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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 미래 짊어질 젊은 연구자들(6)-장보형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책임연구원)
“1차 연구자료 부족한 한의계, 연구논문생산에 주력해야”
2012년 08월 30일 () 13:28:31 김은경 기자 carax30@mjmedi.com

 

 
한국보건의료연구원에서 근무하는 장보형(36) 연구원에게 처음 인터뷰 요청을 했을 때, 세미나 일정 때문에 날짜를 조율할 수 없었다. 하루에 많게는 3~4개의 회의를 소화하느라 바쁘게 지내고 있는 그를 지난 24일 금요일 늦은 오후에야 한국보건의료연구원에서 만날 수 있었다. 그는 회의 없는 날이 제일 행복한 날이라고 웃으며 기자를 맞았다.

그가 이렇게 바쁜(?) 연구원이 된 것은 상지대 한의대 재학 시절 예방의학 수업에 흥미를 느끼게 되면서부터다.
“한의대 교육이 진료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보니, 수업을 듣기 전까지는 보건학 분야가 있다는 사실을 잘 몰랐었습니다. 의료의 사회적인 측면에 대해 공부하면서 보건의료계를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시야가 생겼는데 저는 다른 과목들보다 재미있게 공부했던 것 같습니다.”
졸업 후 샘한방병원에서 전문의 수련과정을 거치면서 2004년 연세대 보건대학원에 진학해 국제보건학을 전공했다. 이후 그는 경희대 한의대 예방의학교실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2009년 5월에 한국보건의료연구원에 들어갔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은 의료기기·의약품·의료기술에 대한 임상적 효과와 효율성을 분석하여 객관적이고 신뢰성 있는 분석을 통해 근거 있는 양질의 정보를 제공하고자 설립된 국가연구기관으로, 그는 2년간 의료기술분석팀에서 일하며 기존에 나와있는 연구주제에 대한 논문들을 체계적으로 검색, 리뷰하고 정리하는 연구방법론을 배웠다. 얼마 전 보건서비스분석실로 재편되면서 국내 보건서비스의 전반적인 현황과 질병부담 등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중이다.

이곳 연구원에서 일한 지도 벌써 3년이 넘었다. 연구원에서 하는 연구주제는 어떤 것이 있을지 물어보았다.
“저희 연구원에서는 국내 의료기관에서 행해지고 있는 의료기술이 해당질환이나 환자에 있어서 과연 근거가 있는지 없는지를 밝히는 것입니다. 노인자살문제나 청소년자살문제 등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문제를 비롯해 의료이용자들의 요구를 분석하는 등 각종 연구들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대국민수요조사를 통해 연구주제를 선정하기도 하고, 의료기관 방문을 통해 의사나 간호사들로부터 연구주제를 제공받기도 하는데, 질병부담이나 시급성에 따라 우선 순위를 정해 연구를 진행하는 식입니다.”

1차 연구자료 부족한 한의계 연구자료 생산에 주력
특히 연구원에서 진행하는 연구방법론 중의 하나인 체계적 문헌고찰은  특정 연구질문에 대해 현존하는 이용 가능한 모든 연구결과를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으로, 의료기술평가(Health Technology Assessment, HTA)에서 치료의 효과 및 안전성을 평가할 때 활용되고 있다.

그에게 한의학 관련 연구 동향은 어떤지 현황을 물어보았다.
“체계적 문헌고찰은 1차 연구를 바탕으로 2차 연구가 진행되는데, 한의계는 1차 연구부문에서 수준이 떨어지거나 근거가 부족하거나 아예 연구가 없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이런 1차 연구자료 자체가 별로 없기 때문에 체계적 문헌고찰방법으로 연구를 진행하려고 해도 종합할 자료가 없는 점이 문제입니다. 물론 한의계가 적은 맨파워로 양방을 따라가지 못하는 한계도 있지만, 우선은 1차 연구자료를 많이 생산해내는 게 필요하다고 봅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러한 악순환이 계속 반복됩니다.”
장 연구원은 “지금은 정책을 입안할 때도 어떤 근거로 요구하느냐라고 묻기 때문에 정부기관에서 정책을 입안해주고 싶어도 못해주는 경우가 발생한다”고 당면한 현실을 꼬집어 말했다.

한의계도 임상현장 반영하는 연구방법론에 발맞춰야
한편으로 그는 근거중심의학의 방법론을 모든 의학에 획일적으로 적용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근거중심의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이야기하는 RCT(무작위배정비교임상시험)같은 경우 양방에서도 그 세팅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습니다. 근거를 적용하는 문제에서 의학계 내에서도 진료환경에 맞게 해야지 모든 진료현장에 획일적인 기준을 적용해서는 안된다는 목소리들도 나오고 있습니다.”

장 연구원은 또 “RCT가 근거를 밝히기에는 가장 좋은 연구디자인이기는 하지만 임상현장과는 동떨어져 있다는 비판에 따라 임상현장을 반영할만한 연구디자인을 강조하는 분위기로 점차 바뀌어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저는 그런 연구방법론의 변화들이 한의계의 특성을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봅니다. 그러니까 RCT에서 나오는 것이 효능(efficacy)이라면, 임상현장에서 나오는 것은 유효성(effectiveness)입니다. 지금은 유효성을 강조하는 것이 보건의료계통의 트렌드입니다. 특히 한의학은 임상현장에서는 분명히 효과가 나타나지만, 임상시험에서는 세팅을 구성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습니다.”

그는 이러한 연구 트렌드가 앞으로 한의계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이러한 트렌드에 맞는 연구와 근거를 쌓아가는데 주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예전에는 고혈압 치료시 어떤 시험약이 혈압이 얼마나 떨어졌느냐 마느냐에 대해 중요시했다면, 지금은 환자의 삶의 질이 향상되었는지도 중요한 결과지표로 봅니다. 이러한 환자중심의 결과지표에 대해서도 한의계가 적용해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보편적 공감대 형성할 수 있는 다학제적 협력
3년 남짓 연구원 생활을 통해 그는 무엇보다 다학제적인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몸소 배웠다고 한다.
“한의계는 대체로 폐쇄적인 느낌이 있는데, 이곳 연구원 분위기는 그렇지가 않습니다. 한 연구를 하더라도 관련전문가가 모두 결합해서 팀을 이뤄서 그 문제를 해결하는 시스템입니다. 가령, ‘노인자살’ 관련 연구를 한다면 정신과전문의, 자료분석은 통계전문가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협력하는 시스템인데, 지금은 보건의료분야가 모두 그런 식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올해부터 연구원에서 시도하고 있는 원탁회의(Round Table Conference)에 대한 이야기도 꺼내놓았다.
“보통 사람들이 ‘근거중심의학’에 대해 근거가 있으면 OK, 근거가 없으면 NO, 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근거가 중요하긴 하지만 근거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원탁회의는 사회적인 관습과 가치, 합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인데, 근거가 있다해도 사회적으로 어떤 가치를 가지느냐에 따라서 연구의 최종 결론이 달라집니다. 의료는 불확실성을 내포하는 경우가 많고 다양한 가치를 반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시민들을 포함한 관련 이해당사자들이 모여 회의를 통해 합의를 해나가는 것이 점점 중요해지는 겁니다.”
이러한 원탁회의는 의료계 뿐 아니라 다방면의 전문가들이 모여 합의한 사항이라는 점에서 보편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영국과 미국 등에서 잘 발달된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환자등록사업 통한 근거중심연구 하고파
그는 앞으로 한국보건의료연구원에서 지속적으로 연구방법론을 익히며 연구원으로 활동하면서 기회가 된다면 한의학과 접목시켜보고 싶은 분야가 있다고 말했다.
“한의학의 근거를 만들어내는 방법 중의 하나로 ‘환자등록사업’이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환자등록사업을 통해서 한의학적 근거를 생산해내는 연구를 하고 싶습니다. 임상시험이 보다 엄격한 기준에 의해 환자를 모아내는 것이라면 환자등록사업은 최소한의 기준에 따라 임상현장에 있는 자료를 토대로 그대로 뽑아내는 것입니다. 가령, 한의원이나 한방병원에 오는 뇌졸중 환자의 자료를 그대로 모아 통계적인 방법을 써서 분석하면 어떤 치료법이 환자에게 효과가 있는지, 어떤 부작용이 있는지, 그리고 뇌졸중과 관련된 환자들의 유형별 트렌드 등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런 것을 토대로 근거를 쌓아가는 것이지요.”
그가 지적한 한의계의 문제들이 앞으로 한의계 내에서도 연구주제로 실현되길 기대해본다.

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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