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비평 -「중국 고대 사상의 세계」
상태바
도서비평 -「중국 고대 사상의 세계」
  • 승인 2012.10.18 15: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홍세영

홍세영

mjmedi@http://


중국 고대사 심도 있게 검토하는 사상 교재

 

벤자민 슈워츠 지음

나성 옮김. 살림 刊

중국철학사는 한의학 전공자의 필수 교양에 속한다. 물론 수박 겉핥기로 핵심 정리만 하고 넘어갈 수도 있다. 그렇게 넘어간다고 해도 한의학개론을 배우는데 큰 지장도 없다.
다만 근대과학을 기초로 한 서양의학과 달리 고대 철학을 기초로 발원한 한의학에 대한 이해가 그만큼 얄팍해질 뿐이다.

중국철학과 관련된 책은 많다. 입에 대기 무섭게 딱딱하게 풀어놓은 풍우란의 「중국철학사」도 있고 장기균/오이가 쓴 말랑하면서도 지식 충만한 「중국철학사」도 있다. 국내 책으로는 임태승이 쓴 「중국철학의 흐름」처럼 화장실에 놓고 보기에도 손색없는 책이 있는가 하면 철학책 맞나 싶게 빠르게 몰입시키는 김충열의 「중국철학사」도 있다.

벤자민 슈워츠가 쓴 이 책은 출간된 지 오래다. 동아시아를 포괄하는 지역에서 광범위하게 발원한 고대 사상을 다루면서 중국 중심의 시각을 취하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천인감응의 우주론에 관해 비교적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간다. 최신 연구 경향도 반영되어 있고 관련 분야 학자들이 주로 참고하는 책이기도 하다.

저자에 따르면 고대 사상은 해당 지역의 문화적 특징을 바탕으로 발생한 후 다시 전방위적으로 흘러 다니면서 완성됨으로써 하나의 공통 문명을 형성했다. 이 책에서 흥미로운 내용 중 하나는 商 왕조를 탄생시킨 최고신이라고 하는 帝의 존재와 그의 관료기구이다. 갑골문에 따르면 제는 바람을 사신으로, 비와 구름을 재상으로 파견한다. 어딘가 익숙하다. 그렇다, 환웅이 하늘에서 데리고 온 신하도 풍백, 우사, 운사였다. 과연 공통 문명이다.

한편 중국의 고대 사상에서 수없이 등장하는 天은 매우 다양한 의미로 사용되었다. 주나라가 외친 ‘天命’은 하늘이 국가 권력을 정당화시키는 최후의 권위이자 왕조의 지속을 결정하는 최고의 도덕 의지이다. 이는 우주자연의 질서를 의미하는 도가의 자연천과는 다르다.

천인상응에서 말하는 천도 한 가지는 아니다. 고대 유가의 감응이 도덕천과 주재천에 치우쳤다면 황로학에서는 자연천과 인간의 감응을 말했다. 우리는 황제내경의 주요 원리로 천인상응을 꼽는다. 황제내경은 황로학 계열의 서적이니 두말이 필요 없겠다.

한초에 영향력이 절정을 달했던 황로학은 동중서의 등장과 함께 퇴색했다. 우리는 흔히 동중서가 감응우주론을 완성시켰다고 알고 있지만 동중서의 감응우주론은 황로학의 감응론을 유가적 입맛으로 개량한 종교적이고 정치적인 감응론이다. 한의학 전공자라면 이 정도는 알았으면 하고 입맛 다시게 하는 책이다. (값 2만 8천 원)

홍세영 / 경희대학교 강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