 의미죠.).
복잡한 현실세계의 대상을 이렇게 점과 선이라는 추상적인 ‘그래프’ 형태로 간략하게 표현하는 것은 직관적인 이해를 크게 도와줄 뿐 아니라 단순, 간략화를 통해 복잡한 문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해줄 수도 있습니다.

<그림 2>의 예를 한번 보실까요?
가장 왼쪽에 보이는 그림은 7개의 다리로 연결된 4개의 도시입니다. 그 유명한 쾨니히스베르크의 7개 다리 문제죠. 문제는 ‘각 다리를 한 번씩만 건너서 4개의 도시를 모두 방문할 수 있는가?’입니다.

1735년 위대한 수학자 오일러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증명하였는데, 이 사건이 바로 ‘그래프 이론(graph theory)’의 시작입니다.
오일러는 복잡한 현실의 문제를 단순화 하였습니다. 복잡한 지형이나 다리의 방향 등은 문제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간파했고, 오른쪽에 보이는 것과 같은 점과 선의 문제로 치환했죠. 여기서도 노드의 색깔이나 크기, 연결선(edge)의 길이 등은 문제와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문제를 단순하게 추상화하고 나서 오일러는 한붓그리기(연필을 떼지 않고 연결선을 한 번씩만 지나 모든 지점을 통과하기)가 가능하려면 모든 노드의 연결선이 짝수이거나(절반의 연결선으로는 들어오고 나머지 절반의 연결선으로 나가면 됨), 홀수의 연결선을 갖는 노드가 있다면 반드시 2개여야 함(시작점과 끝점이 각각 홀수라면 가능)을 증명하였습니다. 쾨니히스베르크의 다리 문제에선 4개의 노드가 모두 홀수개의 연결선을 가지므로 한붓그리기가 불가능한 것이죠.

핵심은 단순화, 추상화한다는 것입니다. 현실 속의 구체적 정보들을 생략해버린다는 것은 때로는 귀중한 정보의 손실을 야기하지만 관계로 얽힌 문제의 해결을 위해선 오히려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무튼 이렇게 시작된 그래프이론의 발달이 지금과 같이 다양한 분야에 막강한 위력을 발휘하는 네트워크 과학으로 활짝 핀 것은 그로부터 오랜 시간이 지난 20세기 말입니다.

 

김 창 업

제마나인 한의과학 게시판
서울대 의대 생리학교실 박사과정
http://www.zema9.com/hani_sci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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