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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 미래 짊어질 젊은 연구자들(9)-김현호 (경희대 한방병원 진단·생기능의학 박사과정)
“한의학에 과학적 서포트 해주는 엔지니어 한의사 되고 싶어”
2012년 10월 25일 () 11:44:41 김은경 기자 carax30@mjmedi.com

그동안 한의학을 전공한 후 타학문분야로 진출한 연구자들을 많이 만나보았다. 이번에는 타학문을 전공하다가 뒤늦게 한의계로 진로를 바꿔 연구자의 길로 들어선 한의사를 만나보았다.
김현호(35) 씨는 서울대 공과대학 전기컴퓨터공학부 학사·석사과정을 마친 후, 다시 수능시험을 보고 04학번으로 경희대 한의대에 입학해서 졸업했다. 한의사 자격 취득 후, 현재 경희대학교 한방병원 진단·생기능의학과와 침구과 2년차 수련의로 근무하며, 동시에 진단·생기능의학과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중이다.

   
공학도에서 어떻게 한의학으로 진로를 변경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수차례 받았을 법한 질문이겠지만, 기자도 예외 없이 물어보았다.
“추상적인 개념들이 지배하는 한의계에서 연구를 하려면 너 같이 분석적인 사람은 몇 달도 버티지 못하고 나갈 것이란 말을 들었어요. 오히려 저는 한의계에는 공학적인 것과 한의학을 접목시킨 사례가 거의 전무할 테니까 제가 이 분야를 연구하면 재미있게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끊임없이 엔지니어로서의 자신과 한의사로서의 자신의 위치를 찾아가는 과정을 겪었다.

그는 공학적인 사고방식과 한의학적 사고방식이 충돌하면서 혼자 해결해보려는 의지를 갖고 또 접목시켜보면서 본인이 한의계에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자문자답했다. 본과 3학년 때, 결혼한 후 아이도 생겨 졸업 후 진로를 결정해야 할 때 주변에서는  연구자의 길을 만류하기도 했지만 아내의 지지 덕분에 연구자의 길을 걸을 수 있었다.
“한의계에서 진단·생기능의학이라는 분야가 다소 생경하지 않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임상연구나 침연구나 약연구처럼 한의사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게 아니라 공학적 지식, 고급 통계 지식 등을 요구하다보니까 조금 힘들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에게 진단·생기능의학에 대해 간단한 소개를 부탁했다.
“진단·생기능의학은 한의 진단학의 발전된 형태라고 보시면 됩니다. 한의학에서 변증을 하기 위해서는 전통적으로 사용해왔던 진단법인 망문문절, 즉 사진이 매우 중요합니다. 다만, 현대에는 인간의 오감보다 더 민감한 센서들이 많고, 이를 이용하여 다양한 검사를 함으로써 예전에는 물리적 한계 때문에 고려하지 못하였던 다양한 신호들의 패턴을 보고 한의학 변증을 하는데 더 많은 실마리를 제공해줄 수 있습니다. 이렇듯 진단·생기능의학은 환자와 밀접하게 관련이 있는 임상교실적인 특성과 함께, 연구가 중요시 되는 기초교실적인 성격이 동시에 있습니다.”
현재 진단·생기능의학에서의 연구과제는 크게 변증설문지 개발 및 검증 작업, 센서를 이용한 동작분석 시스템 연구, 데이터마이닝, 생체신호분석 등이라고 한다.
그 중에서 주안점을 두고 있는 연구 분야는 센서를 이용한 동작분석 시스템연구와 데이터마이닝으로 그는 현재 센서를 이용한 동작분석 시스템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또 “의서에 기재된 처방이나 변증을 분석해서 데이터마이닝 기법을 사용해 수많은 데이터에서 의미 있는 통찰을 이끌어 내거나 변증 순서도를 만드는 작업도 중요한 연구과제”라고 했다.
진단·생기능의학을 전공한 이유에는 엔지니어로서의 정체성이 크게 작용했는데, 그가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것도 한의사가 쉽게 쓸 수 있는 한의학 진단기기를 만드는 것이다.
“원래 엔지니어링이란 사람들을 편리하게 하기 위해서 만든 것이기 때문에 사람을 만나지 않고 연구하면 빛을 발할 수가 없습니다. 사람과 자주 접촉해야만 어떤 도구가 필요한지, 어떤 방식의 측정이 필요한지를 알게 되고, 한의학적으로 의미를 확장할 수 있는 공학적 기술을 개발하려면 환자들을 반드시 봐야 된다는 생각 때문에 병원 지원을 생각한 것입니다. 그리고 침구과에서 동시에 수련을 하면서, 다양한 환자군을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그에게 현재 양방에서 한의사들의 의료기기 사용에 대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았다.
그는 “한의사이기 이전에 공학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이해할 수 없다”고 잘라 말한 후, “MRI, CT, 초음파, X-ray를 만든 최초의 사람들은 그 기기를 의사에게 주려고 만든 게 아니라, 순수한 과학적 성과물을 의사들이 의학에 사용하면 좋을 것이라 생각되어 차용해간 것일 뿐이며, 누구의 재산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양방에서 한의사들의 의료기기 사용을 반대하는 논리 중의 하나가 한방원리에는 그런 게 없지 않느냐, 의서에 찾아봐도 없다는 주장을 하는데 그것은 근본적으로 말이 안 됩니다. 공학의 산물인 기계와 도구들은, 결국은 인간을 모방한 것입니다. MRI나 CT, 초음파라는 기계는 인간의 눈을 모방한 것인데, 예전에는 볼 수 없었지만 공학 덕분에 이제는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된 것입니다. 이렇듯 공학이란 인류의 지성이 발전하고, 기술이 발달하면서, 인간이 보다 더 능력있고, 보다 더 정확해지고 싶어 하는 욕구의 산물인데, 어느 한 쪽에서 이건 내 것이라고 독점하고자 하는 것 자체가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것입니다. 한의학 고서에도 X-ray가 없지만, 갈렌 시대의 양방 의서에도 X-ray에 대한 기록은 없었습니다. 이 문제는 이권과 이익단체의 대결의 문제이지 절대 학문에 근거해서 의료기기는 한방기술이 아니다라고 말할 수는 없는 사안입니다.”

한편 그는 공학도로서 한의학을 공부하면서 과도기도 있었다. 한때는 한의학 공부를 하면서 실망도 컸다고 한다. 무엇보다 한의학이 자신을 설득시키지 못한 것에 대해 괴로웠던 것이다.
“평생 몸담을 학문이 나조차 설득시키지 못하는 것이라면 문제가 많은 것이죠. 그러한 고민을 해결해보고 싶어서 의심을 가진채로 의서를 순수하게, 많이 읽으려고 노력하였습니다. 결국 마지막에 느낀 것은 버릴 것은 버려야 한다는 결론이 나왔어요. 상당수의 의서들은 내적 일관성을 가지고 체계가 짜여 있지만, 현대적인 시각에서 볼 때 말이 안 되는 부분들도 분명히 있습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의서 내용을 모두 중요하다고 받아들이려고 하니까 그 내부에서 틀린 정보들 간의 마찰이 생겨나는 것이죠. 그런 잘못된 내용들을 빼내면 내적 일관성을 가진 아주 훌륭한 의서가 되는 것입니다.”

그런 고민 끝에 그는 한의학이 체계가 없고 비과학적이 아니라는 것을 차차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지금 제 학문의 지표로 삼고 있는 말이 있는데, 소개하자면 ‘나는 외국어를 배워서 네이티브처럼 말하지 않겠다. 나는 그 언어를 배워서 그 사람들이 절대 할 수 없는 이야기를 해주겠다’는 구절이었어요, 저는 그 말이 굉장히 와 닿았어요. 저는 훌륭한 한의사가 되기 위해서 한의학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훌륭한 한의사들은 로컬에 너무나 많습니다. 저는 한의학을 배워서 한의사들에게 ‘한의학은 과학이다.’ ‘공학의 도움을 받아 한의학은 더욱 발전할 수 있다’ ‘한의학은 합리적으로 증명할 수 있다.’라는 이야기를 한의학의 생각과 용어로 이야기를 해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제가 한의계에서 잘 할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또 그는 한의학을 공부하는 후배들에게 멘토역할을 해주고픈 희망도 내비쳤다.
“한의학은 장점도 많지만 애매한 부분도 많습니다. 하지만 객관적인 사실이나 학술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이건 맞고 이건 틀리다는 것을 분명히 말해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만 후배들의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저는 제가 공부하면서 애매하게 여겼던 부분을 좀 더 분명하게 정리해주는 선배가 되고 싶습니다.”
공학과 한의학, 두분야의 경계선상에서 그의 균형 잡힌 시각이 앞으로 좋은 연구결과로 나타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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