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이 만난 사람 - 93년 한약분쟁 이끈 허창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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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이 만난 사람 - 93년 한약분쟁 이끈 허창회 회장
  • 승인 2012.09.20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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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정 기자

이예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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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협 보다는 총력 기울인 투쟁 필요한 시점이다”

천연물신약은 한약, 한의약계 싸움 명분 충분
“타협 보다는 총력 기울인 투쟁 필요한 시점이다”

지난 9월 2일 대한한의사협회 임시대의원총회에서는 천연물신약 사태 해결을 위한 범한의계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심의 의결한 바 있다. 이에 조만간 비상대책위원장이 선임될 것이며, 본격적인 천연물신약 싸움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본지는 한의계 원로인 한의협 제26~27대 허창회 회장을 만나 93년 한약분쟁 당시 한의협 회장으로 활동하면서 겪었던 노하우와 어려웠던 일들을 들어보고, 향후 비상대책위원회 활동에 대한 조언을 들어보았다.<편집자 주>

 공을 내세우기 보다는 묵묵히 헌신하는 삶
“지난 봄까지 여러 현안에 대해 완전히 손을 놓고 지내다가 경기도한의사회 대의원총회에 천연물신약에 대한 성명서가 올라온 것을 보고 처음 문제를 인지하였다. 그 이후 내 문제인식이 혹시 잘못된 것인지 확인도 할겸 해서 전문지 기자들을 초청하여 간담회를 진행했다. 한약인 천연물신약 건에 대해 한의계가 지금까지 이렇게 무방비 상태로 밀려온 것에 대해 전문지 기자들의 의견을 묻는 자리였고, 그들의 반응을 통해 이 일은 한의사들의 명운이 걸린 일임을 직감할 수 있었다.”
허창회 회장이 천연물신약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시점이다.
허 회장은 “93년 한약분쟁의 공과를 말하라면, 잘한 것도 있고 잘못한 것도 있을테지만, 최근 천연물신약 문제가 대두되면서 93년 한약분쟁 당시 약사와 의약분업을 합의해 줬다는 말이 떠돌고 있는데, 합의해 준 적 없다. 그걸 안하려고 약사와 싸운 것이다”며, “현 한의협 집행부의 기조가 93년 한약분쟁 때부터 한약정책이 잘못돼서 지금까지 잘못되고 있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는데, 사실 한약제제는 한방제제란 이름으로 6~70년대부터 약사들이 마음껏 사용해 오고 있었던 것이다. 93년 한약분쟁의 핵심은 그동안 약사들이 한약을 맘껏 쓰던 것에 대해 제동을 걸고, 약사들의 업무를 제한한 것 이었다”고 말했다.
더불어 “그 당시에 대정부 투쟁을 전개하면서 정부기관에 한의약관련 부서도 없었고, 언론은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국회의원들은 어떻게 설득시켜야 하는지 전혀 몰랐지만, 한의사의 미래가 달린 문제였으므로 모두들 헌신적으로 임했다. 각자의 공을 내세우기 보다는 한의계를 위해 사재까지 털어서 뒤에서 묵묵히 뒷받침해주었던 동료들이 있어서 그 일을 감당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한의계 명운 걸린 일, 총력 투쟁해야
그런데 요즘 천연물신약 사태를 지켜보면서 안타까운 점이 많았다고 한다.
한의원 경영이 아무리 어렵다고 하더라도 한의학의 미래를 맞바꾸는 선택을 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충고했다.
허 회장은 “천연물신약 사태는 복지부와 타협할 일이 전혀 아닌 한의계 명운이 걸린 일이다. 천연물신약은 공동으로 사용하고, 대신 의료기기 사용권을 확보하겠다는 생각도 있었던 것 같은데, 이는 곧 의료일원화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따라서 천연물신약은 의료기기 사용과는 별개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은 누가 봐도 정당한 것이다. 시대가 변하고 과학이 발전해서 나온 산물인 의료기기를 양의사들만 사용하겠다는 것은 어느 누구한테도 설득력을 얻지 못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한의사는 백년 만년 진맥만 하고 살라는 이야기냐? 지금 나이든 양의사들 중에는 의료기기에 대한 공부 하나도 안 해도 쓸 수 있고, 한의사들은 열심히 공부하고 익혀왔는데 못 쓰게 한다는 것은 어느 누가 보더라도 납득할 수 없는 이야기”라고 덧붙였다.

 한의사의 자존심을 걸고 막아야 한다
한의협 집행부는 유권해석 나오기만 기다리지 말고, 천연물신약 문제가 제기되었을 때 바로 행동으로 들어갔어야 했다고 아쉬워도 했다. 즉 사회적으로 커다란 이슈를 만들어 놨어야 했고, 그랬더라면 지금 대선 공약에도 집어넣을 수 있었을 텐데 타이밍을 놓쳐버린 것이 안타깝다는 것이다.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지금부터라도 정부에 적극적으로 문제제기하고 언론에 알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허 회장은 “그동안 양의사들이 한약 먹으면 간에 해롭다는 둥, 살이 찐다는 둥, 중금속 범벅이라는 둥 하면서 한약을 일방적으로 폄하하고 헐뜯어 왔다. 그런데 이제 와서는 겉포장만 달라졌다고 천연물신약이 마치 양약인 양 전문의약품으로 등재해 보험급여까지 받고 있는 현실이다”고 꼬집어 말했다.
더군다나 “한약의 약리기전에 대해 전혀 모르는 양의사들과 천연물신약을 같이 쓰는 것은 학술적으로도 도덕적으로도 용납될 수 없는 문제이다. 양의사들의 천연물신약 사용을 방치하는 것은 한의학의 전문가인 한의사들이 오히려 양의사들의 잘못을 눈감아줌으로써 국민 건강 위해 요소를 묵인하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라며, “한의사의 자존심을 걸고 책임감을 가지고 막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한약의 전문가는 한의사와 한약사이므로 한의사와 한약사가 합심하여 약사법에 대한 재개정 작업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정부는 천연물신약의 해외시장 활성화를 명목으로 국민의 세금을 거둬들여 막대한 개발비를 투자했지만, 그 결과는 수출 한 건 달성하지 못하고, 천연물신약 사용권한도 없는 양의사들에게 보험급여해 주고 있는 게 전부이기 때문에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이 막중하다”고 지적했다.
즉 의사와 약사는 한약에 대해 잘 모르고, 정부는 막대한 개발비용을 낭비했고, 부실하게 개발되어 허가된 약품을 양방보험에 편입하여 보험재정을 낭비했고, 이해당사자 간의 분란을 조장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싸워야 하는 이유가 분명해 진다는 것이다.

 험난하지만, 국민 공감대 충분히 얻을 수 있어
허 회장은 “지금은 한의계의 생사가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93년 한약분쟁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즉 “93년 한약분쟁은 정부와의 싸움이었지만, 현재의 천연물신약 사태는 정부 약사 의사 제약회사와의 싸움이다. 싸워야 할 대상이 많아졌으니 분명 험난한 길이 예상되지만 국민들도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명분이 있기 때문에 한의계가 똘똘 뭉쳐서 싸운다면 분명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약사법 전체의 허점을 찌르고, 큰 판을 벌려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또한 “이번 비상대책위원회는 한의협 집행부가 천연물신약 사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서 만들어진 것이다. 비대위가 기형적으로 운영되지 않기 위해서는 이제부터라도 한의협 중앙회를 비롯해 16개 시도지부의 적극적인 지지와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비대위 구성을 결의한 대의원들 또한 책임감을 가지고 비대위에 힘을 실어주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비상대책위원회는 하나의 소집행진이다. 따라서 비상대책위원장은 한의계에 헌신적인 사람이 필요하다. 또한 국회 홍보 논리 인프라를 가진 사람이 맡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허 회장은 마지막으로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한의학은 한의사의 것이 아닌, 국민들의 것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우리 사회에서 한의사의 역할을 분명히 할 것을 강조했다.

수원 = 이예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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