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 미국의사제도 조명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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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 미국의사제도 조명②
  • 승인 2012.08.30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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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수

장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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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년간 주류의학과 끊임없는 싸움에서 살아남은 D.C

<목 차>
1. 미국의 의사제도에 대한 개론
- 미국에 존재하는 네 종류의 의사들 : MD(의사), DO(정골요법의사), DC(카이로프랙틱 의사), ND(자연요법의사), 합법적으로 Doctor를 표방할 수 있는 의사들.
2. Flexner 보고서와 미국 의학계의 혁신
-미국 의사제도의 역사에서 큰 족적을 남긴 Flexner 보고서와 그 영향
3. DO는 어떻게 MD가 되었나?

<전호에 이어>

3) D.C. (Doctor of Chiropractic, 카이로프랙틱 의사)
한의사들에게 D.O나 N.D 보다는 잘 알려져 있는 의사가 D.C 즉 카이로프랙틱 의사입니다. 한의사 중에서 미국에서 D.C 면허를 취득한 분들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무엇보다도 추나학회가 있기 때문에 한의사들에게는 비교적 잘 알려져 있을 것입니다.
미국에는 17개의 College of Chiropractic이 존재합니다. 사실 카이로프랙틱을 포함하는 수기치료는 전 세계에서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중국이나 일본의 추나, 안마, 시아추(shiatsu)와는 다른, 그들만의 독특한 체계를 갖추고 있습니다.

이쯤에서 D.O와의 차이가 무엇인지 궁금할 것입니다.
manipulation 즉, 수기치료를 하는 것은 매우 비슷합니다. 다만, D.O는 원래 M.D였던 사람이 만들어냈기 때문에 주류의학에서 갈라져 나왔고, D.C는 기원 자체가 다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2011년에 위스콘신 Milwaukee에서 열렸던 북미레이저의학회(NAALT)에 구두발표차 갔는데, 거기서 만난 카이로프랙틱의사(D.C)에게 “D.O와 D.C가 뭐가 다르냐”고 하니까 차이를 간단히 설명하지 못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수기치료를 바탕으로 하는 것은 비슷하지만, D.O의 권한이나 지위가 더 높은 것은 사실입니다. D.O는 수술이나 약물(양약) 처방의 권한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카이로프랙틱의 역사
여기서 잠깐 카이로프랙틱의 역사를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흔히 D.D Palmer라고 알려진, Daniel David Palmer에 의해서 1895년에 창안되었습니다. 그가 귀머거리였던 환자의 경추를 교정했는데, 환자가 청력을 회복하게 되는 사건(?)이 일어나자, 이를 계기로 연구를 지속한 끝에 카이로프랙틱을 창안했다는 이야기가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Osteopathy 측에서는 Chiro-practic을 정골요법의 ‘짝퉁’ 또는 ‘아류’라고 지속적으로 주장해왔습니다. 실제로 Osteopathy 대학은 1892년에 만들어졌고, Chiropractic 대학은 1897년에 설립되었습니다. 그러나 chiropractic 측은 기법이 많이 다르고, 기원이 전혀 다르다고 주장합니다.
1906년에는 D.D Palmer의 아들인 B.J Palmer가 아버지가 설립한 Palmer School of Chiropractic의 경영을 물려받고, Solon Lang-worthy가 chiropractic의 핵심이론인 subluxation, 즉 아탈구의 개념을 정립하고, 교과서를 저술합니다.

한편, 독일의 물리학자 뢴트겐이 1895년에 X-ray를 처음 발견하고, 부인의 손을 처음 촬영하여 역사적인 획을 그었습니다. 뢴트겐은 나중에 노벨상도 받았습니다. 공식적으론 영국의 John Hall-Edwards 라는 의사가 1908년에 처음으로 환자의 팔을 찍었다고 알려져 있는데, 카이로프랙터 측에서는 1906년에 자신들이 의학계보다 먼저 X-ray를 질병 진단에 활용했다고 주장합니다.

D.D Palmer는 “모든 질환은 뼈와 인대의 부적절한 부조화로 야기된다”는 가설을 만들었고, 아이오와주에 처음 설립했던 Palmer chiropractic 대학을 아들에게 물려준 다음, 서부로 옮겨서 이후 캘리포니아, 오리건, 오클라호마 등 여러 지역에서 다시 chiropractic 대학을 설립했습니다.
한편, 아들 B.J Palmer에 의해서 Palmer chiropractic 대학은 이후 큰 발전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1913년에 사망한 설립자이자 아버지인 D.D Palmer의 죽음에 의혹이 제기되었습니다. D.D Palmer는 1845년생으로 68세에 장티푸스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실은 교통사고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사실은 아들인 B.J Palmer가 고의로 사고를 내 살해했다는 주장이 이후 오랫동안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뭐 이런 일은 “믿거나 말거나”에 나올 법한 이야기이지만요.

미국 의학계는 chiropractic이 만들어진 직후부터 이를 비과학적인 무면허 의료행위(돌팔이)로 규정하고, 문제를 삼았습니다. 설립자인 D.D Palmer는 실제로 무면허 의료행위 혐의로 체포되어 두 차례 징역을 살기도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chiropractic은 “약물이나 수술을 사용하지 않는 치료법”이라는 주장을 통해서 기존의학과 맞서고 자신의 치료기술을 방어합니다.

과학적 체계화 통한 이론과 실기 보완
카이로프랙터나 D.O들은 초기에는 모든 만병의 원인을 척추나 뼈의 불균형에서 찾고자 했습니다. 그러다가 1950년대에 들어서서 페니실린이 보편화되고 나면서 감염병이 치료되고 질병관에 일대 혁명이 일어나는 轉機를 맞이하게 됩니다. 페니실린의 영향으로 단기간에 동종요법 의사들이 몰락하여 사라지기도 했습니다.
수많은 감염, 내상질환들이 아주 쉽게 해결되면서, 카이로프랙터와 정골요법의사들도 모든 질병의 원인을 척추와 뼈에서 찾으려는 시도를 점차 중단하게 됩니다.

1960년대에 들어서서 B.J Palmer가 사망하고, 바통을 넘겨받은 차세대 카이로프랙터들은 점차 근골격계의 치료에 집중하게 되면서 또 다른 轉機를 맞게 됩니다. 아울러 D.C 들은 이론을 뒷받침할 과학적인 근거를 만들고 자신들의 이론에서 비과학적 요소를 제거하면서 정리하는 작업을 계속합니다.

1970년대에 들어서서 어느 정도 과학적 학문정비가 완성되면서, 1975년에는 N.I.H에서 D.C 와 D.O 그리고 M.D가 함께 모여서 척추교정에 대한 집담회를 열 정도가 되었고, 1978년에 과학적인 사고를 기반으로 하는 카이로프랙터 분야의 대표적인 의학저널도 만들어집니다. 1990년대에는 급성요통에 대한 임상진료지침(CPG)도 완성됩니다.
물론 그러는 와중에서도 미국의학협회(AMA)와의 오랜 불화는 계속되어 왔습니다. AMA는 1966년에 카이로프랙터를 ‘비과학적 컬트’라고 공식적으로 규정하였으며, 1980년까지 의사가 카이로프랙터를 포함하는 비과학적 의료행위자와 협력하는 것을 의사윤리에 반하는 비윤리적 행위로 규정해왔습니다.
그러던 중 큰 사건이 터집니다. 1975년, AMA에 불만을 가진 내부 관계자가 AMA 산하의 돌팔이방지위원회(Committee on Quackery)와 관련된 내부문서를 언론에 흘리게 됩니다. 여기에는 카이로프랙터를 돌팔이로 몰아 제거하기 위한 비신사적 방법이 문서에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이 내부문서가 공개된 뒤, 일리노이주의 카이로프랙터인 Wilk가 동료들과 함께 AMA를 고소하면서 유명한 법정 공방이 이어집니다. 12년에 걸쳐 진행된 재판은 마침내 1987년 9월에 결론이 났으며, AMA가 미국 내의 반독점법인 셔먼 규정(Sherman Act)을 위반하였다는 판결을 얻어냈습니다.

미국은 재판이 끝나면, 재판 비용을 모두 상대편에게 다시 청구하는 소송을 진행하는데, 소송 패배로 천문학적인 재판 비용과 상대편 재판 비용까지 모두 물어줘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된 AMA에서는 백기를 들고 합의를 요청해서, D.C들에게 정신적 피해를 끼친 것에 사과하는 사과문을 주요 일간지에 게재하는 수모를 감수했다고 합니다.
정리하자면, 120년의 역사동안, 주류의학과 끊임없는 싸움을 거쳐 왔고, 과학적 체계화를 통해서 이론과 실기를 보완함으로써 살아남는데 성공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카이로프랙터의 현황
조금 다른 이야기이지만, 최근 미국 내에서 D.C들에 대한 신뢰도가 조금 나빠진 듯합니다. 1997∼2000년에 걸친 조사에서 D.C의 의료와 관련된 사기사건 비율이 M.D에 비해서 9배가 높게 조사되었습니다.
더불어 2006년 미국 성인들이 생각하는 정직과 윤리성에 대한 직역별 갤럽조사에 따르면, 의료분야의 직업에 대해서 매우 정직하고 윤리성이 높다는 의견이 의사는 69%, 수의사는 71%, 약사는 73%, 치과의사 62%, 간호사 84%로 나왔는데, 카이로프랙터는 36%가 나왔다고 합니다.
다행히 한의사는 최근 5년간 의료서비스 만족도에서 1위를 차지한 바 있지만, 의료인이 국민의 신뢰를 잃는다는 것은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동물 카이로프랙터가 있는 거 아시나요? 개나 고양이, 그리고 말을 대상으로 카이로프랙틱을 시술을 하기도 합니다.

장인수
우석대학교 한의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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