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63회 일본동양의학회 학술총회 참관 (2)
상태바
기고-63회 일본동양의학회 학술총회 참관 (2)
  • 승인 2012.08.30 14:5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해범

이해범

mjmedi@http://


학구열로 불타는 강연장과 볼거리 많은 전시부스들

300석 넘는 강연장 꽉 채운 학구열
첫째 날 오후에 피부점막질환의 보음치료에 관한 심포지엄을 들었습니다. 이 심포지엄에는 6개의 강연이 들어있었습니다.
이날 5분 정도 늦게 강연장에 도착했는데 들어가자마자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의자수를 계산해보니 320개가 넘는데, 그 의자가 다 차고도 사람이 많아서 모두 뒤에서 서서 듣고 있었습니다. 연령층도 다양하고 중간 중간 필기하는 분도 많았습니다. 이하 제가 참가한 모든 강연을 다 적는 것 보다 제가 인상 깊게 듣고 현장에서 반응이 좋았던 강연만 글로 옮기도록 하겠습니다.

두 번째 강연의 이마나카 마사시(今中政支)씨는 알레르기성 비염에 보음치료를 적용한 임상례를 강연했습니다. 노인의 3~4월 알레르기 비염에서 스테로이드로 조절이 안 될 때 오호탕과 청룡탕을 병용한 호룡탕이 최고로 유용했으며, 아데노이드에 소청룡탕합형개연교탕으로 양호한 결과를 얻었다고 합니다.
강연자는 이번 발표에서 “알레르기성 비염에 자음, 청열, 생진을 목표로 한 치료가 효과적이었다”며, “진단에 있어서 망진은 우리에게 +알파다”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이비인후과 전문의인 동시에 동양의학회전문의인 강연자의 경력과 일본에서는 의사가 한약을 사용하는 것을 생각하면 자부심을 보여주는 발언이라고 생각이 되었습니다.

세 번째 강연의 나가시마 도모코(永島知子)씨는 폐와 위를 청열보음시킨 증례를 강연했습니다. 가장 인상에 남는 증례로 76세 남성이 식욕부진, 열감, 구내염, 심한 인후통 등이 있고, 이비인후과적 검사에 이상이 없고 항생제, NSAIDs, 스테로이드에 효과가 없었다고 합니다. 이 환자에게 청위사화탕을 투여하여 증상이 개선되었다고 합니다. 이 강연에는 일본은 상한방만 쓸 것이라는 관념을 깨고 「경악전서」의 내용도 등장해서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네 번째 강연에서 히라타 미치히코(平田道彦)씨는 피부의 이상 감각시 보음치료의 증례를 강연했습니다. 60세 이상의 노인분들이 피부감각 이상을 호소한 경우 보음치료를 실시하여 증상이 개선되었다고 합니다. 특징적으로 이 강연자는 환자 본인들의 증상에 대한 호소를 치료 전과 치료 후 모두 비디오로 결과를 남겨서 보여주었습니다.

300편이 넘는 포스터발표 논문들
학회 기간 중엔 300여 편의 일반 연제 포스터 발표가 있었습니다. 실내종합체육관 같은 공간에 나무로 만들어진 스탠드에 폭이 90cm, 길이가 160cm나 되는 포스터가 줄을 맞춰 세워져 있었습니다. 강연이 없는 시간마다 가서 봤지만, 300여 편이나 되는데다 내용이 괜찮은 포스터는 메모하며 읽느라 결국 마치는 날까지 다 보지 못했습니다. 기억에 남는 몇 가지 연제를 소개합니다.

- 하지정맥류 중 부정수소의 케이스 23례를 대상으로 계지복령환을 12주간 복용하여 73.9%가 호전되었습니다.
- 자폐증 스펙트럼장애 아이에게 억간산을 투여한 케이스 42례 중 79%가 호전되었으며, 어머니와 같이 복용을 시킨 경우 89%가 호전되었습니다.
- 기능성 소화불량환자에게 육군자탕을 투여했을 때 FSSG, GOS, GSRS 등의 평가지표로 유의한 치료효과가 있었다고 합니다.
- 역류성식도염(GERD)에서 좌금환으로 치료한 임상례가 있었습니다.
- 식물인간 상태로 입원 중인 환자에게 저체온증, 조열 등의 문제에서 한약을 투약하여 장기간 경과가 양호한 임상례가 있었습니다.
- 갑작스레 좌측 안구의 외측운동이 안 되는 72세의 특발성 좌외전신경마비 환자가 대학병원 치료에서 증상이 불변하여 한방치료를 시작해서 속명탕과 주 2∼3회 침치료를 병용하여 약 50일 만에 안구운동이 완전히 개선된 임상례가 있었습니다.
- 파킨슨병의 치료과정 중 발생한 웨어링오프 현상에 대해 억간산을 투여하여 유효했던 임상례가 있었습니다.
- 난소를 적출한 마우스를 이용하여 보중익기탕의 갱년기여성에 대한 유효성 검사를 하여 식욕감퇴, 활동저하 증상에 효과가 있었습니다.
- 난소종양을 복강경하수술을 시행한 80례를 수술전후에 육군자탕을 투여한 군과 비투여군 각각 40례씩 나누고 수술 후 8회의 식사량을 비교했을 때 비투여군은 투여군보다 식사섭취량이 유의하게 적었다고 합니다.
- 한약을 1개월 이상 복용하고 증상이 안정화된 외래환자 109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한 결과 1일 3회 투약시 점심 복약을 잊어버리는 비율이 약 20% 정도이며, 1일 2회 복용을 더 선호한다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대형서점을 방불케 한 도서코너

기업 부스 근처의 도서코너들.
한방서적을 팔고 있는 도서코너도 기억에 많이 남았습니다. 출판사나 서점에서 나와서 포스터 발표장 주변의 복도에 부스를 차리고 책을 전시해서 팔고 있었는데, 전문서적은 물론 일반서적까지 다양한 종류의 한방서적이 많이 팔리고 있었습니다.
한쪽 복도 끝까지 대략 20m 정도 되는 복도 양쪽에 서점 가판대가 세워져 있는데, 대부분 한방관련 서적만 꽂혀있었습니다. 종류도 다양해서 의사를 위한 한의학적인 어프로치, 한약 선택법, 진료 가이드북, 침구, 경혈, 고서, 한의학적 식이요법, 운동요법 등 거의 모든 분야를 망라해서 책이 출판되어 있었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이렇게 생긴 복도가 오른쪽에 하나가 더 있었는데, 거기도 똑같이 도서코너가 마련되어 있었다는 점입니다. 한의학 관련 서적만 모여 있는 부스를 감안하면 대단히 큰 규모가 아닐 수 없었습니다. 서점마다 겹치는 책들도 조금 있었지만, 그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정말 책이 많았습니다. 구매로도 많이 이어져서 한 부스에서 5권 내외로 사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EBM에 대한 인기가 높아서 「EBM한방 - 제2판」이라는 책은 강연 하나 듣고 온 사이 책이 완판되고 없었습니다. 가격표를 보니 일본 책들은 한국에 비하면 꽤 비싼 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업 부스, 다양한 제형과 치료재료 전시로 눈길
기업전시부스에는 한국에서는 볼 수 없던 여러 가지가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코타로에서는 황련해독탕, 삼황사심탕, 인진호탕과 같은 엑스제들을 캡슐 제형으로 전시했습니다. 료카쿠산에서는 엑스제를 연하곤란자에게 투여할 때 함께 말아먹을 수 있는, pH와 향을 조정한 젤리를 전시하였습니다.

젤리를 말아보니 엑스제와 함께 혼합하기 좋도록 적당히 흐물거렸습니다. 실제로 먹어보니 양갱 맛이 났는데, 다른 맛은 없는지 물어보니 아이들을 위한 과일향 젤리도 함께 판매 중이라고 했습니다. 엑스제가 대중화된 일본에서 노인이나 아이에게 모두 필요한 제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쿠라시에는 1일 2회 투약이 가능하도록 빈용 엑스제들을 휴대가 쉬운 스틱형 포장에 담아 전시했으며, 또한 몇 가지 중요한 엑스제들을 정제 제형으로 전시하였습니다. 정제로 나오는 엑스제들은 주로 맛이 아주 좋지 않은 종류의 약이었는데, 한약의 대중화를 위해서 국내도입이 시급한 제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린에서는 침관과 침이 한 쌍씩 들어있는 침과, 혈위에 부착시 감염위험을 줄일 수 있도록 개량된 피내침이 전시되었습니다. 이 피내침은 피내침과 피부의 부착면 모두 시술자의 손과 닿지 않고도 부착이 가능하도록 제품의 케이스와 접착면이 고안되어 있었습니다. 침과 피내침 모두 다양한 사이즈가 있었는데, 특히 침은 타입별로도 라인업이 있어서 침은 정말 다양한 제품이 나와 있었습니다.

침의 직경별로 다른 컬러를 쓰는 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회사의 침은 침병이 플라스틱으로 되어있었는데, 침의 굵기에 따라 침병에 다른 색깔이 부여되어 있어서 붉은색은 0.16mm, 아이보리색은 0.18mm, 파란색은 0.2mm, 보라색은 0.25mm, 갈색은 0.3mm의 직경을 나타나는 고유 컬러로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피내침은 침과 달리 직경 0.2mm만 사용되고 있어서 피내침의 길이에 따라 포장된 플라스틱 케이스의 색깔을 달리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길이에 따라 0.6mm는 노란색, 0.9mm는 녹색, 1.2mm는 파란색, 1.5mm는 분홍색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계속>

 

 

 

이해범/동국대 한의대 본과3학년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