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제63회 일본동양의학회 학술총회 참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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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제63회 일본동양의학회 학술총회 참관 (4)
  • 승인 2012.09.13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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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범

이해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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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례나 치료통계 위주의 발표, 다른 연구 기초자료로 활용

국제회관 내 500여 석 규모의 두 번째로 큰 강연장.
아토피성 피부염의 탈스테로이드 요법 고찰
셋째 날 오전에는 ‘스테로이드 이탈을 목적으로 한 아토피성 피부염의 한방치료가 가능한가’ 라는 주제의 워크숍에 참가했습니다. 한국에서 이 워크숍이 매우 듣고 싶어서 일본의 학회까지 가게 된 점도 있었기 때문에 기대가 상당히 높았습니다.
일본 참가자들도 관심이 높아서인지 두 번째로 큰 발표회장에서 비교적 이른 시각인 아침 8시 30분에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강연장이 거의 찬 상태에서 시작해서 좀 있으니 자리가 다 차서 뒤에서 서서 듣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첫 번째 강연으로 피부과 전공의 모치부키 요시코(望月良子) 씨는 스테로이드 기피의 성인형 아토피성 피부염의 3증례에 대해 발표했습니다. 특이하게도 탈스테로이드요법이 성공한 1례, 탈스테로이드요법 중 심마진이 출현하여 약을 바꿔서 개선한 1례, 탈스테로이드요법에 실패하여 스테로이드를 병용하기 시작한 1례를 발표했습니다.

발표 중 직업별 아토피 치료기간의 통계도 보여주었는데, 직업에 따라 치료기간의 차이가 꽤 크게 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만큼 생활환경이 중요한 것 같았습니다. 통계적으로 스테로이드를 끊고 싶어 하는 사람이 47%이고, 환자들을 분류했을 때 황련해독탕증이 40%대였다고 했습니다. 탈스테로이드 치료에 있어서 39%가 탈스테로이드에 실패했다는 통계도 보여주었습니다.

네 번째 강연에서 소아과 전문의 츠루타 미츠토시(鶴田光敏) 씨는 ‘스테로이드는 나쁜 물질인가’에 관한 강연을 했습니다. 스테로이드의 부위별 흡수량이 있기 때문에 이걸 기준으로 잘 지켜야 한다는 이야기와 함께 아토피가 심해질 때마다 치료하는 reactive치료에 반해 심해지기 전에 꾸준히 관리하는 proactive치료에 대해 소개했습니다. 또한 스테로이드 단독사용보다 스테로이드와 한약병용시 환자가 느끼는 불편감이 더 낮다는 그래프도 보여줬습니다.

여섯 번째 강연으로 피부과 전문의인 나츠아키 마사로(夏秋優) 씨는 아토피성 피부염의 스테로이드 이탈을 둘러싼 여러 문제들에 대해 발표했습니다. 발표자는 아토피치료에 대해 짧은 스터디를 한 후 스테로이드는 필요할 때 짧게 써야 한다고 했습니다.
의사의 입장에서 한방치료는 스테로이드 부작용을 억제할 수 있는지, 스테로이드를 축적시키는지, 스테로이드 효과를 없애지는 않는지, 스테로이드 단독 사용이 더 좋지 않은지에 관심이 있다고 합니다. 그런 면에서 한약은 아직 근거가 부족하다고 했습니다.

발표자는 실제 탈스테로이드의 성공은 적을 것이며, 일시적으로 성공할지 모르나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탈스테로이드 시 기간별 증상변화 그래프를 보여주며 탈스테로이드 시작 후 급작스러운 증상악화가 시작되고, 이후 천천히 완화되며 자연치유과정을 겪는데 이게 실패해서 리바운드로 나타나면 악화가 지속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탈스테로이드 시작 후 증상이 나빠지기 시작할 때 치료를 시작하면 탈스테로이드 그래프에서 증상이 가장 나빠질 때까지 악화되기만 하는데, 환자는 이것을 치료로 인해 그런 것으로 오해를 한다고 합니다.

따라서 탈스테로이드 치료를 시작할 때는 스테로이드 이탈 후 바로 치료를 시작하지 말고 증상이 가장 안 좋아진 후 치료를 시작해야 하며, 치료 중 증상악화 시 어떻게 할지 미리 계획을 세워놓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또한 탈스테로이드 치료기간 중 QOL(quality of life)이 떨어지고 정신적 고통이 심하여 자율신경조절장애가 생기는 것을 염두에 두라고 했습니다.

런천세미나는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의 영양장애와 침구치료에 대한 발표가 있었습니다. 침 연구로 유명한 메이지 국제의료대학에서 좌장과 연자를 맡아 더 관심이 갔습니다. 강연자는 스즈키 마사오(鈴木雅雄) 씨이고, 이 세미나 전반부에 2004년에 발표된 중요한 논문을 소개하였습니다.
脾虛스코어와 위전도 그래프를 이용해 비허스코어가 높은 사람이 비허스코어가 낮은 사람에 비해 식전과 식후의 위전도 그래프의 차이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특정한 혈에 전침을 가한 결과도 볼 수 있었는데, 족삼리의 경우 위의 활동성이 강화되고, 천추의 경우 위 활동성이 감소되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서양의학과 한방의학의 병용
오후에는 서양의학과 한방의학의 병용이 유용한 증례에 대한 워크숍에 참가하였습니다.
첫 번째 강연에서 니미 마사노리(新見正則) 씨는 현대한방의학 프로젝트에 대해 발표했습니다. 폐색성동맥경화증에 프레탈이라는 약과 당귀사역가오수유생강탕의 비교실험, 대건중탕과 소화관운동 증진율 등 한약의 유효성을 밝힌 의미있는 발표를 했습니다.

특히 각각 179명씩의 인구집단에 있어서 보중익기탕 투약군과 비투약군으로 나눈 신형인플루엔자의 발병률의 비교에 있어서 투약군은 179명 중 1명이 발병했으나, 비투약군은 7명이 발병한 결과를 얻었습니다. 이 결과는 British Medical Journal에 발표되었다고 합니다.

이후 현대한방의학의 정체성에 대한 발표가 있었습니다. 우선 일본 화한의학이 중의학, 한의학과 다른 점을 발표, 국가단위의 의학에 관해 선긋기를 했습니다. 그런 다음 화한의학을 전통한방의학과 현대한방의학으로 시대별로 나누어서 현대한방의학은 서양의학이 주가 된 상태에서 한방운용을 고려하는 것이라며 국가별, 시대별 정체성을 정의했습니다.

이와 함께 “일반의의 한방치료약 사용과 한방전문의의 한방치료는 조금 다르다”며 수준별 계층도를 보여주었습니다. 그 그림에 따르면 한방전문의의 한방치료가 보다 높은 수준으로 치료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일본동양의학회에서는 학회의 의사가 있는 병의원을 찾아주는 앱을 만들어서 배포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일본에는 의사가 한약을 사용하지만 모두가 사용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만일 일반인이 한방치료를 받고 싶다면 어느 의사가 한약을 운용하는지 알아야하므로 상당히 의미 있는 사업을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두 번째 강연에서 카와하라 히사요시(川原央好) 씨는 소아 소화기운동 이상에 대한 서양의학적 진료에 한방약을 도입한 새로운 치료법을 발표했습니다. 소아 항문주위 농창의 경우 배농산급탕을 사용해 치료했다고 합니다.
또한 식도경련으로 인해 음식물이 식도에 머물거나 역류하는 증상이 있을 때 계지가작약탕을 투여해 개선되었으며, 장폐색환자의 치료, 복부수술 후 회복시 대건중탕을 투여해서 좋은 결과를 얻었다고 합니다.

세 번째 강연에서 류 신에이씨(劉震永) 씨는 기관지천식에서 서양의학과 한방의학의 병용치법에 대해 발표했는데, 천식을 表治와 根治로 나누어서 치료한 증례들을 발표했습니다. 표치로는 마행감석탕을, 본치로는 배토생금의 관점에서 비기허로 보아 보중익기탕을 고려한다고 하였습니다.

다섯 번째 강연에서 오카모토코이지로(岡本幸一郞) 씨는 만성경막하 혈종에 서양의학과 한방의학의 통합에 관해 발표했습니다. 만성경막하혈종 85례에서 수술 단독군 39증례와 오령산병용군 46증례를 가지고 재발률과 혈종의 축소율을 비교하였을 때 재발률에 있어서 수술단독군 15.4%, 오령산병용군 2.2%의 결과를 보였으며 축소율 역시 오령산병용군이 수술단독군보다 20% 이상 더 나은 효과를 보였습니다.
이 워크숍의 자유토론시간에 참가자들은 “RCT는 어렵다. 하지만 좋다”, “개인병원에서는 그러한 데이터를 모을 수 없다. 그래서 증례로 모을 수밖에 없다”며, 다소 의미 있는 발언을 했습니다.

일본 학회에서 병원이나 개인의원에서 오신 강연자들은 주로 증례나 치료통계를 발표했는데, 그 이유는 그들이 RCT를 몰라서가 아니라 연구가 아닌 치료를 최우선으로 하기 때문에 완치나 증상개선이 된 케이스를 위주로 모을 수밖에 없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증례수집이 다른 연구에 밑받침이 되거나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자료로 의미가 있어 보였으며 많은 사람들이 자기 자리에서 한방의학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일들을 하고 있는 것 같아서 보기 좋았습니다.

이해범/동국대 한의대 본과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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