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일라정 제약화 과정 의문투성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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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일라정 제약화 과정 의문투성이
  • 승인 2012.10.18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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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주 기자

신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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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처방자 가족도 모르게 ‘천연물신약’ 출시

최근 심평원의 양방보험급여 결정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한국피엠지제약의 ‘레일라정’은 한의사 배원식 선생(2006년 작고)의 ‘활맥모과주’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원 처방자의 동의도 구하지 않고 한약인 ‘활맥모과주’가 ‘레일라정’이라는 천연물신약으로 출시된 배경은 무엇일까?

배원식한의원 2대 원장인 이종안 원장은 배원식 선생의 활맥모과주 처방을 물려받아 매년 11월이면 김장을 담그듯 활맥모과주를 담그는 전통을 잇고 있다.
이 원장은 “92년부터 배 선생님 밑에 있으면서 활맥모과주를 담그기 시작했고, 2005년 무렵부터 배원식한의원 2대 원장을 하면서 현재까지 활맥모과주 처방을 계속 쓰고 있다”고 말했다.

故 배원식 선생의 저서와 직접 담근 활맥모과주(좌). 선생이 직접 작성한 활맥모과주 처방내용(우)

그는 “선생님 저서인 「한방임상치료학」, 「초판 한방임상학」등에는 활맥모과주 처방이 나오는데, 레일라정의 구성과 비교해보면 ‘당귀·목과·방풍·속단·오가피·우슬·위령선·육계·진교·천궁·천마·홍화’로 똑같다”며 “레일라정의 추출방법도 25%에탄올로 했는데, 활맥모과주의 소주와 같은 의미”라고 밝혔다.

이 원장에 따르면 “배 선생님께서는 생전에 ‘활맥모과주에 들어가는 약재들은 모두 뼈를 튼튼하게 만드는 약재들로, 관절에 침투하는 약들은 술로 우려내는 옛 방법을 착안해 강근골시키는 약들을 술로 담근 것’이라고 말씀하셨다”며, “6·25 때 남쪽으로 피난을 가셨다가 올라오실 무렵 관절질환자들이 서울로 올라가지 말라고 막았고, 당시 급하게 약재들을 가루로 만들어 술로 담근 후 6개월 후에 먹으라며 나눠주셨다는 말을 들었으니, 활맥모과주를 만드신 시기는 6·25 무렵일 것이라 유추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종안 원장은 “배 선생님께 물려받은 활맥모과주를 여러가지 관절염과 요통, 견비통, 신경통 등에 많이 쓰고 있다”며, “임상효과를 말하자면 거동을 잘 못하시는 할머니들의 경우 1.5리터 두 병을 두 달 반 정도 드시게 되면 거동이 편해지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또 “내원 환자 중에 유명 소설가는 집필 후 활맥모과주를 마시고 잠들면 어깨통증이 완화되고 편안하게 숙면을 취할 수 있다며 꾸준히 찾고 있으며, 목과 어깨를 많이 사용하는 치과의사들도 활맥모과주를 많이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원장은 활맥모과주의 부작용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에 따르면 “활맥모과주가 혈액을 잘 통하게 해주는데, 지나치면 발진이 생기거나 가려움, 심장이 심하게 뛰는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며, “때문에 진찰을 할 때 활맥모과주의 부작용이 나타날 것으로 판단되는 환자에게는 활맥모과주를 드리고 싶어도 못 드리는 경우도 있으며, 또 술을 한 방울도 못하는 분은 사이다에 섞어서 드시라고 하는 등 사람에 따라 복용법을 달리한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그는 “레일라정의 경우에도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활맥모과주와 유사하게 발진이나 피부가려움증, 심장 뛰는 증상 등이 나타날 것으로 보이는데 한의사의 진단이 생략된 채 약이 사용되는 것은 위험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스승으로부터 물려받아 대를 이어 현재까지 사용하고 있는 처방이 자신은 물론 직계가족들도 모르게 레일라정이라는 이름으로 제약화된 상황이고, 이 원장을 비롯해 故 배원식 선생의 가족들에게는 로열티도 전혀 지급되지 않고 있다고 한다.

이 원장은 “90년대 말 동양의학회에서 교육을 받았던 한의사들 중 한 분이 배 선생님을 찾아가 활맥모과주 관련 연구를 해보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활맥모과주 처방에 대한 지적재산권 문제에 대해서는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고 한다”며, “이후 선생님께서는 자신의 처방을 기반으로 한 연구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보고받은 일이 없다고 하셨다”고 했다.

이 원장은 “예전에 「의림」誌에 있을 때 명의를 찾아가 후학에게 대표처방을 알려주는 코너가 있었는데, 앞으로는 더 이상 그런 일을 못할 것 같다”며, “레일라정으로 인해 한의계에서는 자신의 처방을 쉽게 공개할 수 있는 믿음 자체가 깨진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명처방이 있어도 사업수완이 좋은 다른 이들이 특허를 신청해놓으면 다 강탈되기 때문에 명처방을 가진 분들의 권리는 하루아침에 없어질 것”이라며 “그렇게 된다면 누가 책을 통해서 자기 처방을 공개하겠는가? 만일 책을 통해 제약화한다고 한다면 다시 새로운 법이 필요할 것이다”고 우려했다.

이 원장은 “선생님께서는 언제나 수업시간에 ‘진실로 임상에서 체험하고, 터득한 것을 거짓됨이 없이 학생들에게(후학들에게)전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올바른 강의이다’고 말씀하셨으며, ‘책을 저술할 때에도 추호의 거짓 없이 내가 임상에서 체득한 경험을 글로 실어야 한다’고 강조하셨다”며, “이런 정신을 가르쳐 주셨는데, 정말 한심한 일이 일어난 것”이라고 성토했다.

신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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