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이 만난 사람 - 안재규 대한한의사 비상대책위원장
상태바
편집국장이 만난 사람 - 안재규 대한한의사 비상대책위원장
  • 승인 2012.10.11 10: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예정 기자

이예정 기자

ingpage@http://


“천연물신약 방치하다간 5년 내 한의사 면허 공중분해 될 것”

대한한의사협회 대의원총회 비상대책위원장 선임소위원회(위원장 우정순)는 지난 9월 28일 의료기기와 한약제제 및 천연물신약에 대한 비상대책위원장으로 한의협 안재규 명예회장(제34·35대, 2002.4~2005.6) 선임을 공식 발표했다. 이에 안재규 비대위원장은 9월 30일 중앙비대위원을 소집해 1박 2일간의 회의를 가진 후 10월 2일부터 공식적인 행보에 들어갔다. 이에 안재규 비대위원장을 만나 향후 천연물신약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활동을 펼칠 것인지 들어보았다. <편집자 주>

한의계는 지난 9월 2일 임시대의원총회가 끝난 후 천연물신약 관련 비상대책위원장을 선임하기까지 거의 한 달의 시간이 걸렸다. 비대위 구성이 무엇보다 시급한 문제이긴 했으나, 한의협 집행부와는 별도의 정책결정권, 인사권(직원 배치권) 등을 갖게 되다보니 자리에 대한 부담감이 적지 않았을 것이고, 문제를 풀어나가야 할 시간의 촉박함도 커다란 중압감으로 다가와 선임이 쉽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안재규 비대위원장은 “비상대책위원회 선임소위원회 대표들이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달라는 요청을 해와 처음에는 조금 당황스러웠다. 회무를 놓은 지가 오래되었고, 옛날만큼의 열정이 있을까하는 걱정도 되고, 여러 가지 개인적인 사정들 때문에 망설였고 거절도 했다. 그러나 한편으로 국정감사가 코앞에 닥쳐 있고, 돌아가는 상황이 급박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터라 고민을 거듭하다 추석명절을 바로 앞두고 결단을 내리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일단 비대위원장을 수락한 이상 모든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해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할 것이며, 조만간 한의원도 휴업하고 비대위원장 임무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천연물신약 문제의 핵심은 △국가의 막대한 예산이 투자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실적이 없자 허가 규정을 대폭 완화시켜 한약제제를 천연물신약으로 둔갑시킨 점, △한방원리에 의해 개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한의사들에게는 처방권이 부여되지 않고, 한의약에 비전문가인 양의사들에게는 건보급여까지 적용시켜 무분별한 처방이 난무해 약물 부작용이 우려되는 점 △천연물신약 원료를 국산 한약재가 아닌 원산지 표시도 없는 수입 엑기스제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 △천연물신약 개발에 따른 기원 생약 및 허가 근거, 원료 수입에 관한 정보 누락 등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원래 천연물신약 정책의 목적은 아스피린 탁솔과 같이 천연물에서 유효성분을 추출하여 신약을 개발해 해외에 국산 신약을 수출하고, 특용작물 재배 농민경제 활성화를 위해 추진되었다. 하지만 2001년부터 2010년까지 총 1천500여억 원을 투자했음에도 불구하고 해외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수출실적이 미비해 한약제제를 이름만 바꿔 천연물신약으로 허가 받아 시판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안 비대위원장은 “국민의 혈세가 이렇게 낭비되었는데도 아직도 정부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오히려 약사법 모법에 어긋나는 식약청 고시를 수차례 개정하고, 제조원가 절감을 위해 원산지 표시도 없는 수입 원료를 사용하는 제약회사들의 행태를 눈감아 주면서 국산 한약재 농가는 고사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고 비판했다.

기존한의서나 한의사들의 임상에 근거했다는 이유로 의약품 품목 허가 요건을 대폭 완화해 주고 있는 천연물신약을 양의사들이 처방할 경우 필요한 의약품 정보가 매우 부족하기 때문에 부작용 및 약물 오남용의 가능성도 지적했다.

안 비대위원장은 “국민의 건강을 책임져야 할 국가기관이 한의약에 대해 전혀 무지한 양의사들에게 처방권을 부여하고, 더군다나 양방건보급여까지 적용시켜 건보재정을 축내고, 약물의 오남용에 따른 약화사고를 부추기고 있는 어처구니없는 현실이 벌어지고 있다”며, “국감을 전후해 신문광고와 언론보도를 통해 식약청의 왜곡된 한의약정책 행태를 낱낱이 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안 비대위원장은 “양의사들이 천연물신약을 지금처럼 무분별하게 사용할 경우 향후 어떤 부작용들이 발생할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라며, “예를 들어 위염 처방으로 쓰이는 스티렌의 애엽은 따뜻한 성질의 약으로, 몸이 찬 사람이 쓸 경우 좋은 약이지만, 몸에 열이 많은 사람에게 쓸 경우 굉장히 부작용이 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구나 “골관절염 치료에 쓰고 있는 조인스정의 하고초나 소화불량증에 쓰이는 모티리톤정의 견우자는 독성이 매우 강한 한약재들로, 과거 한의사들에게도 약리를 밝혀내지 못했다고 해서 허가를 내주지 않았던 것을 독성시험도 거치지 않은 천연물신약에는 버젓이 허가를 내주는 웃지 못할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며, 식약청의 한의약정책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안 비대위원장은 “이러한 사실들을 국민들은 꼭 알 필요가 있고, 국민들도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되면 분명히 분노할 것이다”며, “만약 이 부분에 있어서 이해단체에서 이의를 제기한다면 그것은 도덕성에 문제가 있다고 밖에 할 수 없다. 한 때는 한약을 먹으면 간이 나빠진다는 둥 한약에 대해 갖은 폄훼를 일삼았던 집단이 이제는 앞장서서 한약제제를 쓰겠다고 나서는 것은 도덕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이기 때문에 이 부분도 이슈화시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현재 천연물신약은 총 7종이 허가된 상태지만, 조만간 100여 가지가 출시를 대기 하고 있는 상황이며, 이런 식으로 가다간 길게는 5년 이내, 짧게는 2~3년 안에 한의사면허는 공중분해 될 것”이라고 위기의식을 불러일으켰다.
즉 기존한의서에 수재된 처방들을 모조리 천연물신약으로 개발해 양의사들이 처방하고, 한의사들의 첩약에 대해 끊임없는 폄훼를 일삼는다면, 한의원에서 한약을 처방받을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 비대위원장은 “이런 총체적인 문제를 국가가 나몰라라 하고 무책임하게 방치한다는 것은 국가가 부여해 준 면허를 국가가 스스로 박탈해 버리는 꼴”이라며, “따라서 이런 심각한 상황은 93년 한약분쟁이 한의계에 폭탄이었다면, 이번 천연물신약 사태는 핵폭탄에 비유할 수 있다. 지금이라도 한의계는 방향을 제대로 잡아 공중 분해되는 것을 막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나라가 망하는 경우를 보면 지도자가 어리석고 사리분별이 바르지 못해 민심을 위반해 민란이 일어나고 외침을 받았을 때인데, 현재 한의계가 바로 이런 혼란스러운 상황인 것 같다”며, “지도자가 확실한 뜻을 가지고 2만 한의사를 대동단결시켜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제일 우선적으로 천연물신약 문제에 대해 회원들이 제대로 알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기로 했고, 그래서 비대위에서는 천연물신약 특별호를 제작해 전체 회원들에게 배포했다”고 말했다.

각 시도지부와의 단합된 목소리도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이에 안재규 비대위원장은 “현재 각 지부에 지부비대위를 조직해 줄 것을 요청한 상태인데, 만약 각 시도지부가 이 문제를 방치한다면, 각 지부장들의 직무유기”라고 말했다.

안 비대위원장은 “단기적으로는 현재 잘못된 한의약정책을 알리는데 주력할 것이고, 장기적으로는 현재의 한약에 대한 법률체계의 잘못된 부분을 로스쿨 법률학자들에게 용역을 맡겨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치밀하게 대처할 생각이다. 그리고 이러한 작업들을 통해 제대로 된 새로운 한의약법이 탄생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현재 국감이 진행되고 있고 대선정국을 목전에 두고 있어 시간적으로 일하기가 참 어려운 상황이지만, 앞으로 1~2개월이 가장 중요한 시기이므로 비대위원들은 현재 백방으로 천연물신약의 이슈화를 위해 뛰고 있다”며, “회원들 모두 어려운 상황이지만, 우리 학문이 제대로만 되면 무언가 좋은 그림이 나올 수 있는 학문이므로 한의사라는 긍지를 잃지 말았으면 좋겠고, 현안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동참해서 힘이 되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예정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