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위키칼럼&메타블로그-사이비론(似而非論)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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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 위키칼럼&메타블로그-사이비론(似而非論) (2)
  • 승인 2012.09.06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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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호

김현호

mechante@hanmail.net


(전호에 이어)

자, 그러면 이제 세 번째로, 정상과학이나 상식의 공격에 대해서 그들이 어떤 식으로 라카토스의 보호대(protective belt, 자신들 이론의 기저부를 지키기 위해 조절과 반증이 가능한 이론들로 이루어져 있는 연구 프로그램의 일부)를 구축하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4. 사이비의 방어 논리
- 과학 상대주의
사이비들이 잘 언급하는 과학 상대주의를 쉽게 표현하면, “모든 가치는 상대적이고, 과학도 마찬가지이다. 과학은 문화의 영향을 받으며 시간에 따라 변하기 때문에 고정된 진리란 없다. 니들이 말하는 주류라는 것도 예전에는 방계 취급 혹은 그보다 못한 대접을 받지 않았느냐. 그런 측면에서 우리의 이론도 인정해야 한다”이다.
현재 주류이론(과학이든 의학이든 한의학이든 뭐든)도 예전에는 비주류였다는 사실과 사이비들의 이론이 옳다고 인정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일이다. 예전에 취급받지 못한 이론들이 현재 주류의 위치를 획득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것이 세상의 진실에 더 가깝기 때문이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자신들은 사이비가 아니라 현재 주류가 아닐 뿐이라고 주장하는 사이비들이여, 증명하라. 당신들의 이론이 보다 진실에 가깝다는 것을 증명하라. 그러면 언제든지 기꺼이 당신들의 이론을 받들어 섬기겠다. 과학 상대주의 운운하면서 진실은 변한다고 말하고 다니는 자들에게 도킨스는 결정타를 날린다.
“당신이 비행기를 타고 날아오다가 수만 피트 아래로 곤두박질 쳐서 박살나지 않는 이유는, 과학자와 공학자들이 지금까지 알려진 이론으로 자기 할 일을 제대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 과학 패러다임
과학 상대주의를 사이비들이 언급하면서 보통 같이 끌고 나오는 이론이 이 패러다임이다. 쿤은 패러다임 쉬프트라는 개념으로 과학사와 과학철학에 심오한 통찰을 남겼지만, 사이비들이 정당성을 증명하기 위해 자신의 이론을 맘대로 가져다 쓰고 있다는 사실을 안다면, 아마 저 세상에서도 분노로 치를 떨고 있을 것이다.
패러다임 쉬프트는 과학사에서 많은 사례로 관찰되고 있고, 라카토스의 연구프로그램개념과 함께 과학발전의 구조를 설명하는 훌륭한 이론이다. 패러다임 쉬프트가 일어나기 위해서는 정상과학(당시의 패러다임)이 위기를 맞아야 하고, 이 위기는 정상과학으로 설명되지 않는 사례들이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누적될 때 찾아오는 것이다.
그러나 사이비는 그런 사례를 전혀 제공하지 못할 뿐더러, 그것을 설명해 낼 능력도 없다. 오히려 그들이 제시하는, 현대과학이 설명하지 못하는 신비한 현상이라는 사례들은, 조목조목 따지고 관찰해보면 대부분 속임수이거나 편향된 관찰이거나 지식의 부족으로 발생한 것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 정상과학 한계론
개중 가장 악질이 이 정상과학 한계론이다. “현재 존재하는 과학이 아직 부족하기 때문에 밝히지 못하는 것이 많다. 언젠가는 발전해서 모든 것을 밝힐 수 있을 때가 올 것이다. 그러므로 나의 이론은 틀린 것이 아니라,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것이다”는 것이 정상과학 한계론을 말하는 사이비들의 패턴이다.
이 정상과학 한계론은 역설적으로, 가장 훌륭한 물리학자 중 한사람인 데이비드 봄이 단초를 주었다. 닐스 보어 - 아인슈타인 - 슈뢰딩거 - 드 브로이 - 하이젠베르크로 이어지는 양자역학이론의 황금기 때, “위치와 운동량을 동시에 정확히 측정할 수 없다”는 불확정성의 원리가 하이젠베르크에 의해서 확립되고, 거의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이에 동의하며 이론을 전개한다. 그리고 그 후 보고되는 모든 실험의 결과는 이 이론을 뒷받침 해 주었다. 이 양자역학의 주류들은 코펜하겐 학파로 불린다(혹시나 모를 오해를 위해 덧붙인다면, 아인슈타인은 사실 코펜하겐 학파가 아니다. 양자 역학의 탄생에 중요한 역할을 하였음에도, 그는 사망할 때까지 결정론자였고, 확률론을 부정하기 위해 빛의 상자실험이나 EPR 역설을 만들어 내었으나, 결국은 코펜하겐 학파에게 판정패를 당한다).
이 때 그들만큼이나 훌륭한 물리학자인 데이비드 봄은 갑자기 엄한 소리를 한다. 아마도 불확정성이 지배하는 세상에 대해서 뭔가 염증을 느꼈을 수도 있겠다.
“하이젠베르크의 부등호(불확정성의 원리를 대표한다)는 진실이 아니라, 우리가 모르는 어떤 팩터를 관찰하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따라서 부등호를 없애고 어떤 미지의 변수 X를 넣고, 등호로 만들어야 한다. X가 뭐냐고? 그건 모른다. 현대 과학이 아직 그것을 측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나는, 그 X를 구성하는 것이 보이지 않는 실체인 ‘에너지’ 와 인간의 ‘마음’ 이라고 확신한다”는 흰소리를 해버림으로써 그 후에 만들어지는 수많은 사이비와 신과학과 돌팔이들의 탄탄한 이론적 배경이 되었다.

사이비나 신과학, 돌팔이들 중에서 ‘마음’과 ‘에너지’를 언급하지 않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다들 반증불가능하고, 원천봉쇄가 가능한 소재들이다. 갈릴레오와 케플러, 뉴턴이 그 고생을 해서 우주의 공간에서 에테르를 걷어내었더니, 불과 200년 만에 데이비드 봄은 그 공간에 미세 파동이라는 에테르의 자식을 다시 채워 넣어버린 것이다. 그 후 이 봄의 이론은 글렌 라인이라는 또 다른 사이비를 만나 양자의학을 낳게 되고, 이는 아직도, 오늘도, 세계 곳곳에서 한국 곳곳에서 의학이라는 껍데기를 뒤집어 쓰고 많은 이들의 눈을 속이고 있다.
현재 과학이 불완전한 건 사실이다. 무엇이 더 발견될지 모르고, 현재 측정기술도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현재 측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실체가 없는 에너지’는 아닐 것이고, 그것이 ‘마음’은 더더욱 아닐 것이다. 측정기술이 충분하지 못하여 알 수 없다고 하면서, 이를 에너지나 마음으로 정의한 행위 자체가 역설이다.

- 음모론(마녀사냥)과 가짜 화합
지금까지 강한 척 했으니, 약한 척을 해야 할 때다. 궁지에 몰리면 그들은 약한 척 한다. 음모론이다. 마녀사냥이다. 혹자는 사회전반의 인식구조를 탓하기도 한다. “이런 종류의 탄압은 사회발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우리 모두 화합해서 서로를 긍정하는 긍정의 힘을 믿어야 합니다” “오픈 마인드가 사회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입니다”
첫째, 오픈 마인드는 사회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될 수는 있어도, 과학을 유지하고 진실을 추구하는 데에서는 그리 좋은 방법이 아니다. 오픈마인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날카로운 비판도 동반되어야 한다.
둘째, 그들의 화합은 가짜 화합이다. 새롭고 기괴한 이론을 받아들이는 데 인색한 사람들(나를 비롯한 과학적 회의주의자나 hard scientist들)은 겉은 hard 해도 속은 soft 하다. 날카로운 비판의 칼날을 견뎌내고, 세상의 현상을 훌륭히 설명하는 이론과 맞닥뜨린다면, 그들은 처음에는 혼란스러워 하겠지만 곧 그것들을 받아들이고, 유연히 본래의 세계에 그 이론을 녹이려고 애를 쓸 것이다. 그리고 그 이후에는 그 이론의 열렬한 지지자가 된다. 그러나 사이비들은 그렇지 않다. 겉으로는 soft 하고 open 되어 있는 척 하지만, 그들의 negative heuristics(이론 체계의 core)를 건드리는 순간 그들은 글자 그대로 악마로 돌변한다. 나는 이것을 pseudo-harmony라고 부르고 싶다. 그들이 화합을 강조하는 이유는, 자신들의 존재가 인정되고 받아들여질 기회를 노리는 것일 뿐, 진실로 모든 옷을 다 벗고 네 것 내 것 밝힐 때까지 다 밝혀보자는 의미가 아니다.
셋째, 긍정의 힘은 몇몇 논문과 후향적 연구로서 이미 오래 전부터 반증의 공격을 받고 있다. 「시크릿」같은 류의 자기 계발서의 원동력은 사라진지 오래다.

- 그 외 순환논리, 원천봉쇄, 성급한 일반화, 확증편향 등등 이미 널리 알려진 논리 구조에 어긋나는 일들을 그들은 비일비재하게 저지르고 있다. 더 깊이 설명하기 부끄러울 정도로 기본적인 개념이다.

 

 

김 현 호
Engineer의 합리적으로 사고하기
엔지니어, 과학적 회의주의자, 한의사
 (http://www.kmwiki.net)

 

이 지면은 온라인상에서 한의학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주기 위한 ‘한의학 위키’와의 제휴로 만들어집니다. 더 많은 한의학 칼럼들이 www.kmwiki.net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한의학 위키 필진으로 생각이 젊은 한의사, 한의대생 블로거들의 많은 참여를 기다립니다. 참여를 원하시면 임정태 씨 메일(julcho@naver.com)로 보내주세요.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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