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산책 (554) -「諸病源候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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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554) -「諸病源候論」
  • 승인 2012.09.20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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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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方藥을 싣지 않은 病論專書

「제병원후론」 사고전서본
隋代 太醫博士인 巢元方이 610년에 지었다는 책으로 병인과 증후를 집중적으로 논구한 최초의 전문서이다. 「諸病源候總論」 혹은 저자의 이름을 따 「巢氏病源」이라고도 부른다. 현전 「四庫全書」에 수록된 「巢氏諸病源候論」은 모두 50권의 체제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중 권1 風病諸候로부터 권36 獸毒病諸候까지가 일반 六淫雜病에 대해 서술한 부분이고 권37 부인잡병제후를 시작으로 권44 부인산후병제후까지가 부인과 질환에 대한 내용이며, 그 다음으로 권45∼권50까지가 小兒雜病諸候로 되어 있다.

전서는 67문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증후론 1720조를 열거하고 제반 질병의 원인과 병리, 증후에 관한 내용을 차례대로 서술하였다. 시기적으로 다른 책에 비해 매우 이른 시기의 저작임을 감안하면 이 책에 담겨진 내용은 매우 풍부한 것이며, 전염병, 기생충, 부인과, 소아과병증이나 외과 수술에 대해 매우 정밀하고 희귀한 논술이 적지 않게 기재되어 있다.

더욱이 「外臺秘要」 「太平聖惠方」 등의 병인, 병리분석에 관한 내용 대부분이 이 책에 의존한 것이어서 후대에 상당히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송대 「聖惠方」에서는 매 병증각문의 첫머리마다 이 책에서 제시한 병론을 앞자리에 배치하고 있어 이 책을 얼마나 중요시 했는지 재삼 확인해 볼 수 있다.

이 책에 대한 四庫提要의 해설을 찾아보면, 6권의 解散病諸候는 寒食散을 복용한 자에게 나타나는 것으로 六朝시대 사람에게 보이는 증상을 기록한 것이어서 이 책의 기술 연대에 대한 신빙성을 다시 한 번 입증해 보이는 것이다.

특히 여러 병증의 끄트머리에 도인법을 기술한 곳이 더러 있으나 「素問」 「難經」의 예에서 보는 것처럼 “但論病源, 不載方藥”이라 하여 치료처방이나 약방을 일체 기록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한편 이 책에 관한 우리 역사 최초의 기록은 「고려사」인데, 권8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문종 12년(1058) 9월 충주목에서 새로 펴낸 「黃帝八十一難經」 「川玉集」 「傷寒論」 「本草括要」 「小兒巢氏病源」 「小兒藥證病源十八論」 「張仲景五藏論」 99판을 秘閣에 안치하도록 조처하였다는 史實이 바로 그것이다.

현재 이 책들의 실물은 전해지지 않으나, 이 시기 이전에 이미 巢元方의 「제병원후론」이 유입되어 읽혀졌던 것을 미루어 알 수 있다. 또 「고려사」에 기록된 「小兒巢氏病源」이라는 朝鮮刊本은 실물을 확인해 볼 수는 없으나 서명으로 보아 현전 사고전서본의 6권에 해당하는 부분을 별도로 간행했던 것이 아닐까 추정해 볼 수 있다.

이 책은 조선조에 들어와 1433년 「향약집성방」에 주요 인거서로 등장하며, 1445년 「의방유취」 인용서목에 龍樹菩薩眼論에 이어 ‘巢氏病源’이라는 서명으로 올라있다. 여기서 「千金方」보다 앞선 시기의 문헌으로 매우 비중 있게 다루어져 다량의 내용이 직접 채록되어 있다. 이어 「동의보감」에도 역대의방 앞머리에 들어 있는 것으로 보아 변함없이 주요한 의론서로 간주되어 왔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조선 후기에 이르러서는 간이한 임상방서가 대종을 이룸에 따라 그 중요도와 비중이 점차 감경되었다.

「사고전서」 편찬자의 이 책에 대한 평가도 매우 훌륭하다. “역대 경전과 방서, 맥론서가 매우 많지마는 제가 학설의 장단을 서로 비교하고 엄밀하고 치밀하게 논한 것으로는 후인들이 따를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나며, 「내경」 이후 張機와 王叔和, 葛洪 등 몇 사람 의가를 제외하고선 이 책이 요지를 파악하여 궁구한 가장 오래 된 책이라고 극찬하고 있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기념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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