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위키칼럼&메타블로그-사이비론(似而非論)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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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 위키칼럼&메타블로그-사이비론(似而非論) (4)
  • 승인 2012.09.20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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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호

김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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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사이비 구별법

어느 정도 알려져 있는 사이비 구별법과, 한의학계 및 한의학 사칭계를 관찰하다 느낀 것들을 모아서 정리해본다.

1) 우리만 된다

대부분의 사이비들은 “우리만 된다”는 선민사상을 주입한다. 남들과 같다면 신도들이 늘어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만 된다” “치료율이 매우 높다” “새로운 이론이며, 아직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는 말들을 반복한다면, 이것은 의심해보아야 한다.

특히 대부분 체계적인 변증 및 진단체계가 없으며, 적은 양의 이론으로 모든 것을 승부 - 一以貫之 - 하려고 한다. 그렇게 적은 노력으로 한의원이 환자로 넘치고, 그 환자들을 모두 치료해서 진정 돌아온 화타가 될 수 있으면 선생님이라고 칭하시는 분들 직접 면허 취득해서 한의원 개원만 하면 전 세계 의료시장은 다 그 선생님이라는 분 아래로 헤쳐모여 할 수 있을 텐데 왜 안하는가?

이미 한의사인 사이비들은 데이터 조금 정리해서 논문 내고, 학계에 진출하고, 돈 많을테니 펀드 좀 줘서 대규모 연구하면 세계적으로 훌륭한 의사가 될 수 있을 텐데 왜 안하고 그 좁은 개인 한의원에서 제자 몇몇 모아서 “이거 우리만 아는 거야”는 식의 다단계 짓을 하는가?

개인의 영달은 필요 없기 때문에? 마더 테레사가 평생을 세상의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을 위해 봉사한 것이 개인의 영달을 위한 건가? 진짜 온 세상의 병든 자들을 위한다면, 좁은 강의실 골방에서 찍찍 필사본으로 조용조용 하지 말고, ppt라도 만들어서 학회에 발표 좀 해보길 바란다. 세계적인 무대에 설 수 있게 다리 놔줄 사람들 아주 많다.

2) 학문적 자존심

사이비들은 학문적 자존심이 없다. 학문적 자존심은 “내가 이 이론을 사랑하는가”가 아니라, “내가 사랑할 정도로 이 이론이 진실에 가까운가”가 중요하다. 자신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 학자들은 끊임없이 자신들의 영역을 넓히고, 도전하고, 안으로 채찍질한다. 반증이 발생하면, 그것을 받아들이고 기존 이론을 수정하기도 한다. 도전적인 사람들은 스스로 반증을 찾으려 하기도 한다.

학문이란 끊임없는 도전으로 완성되어 가는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이비는 그런 체계가 없다. 자체 정화능력과 자동 수정능력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냥 그들은 자신들의 이론을 일편단심 ‘사랑할 뿐’이지, 그것이 얼마나 진실에 가까운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3) 내가 발견했다 최초이고 최고이다

세상엔 수십억의 지성이 있고, 최소한 그 중 수천만 ~ 수억 명은 평균을 많이 상회하는 지적능력을 가지고 있다. 사람들은 대부분 비슷한 생각들을 하기 마련이다. 게다가 사람을 치료하거나 세계를 설명할 정도의 이론은 하루아침에 쉽게 형성되지 않는다. 최초이고 최고일 수는 있지만, 그 정도의 강렬한 발화라면, 그 정도의 강렬한 근거들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합리적 사고의 강령 중에 이런 말이 있다.

“범상하지 않는 주장은 범상하지 않는 증거를 요구한다.”

 4) ∼카더라

사람은 정보를 왜곡시킬 수 있으며, 자기가 듣고 싶은 것만 듣는 경향이 있다. 사이비까지 가지 않더라도, 일반 사람들의 기억도 쉽게 왜곡, 대치, 삭제되기 마련이다.

“발화 그 자체가 기적이 아닌 이상, 증언에 근거한 증거는 언제나 불충분하다.”

5) ∼나는 이렇게 본다

세상 어느 누구도 자신만의 견해를 가질 수 있다. 그러나 현상을 설명할 때는 개인적인 ‘견해’는 전혀 쓸모가 없다. 애매한 가설들과 범우주적 소설들로 자신의 견해를 피력하지 말고, 물질계를 논할 때는 형이하학적인 물질들에 대한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 최소한 검증받은 text나, 검증받은 저널의 paper를 증거로 제시해야 한다. 그냥 자신의 견해는 자신의 견해일 뿐이다.

6) 인정받은 근거를 대지 못하고 상대방을 공격하는 근거를 찾는다

근거를 대라는 매우 상식적인 요구에도, 그들은 근거를 대지 못한다.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는 가져오지 못하고, 상대의 주장에 허점이 있는지만 줄기차게 묻는다.

“우리 선생님이 공을 던지면 기운을 받아서 자유낙하하지 않고 일정시간 공중에 떠 있을 수 있어. 그게 바로 기 이고 에너지야.”

“무슨 소리야. 뉴턴역학에 의하면 모든 물체는 질량에 상관없이 같은 자유낙하를 하게 돼.”

“근데 알아? 뉴턴역학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 의해서 깨진 지 오래야.”

뉴턴역학이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고, 양자역학이 그 부족한 부분을 설명할 수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너희 선생님이 공을 던지면 그게 자유낙하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하는 건 아니다.

게다가 필시 저 사이비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과 뉴턴역학, 그리고 양자역학의 관계도 잘 모른다. 플랑크 상수가 0으로 수렴하는 경우, 즉 양자역학의 거시적 해(solution)가 뉴턴역학이라는 사실을 알면, 저런 이야기를 못할테니까.

7) 순환논리

카드 돌려막듯이, 순환논리를 사용하는 것도 사이비의 익숙한 방법이다. 양질의 근거가 없기 때문에 몇몇 가정 혹은 가설들을 명제인 것처럼 둔갑하여 순환논리 구조를 형성한다.

“세상은 하나로 되어 있어. 그렇기 때문에 너의 기운을 내가 느낄 수 있는 것이고, 그것은 우리의 거리가 아무리 멀어도 가능한 일이야.”

“정말? 왜 그런데?”

“세상은 하나로 되어 있기 때문이지.”

사이비들의 뫼비우스적 발화이다.

8) 믿음의 강조

믿음을 강조하는 이론은 없다. 논리, 합리는 인간의 믿음으로 강해지고 약해지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존재한다. 내가 삼단논법을 믿지 않는다고 해서 삼단논법이 틀린 것은 아니며, 내가 절실히 믿는다고 해서 안 나을 환자가 낫는 것은 아니다. 내가 약을 잘 썼기 때문에 낫는 것이고, 약을 못 썼기 때문에 안 낫는 것이다. 이론에 있어서 믿음을 강조하는 것은 정말 100% 사이비로 봐도 과언이 아니다.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했는데 환자가 잘 낫지 않습니다.”

“믿음과 의지의 차이다.” 이게 의학인가? 이게 과학인가?

9) 사이비들이 좋아하는 과학적 단어

에너지장, 중력장, 양자장, ∼장, 파동, 양자, 광자, 우주, 전기, 미세, 생체전류, 공명, 진동, 미분, 물질과 파동의 이중성, 불확정성.

사이비들은 태생적으로 과학에 대한 열등의식이 있다.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어디서 주워들은 단어들을 교묘히 결합하여 마치 과학적으로 보이기 위해 부단히 애를 쓴다.

그러나 그런 행동들은, 진짜 과학자를 만나면 순식간에 무너진다. 내가 한의대에 처음 입학하였을 때 정말 놀랐던 것이 바로 이것이다. 눈앞에서 제3의 물리학이 살아 숨 쉬고 있는 기괴한 꼴을 정말 많이 보았다. 잘하면 당장 내일 아침 제2종 영구기관도 만들어 낼 것 같았다. 열역학 제1법칙도, 제2법칙도, 제0법칙도 없는 그런 해피네이션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10) 사이비들이 좋아하는 감정적 단어

마음, 화합, 긍정, 믿음. 위에서 이야기 한대로, 마음과 믿음으로 세계를 설명할 수는 없다. 화합과 긍정은 위에서 언급한 pseudo-harmony로 갈음하겠다.

마음과 화합과 긍정과 믿음은 인간관계, 사회생활, 사랑하는 이들과의 생활, 그리고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공포로 좌절하고 있을 때 옆에서 친한 친구가 술 한 잔 먹으면서 위로할 때 쓰는 말이다. 의학을 논하고, 환자를 논하고, 변증논치를 말할 때 쓰는 단어들이 아니다.

11) 학회결성. 논문이나 자료에 대한 갈망, 그러나 의미와 가치를 파악하지 못하는 지적 한계

사이비들이 가장 먼저 하는 것 중 하나가 학회 결성이다. 학계에 대한 열등의식 때문에 그렇다. 멋있는 말들을 써서 학회를 만들고, 인적 구조를 만들어서 체계를 갖춘다. 더 황당한 사이비는 학회지도 발간한다. 학회지라고 하면 일반인들은 엄청나다고 생각할 텐데, 학회지 만드는 것 정말 쉽다. 자기 돈 들여서 그냥 출판하면 된다.

중요한 것은 그 학회지가 얼마나 권위가 있냐는 것이고, 리뷰어들이 얼마나 훌륭한 학자들이냐는 것이고, 그 논문들이 얼마나 타인에 의해 cite 되냐는 것이다. 이런 엉터리 학회에서 엉터리 논문들을 써내면서 자신들의 논리를 구축한다. 동시에 다른 학회들을 슬쩍슬쩍 기웃거리며, 자신들의 구미에 맞는 논문들을 가져와 인용한다. 그런데 대부분 그들은 합리적, 과학적이지 않기 때문에, 논문을 제대로 읽을 줄도 모른다. 한마디로, 자료의 뜻도 제대로 모르면서 그냥 가져와서 타인을 현혹하는 것이다.

 

 

 

 

김 현 호
Engineer의 합리적으로 사고하기
엔지니어, 과학적 회의주의자, 한의사
 (http://www.kmwiki.net)

이 지면은 온라인상에서 한의학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주기 위한 ‘한의학 위키’와의 제휴로 만들어집니다. 더 많은 한의학 칼럼들이 www.kmwiki.net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한의학 위키 필진으로 생각이 젊은 한의사, 한의대생 블로거들의 많은 참여를 기다립니다. 참여를 원하시면 임정태 씨 메일(julcho@naver.com)로 보내주세요.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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