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 입시에 즈음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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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 입시에 즈음하여
  • 승인 2012.10.18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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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한

채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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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은 창과 방패, 진심만이 통한다”

채  한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제 본격적인 입시철이다. 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이하 한의전)의 서류마감이 10월 11일, 서류전형 합격자 면접시험이 11월 17일이니 수험생으로서는 서류제출 이후 기대에 찬 기다림의 시간이고, 면접위원들로서는 내년 입학생 선발을 위한 준비를 시작할 때이다.

2008년 이후 6년간 한의전 지원자들을 보면서, 이맘때가 되면 생각이 복잡해진다. 내가 혹여 면접과정에서의 假飾을 분간하지 못해 걸러야 할 학생들에게 높은 점수를 주지는 않았나, 짧은 시간으로 인해 훌륭한 인재들의 사소한 언행이나 태도에 박하게 판단하지는 않았을까….

진학뿐만 아니라 취업에서도 면접의 중요성은 커지고 있으며, 응시자의 내면을 꿰뚫기 위한 압박면접이나 다면평가, 인적성 테스트 등 다양한 면접 평가기술이 발전한 만큼, 수험생들을 위한 입시컨설턴트나 면접 준비의 기술도 날로 정교해지고 있다. 이 글에서는 면접과정에서 피해야 할 것들과 한번쯤 고려해주면 좋을 것들을 이야기해보려 한다.
첫째, 면접위원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거짓말 또는 어설픈 지식을 떠벌리는 일이다. 한의사도, 한의대생도 아닌데, 전문적인 지식을 알고 있다면 과연 얼마나 알까. 면접자가 한의학에 대한 이야기들을 했을 때, 많은 기대를 하지 않는 것이 지극히 正常이다. 그런데도 주변에서 주워들은 이야기들을 자신의 것인 양, 전문적인 이야기에 더 높은 점수를 받을 것이라 기대한다.
둘째, 창과 방패 - 진심만이 통한다. 입시생들은 정말 많은 연습을 통해 면접을 준비한다. 그들은 입시전문학원에서의 면접특강과 스터디를 통해 연습해왔으며, 10분 동안의 설득을 위해 뻔한 거짓말도 서슴치 않는다. 교수들이 압박면접을 좋아하는 이유는, 두터운 방패를 뚫고 들어가 眞心이라는 속살을 보고 싶기 때문이다. 화려한 미사여구의 장황한 설명보다, 솔직한 눈빛과 찰나의 떨림이 사람의 마음을 울릴 수 있다.
셋째, 한의전은 ‘세계의학계의 지도자적인 인재’가 될 떡잎을 찾는다. 다양한 경험은 있는데, 여기에 한의학만 채워주면 인재로 완성될 것 같은 사람, 꾸준히 노력하는 사람이라서 20년 후에는 한의계의 기둥이 될 사람, 피상적인 밥벌이와 개업용 면허에만 관심을 두지는 않을 사람, 스스로 찾아가면서 미래를 개척할 것 같은 사람, 한의학에 대한 애정이 있는 사람을 찾는 것은 모든 교수들의 희망일 것이다.
넷째, 제발 좀 미리미리 찾아보시라. 한의전은 ‘연구를 할 줄 아는 한의사’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며, 세계의학계의 지도자적인 인재를 양성하는 국립대학이다. 대학 홈페이지를 교과서 삼아 열심히 찾아본다면, 대학의 목표와 교수들의 생각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신문에 써 놓은 칼럼들만을 챙겨보더라도 면접문제의 큰 방향이 예상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자신의 스펙을 챙겨 넣는다면, 참 좋은 면접자의 자세라 할 것이다.
다섯째, 필요 없는 논란은- 단 5분 안에 해결할 수 없다면- 꺼내지도 마시라. 멋있어 보이지만 실속은 없는 이야기들이다. ‘과학화’란 주제도, 식민주의 이데올로기라는 평가에서부터 한의학이 살아나갈 유일한 대안이라는 평가까지 천차만별이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필요도 없는 이야기들로, 준비된 자신을 세일즈 할 아까운 시간들을 허비하시지 마시라.
여섯째, 자기소개서에는 ‘준비된 지원자’라는 것을 설명해야 한다. 면접위원들은 면접자에 대해서 잘 모르기 때문에, 자기소개서를 통해 얼마나 준비되어 있는지 설득당하고 싶어 한다. 과거의 단편적인 스펙만 나열할 것이 아니라, 나만의 장점과 경험은 무엇인지, 미래를 위한 자산 가치는 높은지, 한의계를 위해서 꼭 필요한 인재인지, 인간적으로 원숙한지 등등을 알고 싶어 한다.
일곱째, 상투적인 이야기는 제발 좀 그만하자. 학업계획서의 ‘침/한약/사상의학/임상시험/아토피/추나’ 같은 유행어, 사회봉사나 실험실 견습 같은 상투적인 스펙 쌓기, 그리고 ‘4년 동안 학업과 기초연구, 임상연구에 모두 전문가가 되겠다’는 비현실적인 이야기들에 면접관은 지치기 마련이다.
서류상의 스펙은 과거를 보여줌으로써 충분히 필요한 인재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며, 면접은 인간적인 성숙과 진실성을 확인하는 것이다. 면접시험은 ‘한의전에서 공부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다른 학생보다 중요한 무엇을 더 지녔는지, 한의학을 위해 필요한 인재인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설득해 주시라, 왜 당신을 선발해야 하는지.
미래를 만들어갈 한의계의 차세대, 파이팅!! 진심은 감동을 준다. 교수도 사람이니, 감동받으면 설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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