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위키칼럼 & 메타블로그 - 전통 대체 민중의술의 허구성
상태바
한의학 위키칼럼 & 메타블로그 - 전통 대체 민중의술의 허구성
  • 승인 2012.08.16 13: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성강욱

성강욱

seoungnasy@hanmail.net


(제864호 19면에 이어)

이번 칼럼에서는 이 문서에서 우리나라의 전통 대체 민중의술이라고 소개하고 있는 여러 치료법 중, 마지막 네 가지 치료법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네 가지 치료법은 (11)음양조절법(밥 따로 물 따로 음양식사법)/ (12)물요법 / (13)단식 / (14)민족생활요법(자연요법)인데, 치료법이라기보다 생활습관이나 식이요법에 해당한다고 하겠습니다.

(11) 음양조절법(밥 따로 물 따로 음양식사법)
음양조절법의 이론은 다음과 같습니다.
“만병의 원인은 기혈순환의 부조화인데 기혈순환의 부조화는 결국 음양실조에서 비롯된 것이니 음양실조가 만병의 근본원인이고, 일반인들의 경우 음양실조의 가장 큰 이유는 밥과 물을 같이 먹는 그릇된 식사법에 있다. 그러므로 음양실조를 바로 잡는 핵심은 밥과 물을 따로 먹는 것이다.”
즉, 밥과 물을 같이 먹는 그릇된 식사법→ 음양실조의 가장 큰 이유→ 음양실조는 만병의 원인이라는 논리입니다. 우리가 무심코 먹던 식사습관이 만병의 원인이 되다니 놀라울 따름인데요, 이 ‘음양조절법’에서는 아래와 같이 더 자세한 이론과 방법을 말하고 있습니다.
“낮은 양이고 오행으로는 불이다. 밤은 음이고 오행으로는 물이다. (중략) 우리가 먹는 밥을 비롯한 된 음식은 양이고 불이며, 물과 국 같은 액체는 음이다. 그러므로 음식을 섭취하는 것은 인체에서 음과 양을 합하는 과정이다. (중략) 음의 시간에는 음이 활동하게 하고 양의 시간에는 양이 활동하게끔 해줘야 인체에 탈이 없다는 얘기다. 따라서 물은 음이기 때문에 음의 시간에 마셔야 하고, 밥은 양이므로 양의 시간에 먹어야 한다. 만약 이를 무시하고 밥과 물을 함께 먹으면 물과 불을 섞는 것과 같은 결과를 야기한다….”

위 내용을 좋게 해석하자면, 오행학설을 음식섭취에 적용한 주장이라고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오행학설은 과거 동양에서 자연을 이해하고 설명하기 위해 만든 이론입니다. 전체를 아우르고 설명할 수 있는 음양설과 오행설이라는 대 이론체계를 만들어 놓고, 그 안에 자연 현상, 인문, 지리, 공학을 비롯해 심지어 인체 구조나 기능까지도 배속을 시켰던 이론입니다. 그렇다보니, 하나의 이론으로 전체를 설명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하위개념에 이르러서는 이론에 실제를 끼워 맞추는 식의 오류가 발생하게 됩니다.

한의학 이론에서도 오행설은 하나의 이론체계에서 각각의 장기와 인체기능을 설명하려는 노력이었다는 커다란 의의를 지닙니다. 물론 각 장기의 상호작용이나 피드백 등을 설명하거나 인체의 항상성 유지, 병리적 상태에 대한 설명은 현대에 와서도 가치가 있는 반면에, 실제 인체에 적용해서는 이현령비현령 식의 해석이 가능하다는 분명한 한계도 가집니다. 따라서 오행설 자체를 현대에 와서 문자 그대로 이해하고 적용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이 ‘음양조절법’은 바로 ‘오행설’을 문자 그대로 적용하려는 오류에서 생겨난 해프닝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밥이 양이고 물이 음이라고 했는데, 그렇다면 밥과 물을 되직하게 조리한 ‘죽’은 무엇인가요? 반음반양인가요? 또, 낮과 밤을 서로 비교하여 낮을 양으로, 밤을 음으로 설명할 수 있겠지만, 밥과 물의 비교에서 밥이 양이 되고 물이 음이 된다고 해서, 낮의 양과 밤의 양이 연결되는 것은 논리적 비약입니다. 이와 같이 무엇이 양이고 무엇이 음인지에 대한 정확한 해석이나 오행설의 의의에 대한 고민 없이, 얄팍한 본인만의 생각으로 “a는 양이고 b는 음이니 a와 b를 함께 해서는 안된다”는 식의 주장은 아무런 의미를 가질 수 없습니다.

한의학은 과거 선조들의 경험과 이론을 토대로 현대과학적으로 발전시킨 현대의학으로서, 오행설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현대 생리, 병리를 통해 오행설이 설명하고자 했던 것을 규명하고 재해석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이 ‘음양조절법’처럼 과거의 오행설이 과연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는 관심이 없고, 그 오행설의 내용을 문자 그대로 가져와 자신만의 학설을 만들어 주장하는 작태를 저는 ‘뇌내망상’이라고 부릅니다.

(12) 물요법
인체에서 물이 차지하는 비율은 70%에 이르니 물의 중요성은 누구나 동의할 것입니다. 물요법에서도 초반부에는 물의 중요성을 설파하는가 싶더니 갑자기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옵니다.
정수기는 첫째, 산성화된 체액을 약알칼리성으로 바꾸어 준다. 둘째, 만병의 근원이자 노화의 주범인 활성산소를 아무런 부작용 없이 제거하는 능력을 갖고 있어…. 셋째, 물의 구조가 치밀하게 강화된 6각수가 풍부하여 생체세포를 안정화시켜 줌으로써 (중략) 정수기는 수소이온 농도(pH)의 차이에 따라 3가지의 성질이 다른 물을 동시에 만들어 낸다. 약알칼리수, 강알칼리수, 약산성수가 그것이다.

이 문서를 검토하면서 도대체 이 문서 제목이 무엇이었는지 되돌아보게 되는데, (12) 물 요법 부분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이 부분은 말 그대로 정수기에 대한 홍보입니다. 그런데 어떤 정수기라는 설명이 없어 본문을 토대로 검색해보니, ‘한우물 정수기’라는 제품의 설명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었습니다.
‘한우물 정수기’라는 제품 자체에 대한 평가는 논외로 하되, 정수기에서 물을 먹는 것이 소위 우리나라 전통 민중의술이며, 「전통 민중의술의 입법 방안」이라는 정책 자료에서 다루어야 하는지,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일입니다.

(13) 단식
아래와 같이 단식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우리 몸이 건강할 때 혈액의 수소이온 농도는 7.3~7.5로 약알칼리성이다. 혈액이 산성화 할수록 수소이온의 농도는 약해진다. 약알칼리성 혈액일 때는 병균이 번식하지 못하지만 수소이온 농도가 7.0 이하의 산성으로 기울면 병균들이 제 세상을 만난 듯 날뛰게 된다. 몸을 본디의 정상상태인 약알칼리성 체질로 바꾸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단식이다.”
단식 자체에 대한 평가는 차치하고, 수소이온 농도가 7.0 이하의 산성일 때 병균들이 날뛴다거나, 몸을 본디 약알칼리성 체질로 바꾸기 위해서 단식을 해야 한다는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다는 것을 밝힙니다.

(14) 민족생활요법(자연요법)
이 민족생활요법에서는 자연의 원리와 이치에 따라 생활하고 우리민족의 전통적인 일상생활로 돌아가자는 주장입니다. 인간도 자연의 일부분이기 때문에 자연을 거스르지 말고 순응하며 살자는 것은 한의학의 이론 그대로입니다. 그러나 다른 주장과 마찬가지로, 각론으로 가면서 배가 산으로 가게 됩니다. 식생활에서는 다음과 같이 할 것을 주장합니다.
첫째, 현미오곡밥을 먹어라. 둘째, 생야채식을 하라. 셋째, 발효식품을 많이 먹어라. 넷째, 생수와 죽염을 먹어라. 다섯째, 제 땅에서 제 철에 난 것을 먹어라.
“넷째, 생수와 죽염을 먹어라”를 빼놓고는 대체로 동의하는 주장들입니다. 그러나 근거에 대한 설명이 너무나 터무니없어 황당하기까지 합니다.

“현미 오곡밥을 먹어라”는 주장을 예로 들면, 잡곡의 유용성이나 백미에 비해 현미가 가지는 장점 등을 설명하면 누구든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열 가지도 섞을 수 있는데 왜 하필 오곡을 거론하는가? 5장은 肝·心·脾·肺·腎인데, 각기 갈무리하는 기운의 성질이 다르다”며 갑자기 한의학적 이론을 끄집어 옵니다. 오곡으로 밥을 지어먹는 것과 간심비폐신 오장이 무슨 관계가 있습니까? 그렇다면 오곡이 아니라 사곡, 혹은 육곡으로 먹으면 안됩니까? 이런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하는데 왜 한의학적 이론을 빌려 오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생야채를 먹어라”는 주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식물에 열을 가하면 생식을 하였을 때보다 미네랄인 칼륨은 40∼70% 손실되고, 영양의 전달매체인 효소는 섭씨 55°에서 사멸된다. 시금치는 좋은 채소이지만 유기수산이 많은데, 이 유기수산은 열을 받게 되면 무기수산으로 바뀌면서 체내에서 칼슘과 결부하면 수산칼슘이 되어, 관절에 모이면 관절염을 유발하고, 신장에 부착되면 신장결석이 되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날 것을 그대로 먹으면 반대현상이 일어나서, 체내에 과잉된 무기수산을 제거하는 일까지 한다.
야채의 경우, 가열한 시금치의 무기수산이 체내 칼슘과 결합할 수는 있지만, 일상생활에서 섭취하는 정도로는 큰 문제가 없습니다. 반대로 당근의 경우처럼, 생야채로 섭취하는 것보다 조리과정을 거쳤을 때 영양소를 더 효과적으로 섭취할 수도 있습니다. 덮어놓고 야채는 무조건 생으로 먹어라 라는 말은 맞지 않습니다.
또, “생수와 죽염을 먹어라”라는 주장에 대한 근거를 찾아보았으나, 아예 나와 있지 않네요. 항간에서 “소금을 많이 먹으면 고혈압에 좋지 않지만, 죽염은 아무리 많이 먹어도 고혈압과 상관없다”는 주장이 있는데, 그것과 연관이 되는 것으로 보입니다.(사실, 죽염이든 뭐든 결국 소금입니다. 고혈압을 예방, 치료하기 위해서는 저염식이 추천됩니다.)

의복을 의미하는 입는 생활에서는 천연섬유 재질을 입을 것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대체적으로 동의하는 내용이지만 역시 그 근거로 드는 내용이 너무나 극단적이고 비논리적 입니다.
“서양기술이 가져온 화학섬유는 그 자체에서 독기가 발산될 뿐만 아니라, 땀을 잘 흡수하지 못하고 피부의 병독 배출을 억제함으로써 피하에 병독이 쌓이게 하여 염증으로 발전할 수 있다. 피부가 제 기능을 못해서 약해지면 피가 잘 흐르지 못한다. 피가 흐르지 못하는 것은 만병의 근원이다.”
위 주장을 풀어보면 [화학섬유→ 독기 발산, 병독 배출 억제→ 피부기능 상실→ 피가 잘 흐르지 못함→ 만병의 근원] 이 됩니다. 즉 화학섬유가 만병의 근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이지요. 화학섬유는 천연섬유에 비해 장점과 단점을 모두 가지고 있으며, 위 주장에서 비약하는 것처럼 만병의 근원이 되지는 않습니다. 몇 가지 예를 들었지만, 이 문서 전반에 걸쳐 이러한 논리의 비약과 근거 없는 주장들을 여러 번 확인할 수 있습니다.<계속>

성강욱 / 민중의학 민간요법 대체의학 바로보기
 (http://www.kmwiki.net/xe/18533)

이 지면은 온라인상에서 한의학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주기 위한 ‘한의학 위키’와의 제휴로 만들어집니다. 더 많은 한의학 칼럼들이 www.kmwiki.net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한의학 위키 필진으로 생각이 젊은 한의사, 한의대생 블로거들의 많은 참여를 기다립니다. 참여를 원하시면 임정태 씨 메일(julcho@naver.com)로 보내주세요.  <편집자 주>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