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 한국 ‘천연물신약’과 중국의 ‘중성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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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 한국 ‘천연물신약’과 중국의 ‘중성약
  • 승인 2012.07.26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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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원

김창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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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무분별한 중성약 남용과 신뢰도 하락으로 골머리
“한국도 중국 반면교사로 ‘천연물신약 처방권’ 해결해야”

현재 ‘천연물신약’의 처방권 문제가 국가적인 이슈로 등장하고 있다. 지난 2011년 7월 한의약육성법의 개정으로 한의약에 대한 정의가 한의학을 기초로 한 한방의료행위와 이를 기초로 하여 과학적으로 응용·개발한 한방의료행위로까지 범위가 확대되었다.

따라서 한약재나 한약처방에 근거하여 제조된 ‘천연물신약’은 당연히 한의사의 업무범위에 해당됨에도 불구하고, 학문적인 근거가 전혀 없는 양의사들에게 처방권을 부여하는 것은 명백한 모순이다. 중국의 ‘중성약’은 한국의 ‘천연물신약’과 유사한 개념이다. 본 원고는 중국 중성약의 시장현황과 처방권의 문제점을 분석하여 한의계의 대처방안을 모색하는데 도움이 되고자하여 작성하게 되었다.

‘중성약’이란 중약재를 사용하여 환제, 산제, 과립제, 캡슐제, 주사제, 도포제 등의 제제형태로 가공한 의약품을 의미하며, 2010년 판 「중국약전」에는 30類 1천640개의 중성약 처방이 수록되어 있다.
중국은 지난 1999년부터 정식으로 ‘中藥現代化科技硏究工作’정책을 실시하였고, 현재는 전국 2천400여 개의 기업에서 중성약을 생산하고 있으며, 연 생산총액은 인민폐 1871.5억 위엔(약 34조 원)에 달하는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대부분의 중성약은 환제, 과립제, 캡슐제 등 내복약 형태로 생산, 판매되고 있으나 최근에는 주사제의 연구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1. 서의사의 중성약 처방권 문제
중국의 「執業醫師法」 제21조 1항의 규정에는 “의사의 환자에 대한 진찰, 치료, 예후관리 등의 의료행위는 국가에 등록되어 있는 執業證의 의료범위와 부합되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원리원칙에 따르면 중의사의 의료행위는 변증논치 및 중약처방으로 범위가 한정되어 있으며 산부인과, 외과, 치과 등의 서의 의료행위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이 없다. 이것은 서의사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하지만 중약, 서약의 처방권에 있어서는 문제가 다르다. 「處方管理方法」의 규정에는 약물 처방권에 있어서 중의사가 서약을 처방하거나 서의사가 중약을 처방해서는 안 된다는 문구가 명시되어 있지 않다. 서의사가 진료과정 중에 중성약을 처방하는 행위를 제한할 수 있는 법적근거가 마련되어 있지 않기에 서의사가 중성약을 처방하는 행위는 중국 의료계에서 보편적으로 목격할 수 있다.

서의사들의 중성약 처방권에 대해 북경동직문병원 리우칭취엔(劉淸泉) 부원장은 “중성약은 중약재를 가공하여 만들어진 약품이다. 중의의 변증논치 이론을 이해하지 못하는 서의사가 설명서에 기재된 적응증만을 보고 처방을 할 시에 야기할 수 있는 약물부작용과 그로인한 중성약에 대한 신뢰도 하락은 결과적으로 중성약 발전에 큰 저하를 불러 올 것이다”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현재 대부분의 중의사들이 서의사의 중성약 처방에 관해 반대의 입장을 고수하는 가운데 서의사들은 환자들의 요구사항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만을 표명하고 있다.

2. 중약주사제
근래 난치병과 약물성 질환이 증가하고 화학약품의 신약 개발비가 급증하면서 부작용이 적고 개발 비용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천연약물의 연구에 대다수 약학자들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중국에서는 196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중약주사제 연구를 중점 사안으로 지정하여 개발에 착수하였고, 현재 등록돼 있는 중약주사제의 품목 수는 141개이며, 전국 154개 기업에서 생산 중에 있다. 임상에서도 중약주사제가 차지하는 비율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에 있는데, 특히 심뇌혈관질환의 치료에서 중약주사제의 작용은 그 어떤 대체약물도 비교할 수 없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심뇌혈관질환의 치료에 사용되는 중약주사제는 크게 다음과 같이 분류할 수 있다.
(1) 水蛭, 地龍을 주요성분으로 제조된 중약주사제는 활혈화어, 통경활락의 효과가 있어 혈전을 용해하는 작용을 하며, 혈전은 형성되었으나 완전히 막히지 않은 기체혈어 환자에게 쓰이는데 이러한 종류의 주사제는 비교적 강한 활혈효과를 보인다.
(2) 단삼, 홍화를 위주로 하여 개발된 주사제는 양혈활혈, 祛瘀止痛의 효과가 있어 수질, 지룡을 위주로 개발된 주사제에 비해 명확한 혈전용해 작용은 없으나 임상 중 관상동맥의 혈류량을 증가시키고 응고된 상태의 혈액을 효과적으로 치료한다.
(3) 삼칠을 위주로 한 주사제는 보기활혈과 동시에 혈액점도를 낮추는 효과가 있어 혈전이 완전히 형성되지 않은 기허혈어 환자의 조기치료에 쓰인다.
(4) 기타 : 은행잎을 위주로 제조된 주사제는 고지혈 증상이 있는 환자에 쓰이고, 갈근을 위주로 제조된 주사제는 升陽作用이 뛰어나 精神不振證 환자의 치료에 적합하다. 또한 蔘附湯, 生脈飮 등의 처방을 기초로 제조된 주사제는 미세순환을 개선하고 쇼크, 저혈압 등의 증상을 치료하는 데 쓰인다.
중의계는 “중약주사제의 사용에 있어서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중의의 이론을 이해하고 ‘方證相應’ ‘변증논치’에 따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소개한 심뇌혈관에 쓰이는 중약주사제들은 현재 중의병원과 서의병원을 막론하고 광범위하게 응용되고 있는데, 비록 상기 중약주사제들이 활혈화어의 작용을 하는 것은 같으나 각각의 치법이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변증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이상적인 효과를 얻을 수가 없다.

3. 중성약의 부작용
중국의 식약청인 국가식품약품감독관리국(國家食品藥品監督管理局, SFDA)은 지난 2001년 11월부터 2012년 6월까지 48회에 걸쳐 ‘약품부작용보고(藥品不良反應信息通報)’를 발표해 왔다. 총 81종류의 약물에 대한 부작용 보고에서 중성약 관련 보고 수는 17회에 이르며, 보고된 제형은 내복제 8회, 주사제 9회이다.

SFDA의 약품평가센터 두샤오시(杜曉曦) 부주임은 “2011년 전국에서 보고된 약품부작용 보고 횟수는 2010년의 69만 건보다 23% 증가한 85만 건으로 집계되었다. 화학약품과 중성약이 차지하는 비율은 각각 전체의 84%, 15%로 조사되었는데, 주사제는 화학약품 중 58%, 중성약 중 49%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다른 제형에 비해서 위험부담이 비교적 큰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고했다.

중약주사제의 위험부담이 비교적 크다는 보고에 대해 중국중의과학원 장보리(張伯禮) 院士는 “중약을 복용하면 과민반응과 유사한 형태의 반응이 나타날 때가 많다. 단적인 예를 들어서 丹紅注射液의 임상실험에서는 부작용률이 무려 20%로 나타났는데, 이유는 환자에게 약물을 주사한 이후에 딸꾹질을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재미있는 사실은 환자가 딸꾹질을 한 후에 임상증상이 한결 완화된다는 것이다. 약을 복용하면 얼굴에서 열이나 안색이 붉게 변할 수도 있다.

이러한 것들은 약효가 작용한다는 반증인 것이지 결코 부작용이라고 볼 수 없는 것이다. 중약의 부작용에 대해서는 전문적인 감독위원회를 설립하여 심층조사를 진행하는 것이 마땅하다. 과거 대다수의 중성약 부작용의 원인은 불합리한 사용에 기인했다. 무지각한 상태에서의 중서약 혼용이야말로 약물부작용을 야기하는 가장 큰 원인이다”라고 주장했다.

신강 위구르자치구의 한 병원에서는 2006~2007년 사이에 서의사의 중성약 처방 1만 3천265건을 대상으로 배오금기사항, 중서약 연합처방 금기사항, 복용량, 복용기간 등의 항목으로 나누어 분석하였다. 그 중 41.3%의 중성약 처방이 불합격으로 조사되었으며, 그 중 변증논치의 부재로 인한 결격사유가 전체 불합격의 35%를 차지하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중성약 부작용의 대표적인 예를 들자면, 朱砂安神丸은 구강염, 단백뇨, 약원성 장염 등을 유발할 수 있고, 牛黃解毒片은 과민성 혈소판 감소증, 과민성방광염, 과민성피부염 등을 유발할 수 있으며, 銀翹解毒丸은 과민성 쇼크를 불러올 수도 있다. 이러한 부작용들은 심각한 의료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에 임상 의사들의 각별한 주의가 따라야 하고 동시에 전문적인 지식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이와 같은 문제점들로 중의사들이 서의사의 중성약 처방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져가고 있는 가운데 중국중의약관리국 왕궈창(王國强) 국장은 “중성약의 잘못된 처방으로 인한 피해사례를 줄이기 위해 서의사들은 중의의 기초이론을 배워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할 뿐, 근본적인 대책마련은 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의 몇몇 중성약 생산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보고에서 생산된 중성약의 2/3가 전국의 종합병원으로 납품이 되고 있으며, 중의병원으로 납품되는 양은 전체의 1/3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국가중의약관리국은 서의가 처방한 중성약의 비중이 전체 중성약 처방의 70%를 차지하고 있다고 발표하여 중성약 산업의 발전에는 서의사의 기여도가 매우 크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서의사의 중성약 처방은 중성약의 발전에 긍적적인 효과를 가져왔으나, 그 이면에는 중의의 이론은 이해하지 못한 채 무분별한 중성약 남용으로 인한 부작용 사례의 증가와 그에 따른 중성약에 대한 신뢰도 하락이라는 부정적인 측면도 동시에 존재하고 있다. 한국 역시 서의사의 ‘천연물신약’ 처방권 문제가 해결되지 못하면 종국에는 중국과 같은 문제와 직면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비해 한의계와 정부기관, 대학 등의 공동연구로 대책마련이 시급한 시점이다.

김창원 / 옴니허브 북경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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