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 칼럼-조선일보 광고는 왜 재미가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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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칼럼-조선일보 광고는 왜 재미가 없을까
  • 승인 2012.08.23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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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김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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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부산 공감한의원 원장
부산시한의사회 홍보이사
홍보에 대한 글을 연재하다 보니 신문광고를 보다가도 문득 글을 쓸 재료들을 찾기 위해 광고를 유심히 보게 된다. 한의원과 어른들 댁에서는 오래된 습관과 선호로 조선일보를 받아보고 있다.
물론 개인적으로 주말의 why와 위클리비즈라는 훌륭한 섹션을 즐겨보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조선일보의 하단광고나 전면광고를 보다보면 첫 느낌이 ‘무척 보기 싫다’ ‘재미없다’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많다. 성명서 같이 줄줄이 글만 써둔 광고나 효능을 과대광고하는 기능성식품과 제품들이 주를 이루기 때문이다.

젊은세대가 많이 보지 않는 신문이다 보니 광고가 대부분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보수단체의 “물러나라, 규탄한다!” 식의 광고 혹은 “남성 정력” “자양강장성 식품들”이 많다.
그러니 광고가 위트나 재미보다 나열식이거나 원초적인 과대광고가 주를 이루는 것이다. 이것이 재미없게 느껴지는 것을 보면서 개인적으로 아직 나의 뇌가 굳어가고 있지는 않구나 위안을 삼으면서도 문득 우리 한의계의 광고가 떠오른다.

“…를 규탄한다” “…를 해명한다”는 광고와 더불어 “한약은 자연입니다”라는 광고가 순간 머리를 스친다. 우리 한의계의 광고에도 ‘재미와 창의력’이 부재했다는 사실을 깨달으며!
‘창의성은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익숙한 것, 낡은 것을 낯설게 만들어서 어느 날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면서 눈에 들어오게 하는 최고의 경험’이라는 구절을 본 적이 있다. 칸트는 이를 ‘장엄의 미학 Aesthetik des Erhabenen’이라고까지 불렀다고 한다.(「노는 만큼 성공한다」 中에서)

광고는 일단 눈을 잡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위트(재미)와 창의성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조선일보의 독자들이나 한의계의 광고를 만드시는 분들도 모두 기성세대이다 보니 창의성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이것은 절대능력의 부족이 아니라 당연한 것이다. 쉰 살의 성인은 다섯 살 아이의 창의력의 4%에 불과하다고 하니 우리 한의사 평균연령의 원장님들도 창의성을 유지하고 있기에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매일 반복되는 일상과 진료행위들에서 창의성을 찾기란 매우 어려운 일임을 인정한다. 하지만 천만 원 언저리의 광고비가 지출되는 한의학 광고들은 광고를 하는 만큼 광고효과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그 광고는 회원들을 위해서라도 꼭 창의적이고 위트가 있어야 한다. 창조적인 일은 ‘낯설게 하기’라는 말이 있다. 그 동안 한의학에 대해 국민들이 알고 있던 내용들도 어떻게 조합하고 포장하느냐에 따라 ‘아주 Creative한 광고’가 될 수 있다. 한의사 중에 이런 광고를 만들 인재가 있다면 좋겠지만 그것이 어렵기에 광고회사에 위탁을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광고회사가 수준이 높으면 비용이 많이 들기에 고만고만한 광고대행사에 맡기게 되는데, 영세한 회사에서 아주 독창적인 광고가 나오기 어려울 수 있고, 그런 광고 안이 도출되었다고 해도 광고주인 한의사협회에서 그것을 수용하는 것은 큰 모험이 될 수 있기에 의료계 광고는 늘 제자리에 머물러왔다.
그런 의미에서 광고주에 대한 평가를 떠나 한의계에 ‘편강탕’같은 광고가 나왔다는 것은 아주 획기적인 일이다. 욕을 먹든 조롱을 받든 일단 관심을 끌었고 심의가 필요없는 매체를 잘 이용했고 광고를 본 사람들에게 병원이 생각나게 하는 광고효과는 충분히 거두었기 때문이다.

한의학 광고는 크게 ‘해명광고’와 ‘홍보광고’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이제 해명을 하더라도 조금 더 재미있게, 홍보를 한다면 더더욱 재미있는 한의학 광고를 조중동, 한겨례, 경향에서 볼 수 있었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머리가 아직 굳지 않고 말랑말랑한 홍보자문위원회가 꾸려져야 한다. 해당 위원회에서 머리를 맞대고 한의학에 대한 재미와 관심을 유도할만한 광고가 이제는 하나쯤 나올 때가 되었다. 

지금은 게임을 중계하는 것이 보편화되었지만, 그 출발은 IMF때 실직의 위기에서 98월드컵을 보던 애니메이션 방송국 PD의 머리에서 우연히 나왔다고 한다.
어느 날 FIFA라는 컴퓨터게임을 하다가 내일 월드컵 축구경기를 FIFA게임을 통해 미리 시뮬레이션해보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우연히 했는데, 그 게임을 중계하다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게 된 것이다.
그것을 ‘스타크래프트’라는 국민게임에까지 적용시켜 e-스포츠라는 신조어가 나왔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은 게임 중계가 대중적인 인기를 얻고 자리 잡고 있다. 이처럼 우연한 기회에 찾아온 창의적 아이디어 하나가 엄청난 산업을 육성한 것이다.

우리 한의학 광고도 위트와 재미로 국민들의 눈을 확 사로잡아서 편견과 오해로 항상 마음에 고통을 받고 있는 2만 한의사에게 웃음을 되찾아주는 날이 오길 기원해본다.
또한 앞으로 몇 대 회장단이 될지 모르지만 회원들을 ‘푸하하하’ 이렇게 기쁘게 웃게 만들어줄 수 있는 창의적이고 위트 있는 대한한의사협회가 언젠가 꼭 이루어지길 간절히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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