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Ⅰ제63회 일본동양의학회 학술총회 참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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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Ⅰ제63회 일본동양의학회 학술총회 참관 (5)
  • 승인 2012.09.20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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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범

이해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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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일본의 한방의학

셋째 날의 오후 워크숍을 마치고 나니 폐회식 일정만 남았습니다. 폐회식을 시작하는 시간에 맞춰서 다른 강연들이 모두 마치도록 일정표에 계획되어 있었기 때문에 폐회식 시작 후에도 강연장에 사람들의 이동이 많았습니다. 우수한 포스터 연제와 학생 연제에 대해 수상식을 했으며, 다음 학술총회도 잘 부탁한다는 맺음말로 폐회식을 마쳤습니다. 다음 제64회 일본동양의학회 학술총회는 규슈의 가고시마市에서 내년 5월 31일(금)∼6월 2일(일)까지 3일간 개최된다고 합니다.

진료에서 VAS 활용 두드러져
3일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일본의 의사들이 한의학을 공부하고 발표하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잘 보았습니다. 처음엔 좋은 강연을 듣고 일본의 화한의학이 실제 필드에서 어떻게 운용되는지 알기 위해 학회에 참가했는데, 그에 더해서 느낀 점도 많았고 한-일간의 차이점도 발견한 의미 있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처방에 있어서 일본은 고방만 쓸 것이라는 선입견과는 달리 후세방도 일부 사용되고 있었습니다. 후세방으로는 보중익기탕과 십전대보탕이 학회 기간 중 가장 많이 언급되었습니다. 또한 고방을 합방하여 사용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한 처방으로 치료 중 증상이 변하면 다른 처방으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원 처방에 다른 처방을 합방해서 치료하고 증상이 소실되면 합방된 처방에서 처방 하나를 빼는 등 상당히 자유롭게 운용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진료에 있어서도 VAS는 많은 분들께서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많은 증례발표에서 VAS를 치료기간 내내 기록해서 그래프로 발표했으며, 그래프 위에 어떤 약을 투여하는 중인지도 함께 기재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그래프만 보면 VAS의 변화에 따라 약의 운용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한눈에 들어올 수 있도록 작성되어 있었습니다.
어떤 경우에는 증상의 변화 중에서 특이한 점들, 예를 들어 상열감이 없어졌다든가, 피부의 색깔이 원래대로 돌아온 것과 같이 중요한 시점 역시 그래프에 표시했는데, 이렇게 만들어진 기간에 따른 VAS 그래프는 환자의 치료과정 전체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주었습니다. 치료에 따라서는 VAS뿐만 아니라 영상화, 수치화할 수 있는 검사결과들도 함께 제시가 되었기 때문에 보다 객관화된 치료결과를 볼 수 있었습니다.

광범위한 영역에서 한방의학 활용
치료에 있어서도 피부과 소아과 부인과 내과 치료뿐만 아니라 수술 후 회복, 재발방지, 정신과 치료, 양약의 부작용 감소 등 굉장히 넓은 영역에서 한방의학이 활용되고 있었습니다. 특히 현대의학으로 치료가 잘 안 되는 병이 있으면, 동양의학으로도 접근을 해서 양약과 병용을 하거나 한약의 단독사용을 해서 치료를 하는 것 같았습니다.
학회나 학회지에 많은 증례나 치료통계가 나오는데, 그것은 이러한 치료결과를 정리해서 발표하는 문화가 있어서라고 합니다. 한국에서도 증례가 수준 낮다는 편견을 버리고 많은 증례를 모으고, 다시 이것을 정리한 통계를 만들고, 이것이 다시 다른 연구의 아이디어가 되는 순환이 이루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일본의 한의학 도서를 보니 정말 다양한 많은 책들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준별로도 다양한 책이 많아서 주요 증상들을 토대로 한약을 투약하는 법이 있는 가이드에서부터, 본격적으로 한의학적인 변증을 시도할 수 있는 책, 임상경험례 모음집과 EBM이 자세히 정리된 책등 넓은 영역에 빈틈이 없이 고루 책이 나와 있었습니다.  

키타사토대학 동양의학종합연구소 조제실

키타사토대학 동양의학연구소 방문
학술총회를 마친 뒤 저는 도쿄로 이동하여 WHO 전통의학 협력병원으로 지정되어있는 키타사토 연구소 부설 동양의학연구소를 방문하였습니다.
방문일 한 달 전부터 준비를 했는데, 이곳에 방문기회를 얻기 위해 김장현 前 대한한의학회장님과 요코하마 약대의 김성준 교수님께서 애써주셨고, 원활하게 방문을 진행할 수 있도록 김갑성 대한한의학회장님께서 도와주셨습니다.
신주쿠에서 남쪽으로 대중교통으로 약 30분 정도 떨어진 거리에 있는 키타사토대학 동양의학종합연구소는 줄여서 키타사토 연구소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일본에 개설되어 있는 유명한 한방외래 중의 한 곳이라고 합니다. 이곳에 도착해서 오가타 선생님과 코지 선생님을 만난 후 이곳의 핵심시설인 조제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조제실 내에는 건조된 한약재를 담은 서랍이 있는 책상 6개가 오밀조밀하게 붙어있었고, 각 책상마다 1g, 2g, 5g, 8g, 12g등 무게별로 정말 다양한 약 스푼이 많이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처방전을 가지고 잘 건조된 한약재를 떠서 전자저울에 담아서 확인한 다음 약을 포장할 수 있는 둥그런 기계 위에 달린 칸에 차례로 담았습니다.
절도 있는 손동작으로 한약재를 떠서 전자저울에 달면 거의 맞았습니다. 만일 무게가 0.1g이라도 차이가 나면 약을 다시 약통으로 옮긴 다음 다시 떠서 무게를 재는 절차를 반복했습니다. 약의 무게에 관해서는 정말 꼼꼼하게 체크하는 것 같았습니다. 이 절차를 조제하는 모든 과정에 반복했는데, 예를 들어 3일분의 처방이 나오고 1일 2회 복용하고 처방에 6개의 약이 들어간다면 이러한 세밀한 무게 확인절차를 36번 이상 하는 식이었습니다.
포장기계는 각 칸별로 투명한 비닐 파우치에 담아서 밀봉하는 역할을 했는데, 하나의 처방을 다 만들고 나면 진공청소기로 칸에 남아있는 한약재의 가루들을 청소했습니다. 조제실 한쪽에는 엑스제들을 조제하는 공간도 있었는데, 대부분 쯔무라에서 만들어진 엑스제들로 약장이 채워져 있었습니다.
조제실 외에 탕전실도 볼 수 있었는데, 일반적인 전기약탕기도 여러 대, 압력식 약탕기도 몇 대 있었고, 한쪽에는 감압농축기도 있었습니다. 압력식 탕전기는 한국의 제품을 쓰고 있는데 고장이 잘 나지 않아서 좋다고 했습니다.
탕전실 옆에 있는 별도의 연구실에선 HPLC기계를 비롯한 기계들이 있었고, 그동안 모아온 기원별, 산지별 약의 성분프로파일 모음철도 잠깐 볼 수 있었습니다. 새 한약재를 받아오면 검사를 해서 프로파일과 비교해 일정수준에 미달하면 돌려보낸다고 하면서 이제껏 그런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했습니다.

데이터와 통계 중요시, 후세방에도 관심
또 이곳의 도서관도 볼 수 있었는데, 많은 고서와 책들이 잘 수집되어 있었습니다.
오래된 고서들은 도서관 내부의 고서를 모아놓은 방이 따로 있어서 그곳에 가야 볼 수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아주 오래된 「상한론」 고서를 펼쳐서 보여주셨는데, 냄새가 이상하다고 하자, 벌레가 생기지 않도록 책에 약품처리가 되어 있어서 그렇다고 했습니다. 아주 중요한 고서의 경우 이곳에 있는 밀폐된 책장을 열어야 접근이 가능했는데, 보관과 보안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았습니다.
마지막으로 병원의 동양의학자료 전시관을 들렀는데, 그곳에는 절반은 동양의학의 역사에 관한 설명과 관련된 사료들이 있었고, 나머지 절반에는 연구소의 역사와 관련된 설명들과 연구소에서 만든 자료와 책들, 그리고 역대 연구소장님에 관한 소개가 붙어있었습니다.
학술총회에서는 일본의 임상연구의 현재를 보았다면, 키타사토 연구소에서는 진료를 둘러싼 시설과 현재를 볼 수 있었습니다.
일본의 한방의학은 어떨 것이라는 고정관념과 어렴풋이 들은 정보와 달리 현재의 일본의 한방의학은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었습니다. 다양한 치료에 한약을 응용하고 있었으며, 데이터와 통계를 지속적으로 모으고 있었습니다. 대학병원뿐만 아니라 많은 병원과 개인의원에서도 증례수집과 치료통계를 가지고 학회에 발표하는 등의 학문의 발전에 기여를 하고 있었습니다.
고방뿐만 아니라 후세방까지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으며, 모든 의대에 일정수준 이상의 한방의학이 교육되고 있었습니다. 한방의학과 관련된 다양한 수준의 책들이 출간되고 대중서적도 20만 권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가 나오는 등 저변을 넓히고 있었습니다. 한의학도 한국에 맞는 방향을 찾아서 여러 활동을 통해 더 앞서나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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