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똑똑한 (enlightened ; 본인이 꼭 이렇게 말해달라고 함) 미국인 친구 하나가 질문을 해왔습니다.
똑똑한 미국인 : ‘Yin Yang Huo’라고 알아?
필자 : 몰라. 뭐지? 금은화인가?(제 맘대로 음양화 = 금은화? 라고 생각해버림)
똑똑한 미국인 : Horny Goat Weed??
필자 : 뭐라구????????!!!!!!!!
‘Horny Goat Weed’라는 단어를 듣는 순간, ‘이 친구가 미쳤나’하는 생각을 잠깐 했지만, 곧 떠오르는 약초가 있었습니다.
중국 사천지방에 양을 치는 목동이 숫양 한마리가 유독 많은 암양을 거느리는 것을 보고 가만히 봤더니 이 풀을 먹길래, 자기도 따라서 끓여 먹었더니 정력이 왕성해졌더라는 전설이 전해지는 풀입니다. 양이 먹으면 음란해진다는 뜻을 가진 음양곽(淫羊藿)은 정력을 강하게 하고 건망증을 예방한다고 알려진 본초입니다. <그림 1 참조>
영어로는 중국어 발음을 본 따서 ‘yin yang huo’, 또는 한자 뜻 그대로 ‘horny goat weed’라고 부르나 봅니다. 이 horny goat weed라는 말이 정말 너무 웃긴 겁니다. horny goat라는 거 자체가 굉장히 섹슈얼한 느낌이 강한데, 게다가 weed(잡초라는 뜻이지만, 마리화나를 뜻하죠)라고 부르니까 처음에 제가 깜짝 놀란 것도 무리는 아니겠죠?
아무튼, 이 친구가 이것을 근육운동하는 데에 먹고 싶다고 하니. 저로서는 엉뚱? 생뚱? 할 수밖에 없어 “Hey man, 이 약은 네가 생각하는 그런 약이 아니야. 이 약으로 말할 거 같으면 한국 남자들이 한 알 한 알…(ㅋㅋ)” 이라고 살짝 면박을 주고서, 저의 든든한 친구 구글을 검색해 보았습니다.
[Bodybuilding for you]라는 보디빌더들을 위한 사이트에서 음양곽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예로부터 중국의학에서 성기능을 돕기 위해 사용되어 왔다. 최근의 임상연구가 그 효능을 뒷받침 한다. 음양곽은 AChE 효현을 억제하여 시냅스 말단에서 콜린성 뉴로트랜스미터의 level을 높게 유지시켜서 sexual arousal이 일어나게 하는 테스토스테론과 같은 물질이다.”
“아시다시피,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은 단백질을 합성하여, 운동으로 손상된 근섬유들을 재건하는 기능을 합니다. 그래서 운동선수들이 근육을 더 빨리 한계를 극복하려고 synthetic testosterone(Steroids)을 복용하기도 합니다”라고 하면서 잡탕 알약을 팔고 있었습니다.
사실 이 사이트 외에도 음양곽 엑기스제를 sex booster 또는 working out supplement로 광고하며 파는 웹사이트들을 쉽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심지어는 M.D가 추천하는 건강보조식품 등으로 많이 팔리고 있습니다.
근육운동을 하기 위해, 한약 정력제(phyto- aphrodisiac)를 먹고 싶다는 이 친구에게, 저는 어떤 조언을 해야했을까요?
동양의학에서는 ‘정’을 지극히 귀하고 적은 것으로 삼가고 지켜야 하는 것으로 봅니다. 현대의학에서 스트레스 해소, 심장건강 증진, 노화 방지 등의 이유를 들며 sex를 많이 할수록 건강에 좋다, 심지어 장수한다고 생각하지만, 동양의학에서는 각자가 타고나는 정은 타고난 용량(limit)이 있어서, 욕심을 절제하지 않으면 기력이 쇠퇴하게 되고, 질병이 생기기 쉽다고 봅니다.
이런 의미에서 비아그라와 같은 것은 순간적으로 spurt를 내게 하지만, 결국엔 내재적으로 가지고 있는 에너지를 과도하게 끌어 쓰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일종의 ‘가불’시스템) 이런 맥락에서, 음양곽과 같은 건조(dry)한 성질의 약을 많이 사용해서 에너지를 과도하게 끌어 쓰면 결국에 몸을 상하게 하겠지요.
참고로 음양곽의 주요성분인 icarrin은 PDE-5 enzyme을 억제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는데, 이것은 viagra나 cialis같은 약물의 작용기전과 같은 것입니다.(viagra는 평활근 이완을 억제하여 혈액량을 늘리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참고로, sildenafil(viagra의 성분)이 음양곽의 성분인 icarrin보다 80배 이상 강하다고 보고되어 있어요)
이 똑똑한 미국 친구의 경우는, 자연의학이나 허브 등에 아주 깊은 관심을 갖고 있으면서, 호기심이 많아서 음양곽의 효과를 한번 경험해 보라고 ‘복분자(rubus coreanus) 20g, 산수유(cornus officinalis) 12g, 오미자(schizandra) 4g에 음양곽(Epimedium) 2∼3g 정도로 먹어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음양곽 하나만 먹는 것보다는 신장을 보충해주는 다른 약재들과 함께 먹으면 효과는 증대되고 부작용은 적다고 설명했지요. 대충 봐도 복분자, 산수유, 오미자 이런 약재들이 berries랑 비슷하니까 아주 좋아하더라구요. 또 한 번 한의사로서 갈 길은 참 멀구나라고 느낀 사건이었습니다.
그리고 내친 김에 제가 탕약/환약을 만들어줄까 하고 있는데, 이 똑똑한 친구가 이런 것을 찾았네요.
http://www.kalyx.com/store/proddetail.cfm/ItemID/796166/CategoryID/6000/SubCatID/2075/file.htm <그림 2 참조>
Rehmannia glutinosa root-prep(생지황), Dioscorea opposita rhizome(마), Cornus officinalis fruit(산수유), Cuscuta chinensis seed(토사자), Lycium chinense fruit(구기자), Achyranthes bidentata root(우슬)로 만들어진 중국 엑기스제 입니다.
가격도 싸고, 엑스제 만드는 공정과정, 청결도 등에 대해서도 자세한 설명을 하고 있습니다. “미국 FDA의 중금속 허용 기준을 준수하고 있으며 오스트레일리아 정부의 약품 기준에 부합한다”는 내용도 있습니다.
사실 인터넷을 뒤지면서, ‘음양곽’에 대한 중의학적인 설명도 접할 수 있었습니다. 인상적인 것은, 중의사들이 본인들의 임상 경험 하에서 음양곽의 효능을 설명하면서, 동시에 건강보조식품(supplement)인 음양곽 캡슐을 잘 고르는 법 같은 것을 “0%의 icariin을 함유하고 있는 제품으로 골라라” 등으로 합리적으로 설명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전문가이다”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키기 위해서겠죠.
돈이 되는 거라면 캡슐형태로 잘 만들어서 “의사 XX가 보증하는” 따위의 광고를 붙여서 슈퍼마켓에서 싼값에 대중에 파는 나라(대표적으로 미국)들에서, 한국의 한의학은 어떤 식으로 정착해야 하는 걸까. 이런 시스템이 한국에 들어오면 어떻게 해야 하지? 하는 생각을 잠시 해보면서 결론은 언제나와 같이, “열심히 공부하자”로 정리됩니다.
김일화
한국의 전통의학 / 통합의학과 두통과 어지럼증 질환에 관심갖고 공부하는 한의사
(http://koreanmed.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