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 나는 공무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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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 나는 공무원이다
  • 승인 2012.10.18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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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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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정심의 대가를 흥분하게 만든 것은?

감독 : 구자홍
출연 : 윤제문, 송하윤, 성준
작년 ‘나는 가수다’라는 TV 프로그램에서 누구나 당연시 여겼던 가수들의 새로운 모습을 재발견하면서 이후 ‘나는 OO(이)다’라는 패러디 제목이 급증했다. 이러한 현상은 평소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 별다른 의미를 두지 않았던 사람들에게 뭔가 뿌듯한 자부심을 심어 놓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그래서 영화 ‘나는 공무원이다’ 역시 이런 맥락 속에서 공무원들의 진정한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영화는 거기에 홍대 인디밴드의 음악을 덧입히면서 우리가 평소 알고 있던 공무원들의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모습을 만날 수 있다. 

자신의 삶과 직업에 200% 만족하며 살아가고 있는 남자 한대희(윤제문)는 마포구청 환경과 생활공해팀에 근무하는 10년차 7급 공무원이다. 웬만한 민원에는 능수능란, 일사천리로 해결하며 평정심을 유지하는 그의 좌우명은 “흥분하면 지는 거다”로 일명 “평정심의 대가”이다. 변화 같은 건 인생의 적으로 여기고 퇴근 후 나름 여가생활을 즐기던 어느 날, 한 인디밴드를 만나게 된다.

공무원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칼퇴근’이다. 그러나 현실은 야근을 밥 먹는 듯 하고, 자연재해 및 각종 사건사고가 있을 경우엔 항상 비상대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최근엔 칼퇴근이란 언감생심이라는 말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수많은 사람들이 공무원이 되기 위해 빡세게 시험공부를 하는 것은 나라의 녹을 받으면서 정년이 보장된 직업이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요즘 같은 경쟁 사회에서 공무원이라도 편한 직업은 아니겠지만 민원인의 입장에서는 매우 편한 자리로만 보이는 것은 왜일까? 물론 입장 바꿔 생각하면 영화 속 주인공처럼 평정심을 갖고 절대 흥분하지 않아야 제대로 공무원 생활을 할 수 있을 정도로 힘든 직업 중에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공무원이다’라는 영화는 여태 우리가 잘 모르고 있었던 공무원들의 모습을 리얼하게 그리면서 그들만의 애환을 엿볼 수도 있다.

주인공은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나섰다가 엉겁결에 사기 사건에 휘말리면서 울며 겨자 먹기로 인연이 된 인디밴드들과 만나면서 어쩌면 공무원뿐만 아니라 모든 직장인들이 꿈꾸는 일상생활에서의 긍정적인 일탈을 보여주고, 정체되어 있는 삶의 윤활유로서 음악이 인생의 또 다른 재미로 부각되고 있음을 얘기하고 있다.
드라마 ‘뿌리 깊은 나무’와 ‘더 킹 투허츠’를 통해 놀라운 연기력을 보여주었던 윤제문이 타이틀 롤을 맡은 ‘나는 공무원이다’는 그만의 생활연기가 무언인지를 진심으로 보여주고 있다.

단, 상업영화로서는 밋밋한 이야기 구성과 평이한 연출이 전체적으로 지루하게 느껴지는 아쉬움이 있지만 마포구 홍대 근처에 살거나 자주 갔던 관객들과 홍대 인디밴드에 관심 있는 관객들이라면 익숙함에서 오는 또 다른 재미를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전작 ‘마지막 늑대’에서도 경찰공무원들의 이야기를 담았던 구자홍 감독이 오랜만에 내놓은 작품이기도 하다.

황보성진 / 영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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