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 내 아내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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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 내 아내의 모든 것
  • 승인 2012.08.30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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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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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기 부부에게 필요한 것은?

감독 : 민규동
출연 : 이선균, 임수정, 류승룡
최근 가장 인기 있는 드라마인 ‘넝쿨째 굴러온 당신’을 보면서 격세지감을 느끼시는 어르신들도 계실 것이다. 물론 드라마 속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여타의 진부한 상황을 새롭게 해석해 나간다는 점에서 많은 사랑을 얻고 있는 것 같다. 이처럼 최근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10여 년 전만 해도 생각할 수 없었던 기발한 상황들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들이 등장하면서 관객들을 즐겁고 때로는 놀라게 하고 있다.

특히 드라마 ‘아내의 유혹’과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 이번에 소개할 ‘내 아내의 모든 것’ 같이 아내를 주인공으로는 하는 드라마와 영화들이 기존의 순종적인 이미지였던 아내들을 할 말 다하는 당당한 모습으로 그려내면서 21세기 변화된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예쁘고 사랑스러운 외모, 완벽한 요리 실력으로 남들이 보기엔 모든 것을 갖춘 최고의 여자인 정인(임수정)은 입만 열면 불평과 독설을 쏟아낸다. 이로 인해 남편 두현(이선균)은 결혼생활이 죽을 맛이고, 매일 이혼을 결심하지만 아내가 무서워 이혼의 ‘이’자도 꺼내지 못한다.
그런 그가 어느 날 회사일로 인해 지방 근무를 하게 되고, 아내와 떨어질 생각에 즐거워한다. 그러나 정인은 그도 모르게 그를 따라오고, 두현은 그녀를 떼어 놓기 위해 옆집 남자인 전설의 카사노바 성기(류승룡)에게 자신의 아내를 유혹해 달라고 부탁한다.

5월에 개봉하여 450만 명이라는 관객을 동원하며 2012년 상반기 한국 영화 흥행 중에 2위를 차지했던 ‘내 아내의 모든 것’은 결혼한 부부들의 일상과 고민을 유쾌하고 리얼하게 표현하면서 관객들에게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특히 불평불만을 입에 달고 살아가는 여주인공과 자신의 아내를 옆집 남자에게 유혹해 달라고 하는 남주인공, 그리고 각국의 여성들의 마음을 송두리째 빼앗아 버리는 카사노바까지 ‘내 아내의 모든 것’에 나오는 캐릭터들은 어떻게 보면 현실에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사람들로 보일 수도 있지만 영화는 이러한 상황들을 매우 그럴 듯하게 연결시키면서 결혼한 부부 외에 미혼인 사람들도 충분히 공감갈 수 있는 이야기로 표현하고 있다.

특히 이전 영화들 속에서는 항상 보호해줘야 할 것 같은 가냘픈 여주인공으로 출연했던 임수정의 거칠 것 없는 아줌마 연기와 류승룡이 CF에 출연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던 카사노바 연기는 그들의 반전 연기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매우 코믹하게 잘 표현되면서 관객들을 영화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물론 점차 이야기가 늘어지고, 신선한 결말이 아닌 누구나 예측할 수 있는 결말로 진행된다는 것이 아쉽지만 몇 안 되는 주인공들을 가지고 감독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모두 전했다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어느 정도 장점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여고괴담 2’와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앤티크’ 등을 연출하면서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들을 재미있게 표현했던 민규동 감독의 작품인 ‘내 아내의 모든 것’은 독특한 소재로 권태기를 느끼는 부부나 연인들에게 초심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영화를 다 보고 난 후에는 앞으로 어떤 부부들의 이야기가 영화 소재로 등장할 수 있을까라는 궁금증이 들기도 한다. 늦여름을 보내면서 즐겁게 영화를 보고 싶은 관객들에게 적당한 영화이다. 

황보성진 / 영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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