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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 미래 짊어질 젊은 연구자들(8)-권보인(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 면역학 박사과정)
면역계질환의 한의학적 치료 메커니즘 연구 희망
2012년 10월 11일 () 11:19:26 김은경 기자 carax30@mjmedi.com

   
카이스트 교정에 있는 장영실 동상 앞에서 포즈를 취한 권보인 씨.
권보인(27) 씨는 상지대 한의대 본과 3학년 때 우연히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에서 알레르기를 연구하는 실험이 있다는 내용이 담긴 포스터를 본 후 면역학에 관심을 갖게 됐다.

한의원에서 아토피피부염, 천식, 비염 등의 면역계 질환을 많이 치료하기 때문이기도 한데, 그 후 영어성적을 올리는 등 관련 정보들을 찾아가면서 차곡차곡 준비하여 2010년에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에 입학하여 면역학을 공부하고 있다. 면역학 중에서도 그의 주된 관심분야는 세포면역학이다.

“면역학에는 혈청학을 비롯해 면역화학, 면역약리학, 세포면역학, 면역병리학 등 여러 종류가 있고 아직 많은 것이 알려져 있지 않은 상태이지만, 세포면역학은 말 그대로 면역에 관계되어 있는 세포의 기능과 이동, 상화관계에 대해 연구하는 분야입니다. 저는 세포 자체의 특성뿐만 아니라 상호작용에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는 한의학교육에서 면역학의 비중이 과거에는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았지만, 현재는 비중이 많이 높아지고 있으며 갈수록 그 중요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그는 기흉질환에 대한 면역학적 현상을 보고자 을지의과대학 흉부외과팀과 연합으로 실험을 진행하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과거에는 영양섭취와 위생이 좋지 못했기 때문에 박테리아나 바이러스 등의 전염병에 대한 해결책이 면역학의 주된 관심사였다면, 요즘은 자가면역질환이나 알레르기와 같은 면역세포의 기능을 조절하는 쪽으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추세다.

“지금은 면역세포들이 면역력이 약해서 어느 질환에 감염돼서 죽어가는 것이 아니라 비염이나 천식처럼 외부 먼지나 항원에 대해서 어떤 염증을 일으키는 과민반응을 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그래서 면역반응이 시기적절할 때만 일어날 수 있도록 ‘조절’하는 것이 중요한데, 한의학적인 관점이나 치료법들이 장점이 있다고 봅니다.”
기자의 개인적 호기심에 “면역세포들은 왜 정상 이상의 과민반응을 보이느냐?”고 물으니, 그는 “그 부분이 가장 어려운 이야기인데, 그걸 밝힌다면 노벨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웃었다. 

그는 또 한의원에서 면역계질환을 볼 때 사용하는 한약이나 약침 등이 과연 면역계질환치료에 어떤 메커니즘으로 작용하는지에 대해 연구해보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권씨는 한의학적으로 사유하되 면역학적 실험방법론을 충분히 한의학에 이용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방식이 한의학을 터부시하거나 한의학적 방법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많은 사람이 한의학적인 치료방법을 이용할 수 있는 도구이며, 환자들에게 좀 더 설득력 있게 한의학적 방법을 전파할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융복합의 시대, 그는 한의학과 다른 분야를 함께 공부한 사람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보는데, 한의학의 치료효과를 좀 더 널리 알리고 싶은 꿈이 있다.
“저는 먼 훗날 면역학 연구실을 설립해서 한의학과 한의사들과 함께 호흡을 하면서 실제 임상에서 과학적으로 증명되지는 않았지만 실제로 치료효과를 보이고 있는 임상사례들을 수집해보고 싶습니다. 수집된 임상사례들을 과학적인 실험으로 구현한 후 논문을 생산하고, 그 논문이 다시 한의학적 치료법의 우월성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가 된다면 국민들에게도 한의학적 치료방법을 널리 알릴 수 있다고 봅니다. 일종의 한의학의 상품화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임상에서 정말 잘하시는 분들을 만나서 그 분들에게 그에 대한 보상과 라이센스를 부여하고, 그 방법을 공유하자는 것입니다. 이러한 환자 케이스 데이터가 쌓이면 한의계 내에서 선순환으로 작용되어질 수 있다고 봅니다.”
그가 한의학과 기초과학을 직접적으로 연계할 때 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일까를 고민했을 때 찾은 대답이다.

그는 연구와 임상 사이의 연계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지속적으로 고민해왔다.
어릴 때 천식을 앓은 적이 있었던 권씨는 서울의 유명한 대학병원에서 오랫동안 약을 먹어도 낫지 않던 질환이 모 한의대 부속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후 상태가 매우 호전되었던 경험이 있다. 한의사가 된 것도 그러한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한의학에 대한 신뢰가 높았기 때문인데, 무엇보다 한의학은 깊이 공부하면 할수록 무궁무진한 가치를 갖고 있기 때문이란다.

한의학의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현실에서 해결해야 할 난관들이 더 많지만, 그는 한의과대학 교육에서도 임상효과가 있는 질환 또는 치료방법들이 교육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점을 꼽았다.
“서양의학의 경우는 어떤 임상적 결과나 치료효과가 공유되고 계속 보고되는 시스템이지만, 한의학의 경우는 개개인은 노력을 많이 하지만 한의학계 전체 시스템으로까지 연결되지 않습니다. 특히 임상에서 탁월한 효과가 있는 치료방법도 한의과대학 수업에 정식으로 채택하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그래서 임상에서 효과가 좋은 질환이나 치료방법들이 빨리 한의과대학 교육으로 접목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임상과 교육이 활발히 소통된다면 학생들도 자신이 관심 있는 질환에 대해서 미리 구체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될 것이고, 학생들에게도 동기부여나 자신감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란다.
“물론 이러한 시스템이 구체화되고 실현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만, 저를 비롯한 젊은 한의사들이 타 학문분야로도 많이 진출해서 새로운 아이템들을 개발하고 새롭게 시도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끝으로 진로에 대해 고민하는 후배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을 물었다.
“제가 당장 한의학적인 임상경험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결국은 한의사들이 환자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가 제일 중요합니다. 직접적으로 치료를 하든 간접적으로 실험연구를 통해서든 말입니다. 한의학은 개인의 역량에 맡겨지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힘들겠지만 그럴수록 개개인이 그 돌파구를 찾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자기 스스로 ‘이 질환에 대해서는 정말 자신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공부하고 노력해야 합니다. 가령 이 약물을 실험을 통해 해봤더니 이 질병을 일으키는 기전이 현격하게 차단되는 것을 직접 해 보면 본인 스스로가 그 치료약에 대해서 자신감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런 고민을 진지하게 하다보면 자신의 성격, 취향, 비전에 맞는 진로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치열하게 질문하고 공부하고, 노력하면 비로소 한 분야에서는 자신감이 생길 수 있을 것”이라며, “처음에는 연구하는 과정이 힘들기도 하겠지만 두려워할 필요는 없으며 우선 부딪혀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전 = 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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