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차로-의료법·약사법·한의약육성법 개정프로젝트(‘한방’을 ‘한의’로)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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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차로-의료법·약사법·한의약육성법 개정프로젝트(‘한방’을 ‘한의’로) 제안
  • 승인 2012.10.25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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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수

박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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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관련법에 나오는 ‘한방’이란 용어 ‘한의’로 개정해야”

최근 한의사가 아닌 일반 음식업, 미용업, 제조업, 서비스업 등에서 ‘한방삼계탕’ ‘한방설렁탕’ ‘한방옻닭’ ‘한방샴푸’ ‘한방화장품’ ‘한방비누’ ‘한방황토’ ‘한방마사지’ ‘한방발효식초’ ‘한방다이어트’ 등 ‘한방’이란 명칭을 사용하는 경우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이런 경우 ‘한의학’과 연관성이 있음을 강조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의료기관이 아닌 곳에서 ‘한방’이란 용어의 사용이 증가함에 따라 한의학계가 과연 계속 ‘한방’이란 말을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고민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대표적으로 현재의 의료법(제2조)에서는 의사의 임무를 ‘의료와 보건지도’로, 치과의사의 임무를 ‘치과의료와 구강 보건지도’로 규정하고 있는 반면, ‘한의사’에게 부여된 의료행위, 곧 한의사의 임무를 ‘한방의료와 한방 보건지도’라고 규정함으로써 ‘한방’이란 용어로 ‘한의사에 의한 의료행위’를 특징 지우고 있다.

또한 의료법 제3조에서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에 의해 의료행위가 이루어지는 의료기관을 규정함에 있어서 의원급 의료기관은 의원, 치과의원, 한의원으로 구분하는 반면에, 병원급 의료기관은 병원, 치과병원, 한방병원, 요양병원, 종합병원으로 구분함으로써 다시 한 번 ‘한방’이란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또한 의료법 시행규칙 제41조에서는 한의사가 자신의 의료기관(한방병원이나 한의원)에서 표시할 수 있는 진료과목을 각각 ‘한방내과’ ‘한방부인과’ ‘한방소아과’ ‘한방안·이비인후·피부과’ ‘한방신경정신과’ ‘한방재활의학과’ ‘사상체질과’ ‘침구과’로 규정함으로써 ‘한방’이란 용어를 ‘한의학’의 ‘대명사’처럼 사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방’이란 말은 지극히 일제 식민잔재적인 요소를 내포한 용어이다. 비록 송나라 진무택(陳無擇)의 ‘三因極一病證方論’에서 한나라 시절의 처방용량과 당나라 시절의 처방용량을 비교하기 위해 漢方과 唐方으로 구분하여 설명하는 부분이 나오지만, 그 이후 중국과 한국에서 발행된 대부분의 한의학서적에서 사용된 예가 거의 없으며, 특히 「동의보감」과 「동의수세보원」 어느 부분에서도 ‘한방’이란 용어가 표명된 바가 없다.

일제식민시대부터 일본의 ‘한방의학(漢方醫學 ; Kanpo medicine ; 漢方을 일본말로 Kanpo라 표시)’이란 용어를 가져와서 한국 전통의 ‘東醫’라는 용어를 덮어쓰기 한 것이다. 일본의 ‘漢方醫學’은 중국 漢나라 장중경의 「상한론」에 나오는 처방을 중심으로 발전되어온 일본특유의 ‘전통의학’이다.

그러므로 당연히 ‘사상의학’과 같은 우리나라 고유의 독창적 의학개념이 없다. 또한 「동의보감」에 풍부하게 설명되고 있는 금원사대가의 전통의학이론들도 일본의 ‘漢方醫學’에는 충분히 나타나 있지 않다. 그러므로 일본의 식민잔재로부터 유래된 ‘한방’이란 말을 우리 ‘韓醫學’을 대표하는 용어로 사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된다.

‘한방’이라는 대중적 친근성과 국민들에게 익숙한 용어를 버릴 필요가 없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친근감’만을 생각한다면, ‘한의원’을 ‘한약방’이라하고, ‘한의사’를 ‘한방사’라고 부르는 잘못된 일들을 고쳐달라고 하기 어려울 것이다.
‘한방’이란 말들이 너무 쉽게 사용되다보니, 한의학이 가지고 있는 전문성이나 학문적 권위, 한의사의 고유한 지적 완성도가 낮은 것처럼 인식될 수 있으며, ‘한방’이란 말로 뭉뚱그려져서 어수룩한 이미지로 언급될 수 있는 것이다.

일반인들에 의한 ‘한방삼계탕’ ‘한방다이어트’ 등의 용어사용을 금지할 수 없다면, 당연히 우리 한의사들이 ‘한방’이란 말을 쓰지 말고 ‘한의’로 바꿔써야 한다. 한약방에서 한의원으로 이미지 개선하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오래 전부터 써왔다고, 혹은 관행이라고, 바꾸려면 불편하다고 계속 ‘한방’이라는 말을 쓰면, 우리 스스로가 격이 떨어지는 것을 방관하게 되는 것이다.

시대에 맞는 용어 개정은 의료계에서 이미 진행 중이다. 양의사들은 이미 정신과를 정신건강의학과로, 마취과를 마취통증의학과로, 소아과를 소아청소년과로, 진단방사선과를 영상의학과로, 해부병리과를 병리과로, 임상병리과를 진단검사의학과로, 치료방사선과를 방사선종양의학과로, 산업의학과를 직업환경의학과로 개정하였으며, 최근에는 ‘산부인과’도 ‘여성의학과’로 개명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아예 ‘한방’이란 말을 쓰지 않고 ‘중의내과’ ‘중서의결합’ ‘중의과학원’ ‘북경중의병원’처럼 확고하게 ‘중의’라는 말을 전통의학의 공식적 대표용어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므로 중국에서는 ‘漢方醫學’이라하면 고대 중국에서 형성된 전통의학이 일본식으로 개편된 ‘일본의 전통의학’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도 새로운 시대흐름에 맞추어 조금 힘들더라도 ‘한방’을 ‘한의’로 개정해야 할 것이다. 가장 중요한 부분이 바로 국가 법령 내에서 ‘한방’을 ‘한의’로 바꾸는 것이다.
즉 의료법, 약사법, 한의약육성법 조항내용 중에 있는 ‘한방의료’를 ‘한의과의료’로, ‘한방보건지도’를 ‘한의보건지도’로, ‘한방의학’을 ‘한의학’으로, ‘한방치료’를 ‘한의치료’로, ‘한방병원’을 ‘한의병원’으로, ‘한방각과’를 ‘한의각과’로, ‘한방원리’를 ‘한의약원리’로, ‘한방임상센터’를 ‘한의임상센터’로, ‘한방의료기관’을 ‘한의과의료기관’으로, ‘한방성형’을 ‘한의성형’으로, ‘한방공공의료’를 ‘한의공공의료’로, ‘양한방협진’을 ‘의과·한의과협진’으로 바꾸어야 하는 것이다(다만 ‘한방산업’의 경우 한의학계 이외의 업종들이 관여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그대로 사용함이 좋을 수 있다).

박완수
가천대학교 한의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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