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위키칼럼 & 메타블로그 - '전통 민중의술'의 실체를 심층 해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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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 위키칼럼 & 메타블로그 - '전통 민중의술'의 실체를 심층 해부한다
  • 승인 2012.07.05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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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강욱

성강욱

seoungnasy@hanmail.net


지난 칼럼에 이어, 「FTA를 대비한 전통 민중의술 활용을 위한 입법 정책 방안」이라는 문서에 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이 문서에 제가 주목하는 이유는, 소위 민중의학, 민간요법, 대체의학, 전통의학 등을 망라해 ‘전통 민중의술’이란 카테고리를 만들었고, 입법정책을 뒷받침하고자 하는 주장을(주장의 진실성, 논리성과는 별도로) 체계적으로 정리했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말하는 ‘전통 민중의술’이란?
이 문서에서는 우리나라의 ‘전통 대체 민중의술’의 종류를 아래와 같이 나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검토하면 할수록 ‘전통 민중의술’이란 게 과연 실체가 있는가, 이 문서가 과연 입법자료로 쓰일 수준인가?라는 의문이 생겨납니다. 먼저 치료법으로서 실체를 가지고 있다고 판단되는 (1)부항요법/(2)사혈요법/(3)수기요법/(4)쑥뜸/(5)침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1) 부항요법(건부항) / (2) 사혈요법(습부항)
위 두 가지 시술은 부항술에 해당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건식부항- 섬관법/유관법/주관법, 자락관법으로 구분돼 한의사가 시술하고 있습니다. 부항술은 음압을 이용해 체표면에 자극을 주는 행위로, 한의학에서 근골격계 질환을 비롯한 일부 내과질환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시술로 현재 우리나라의 한방병의원에서는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문서에서는 부항술에 대해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만성질환이 있거나 약한 내장과 연결된 부위의 피부는 자색 내지 흑색으로 변하고 계속 부항기를 붙여두면 반드시 수포(물집)가 생기는데, 그 수포를 뾰족한 기구(바늘이나 이쑤시개)로 찔러 조그만 구멍을 낸 뒤 부항기를 계속 붙여두면 몸 안의 혈관을 막고 있던 노폐물과 피고름 등이 그곳으로 빠져나와 부항기에 고인다. … 이 때 나오는 노폐물은 황색의 액체인데, 그 부위의 병증이 심할 경우에는 누런 膿이나 끈적한 덩어리 또는 핏덩어리가 나오기도 한다. 분명한 사실은 무엇이 나오든 간에 절대로 인체에 불필요한 노폐물 외에 다른 정상적인 체액은 배설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 물집이 생기는 곳에는 매일 1시간 정도씩 계속 부항을 붙여 노폐물을 완전히 빼내는 것이 좋고, 다 빠져나오면 부항을 붙여도 아무것도 나오지 않고 저절로 딱지가 앉았다가 하루 이틀 사이에 저절로 떨어져 버린다. 그렇게 되면 그곳과 연결된 내장의 병은 나아버린다.”
부항시술을 자주 하는 제 입장에서 위 주장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인 데다가, 위험하기까지 합니다. 한의학적으로 혈위는 질병의 진단점이자 반응점으로 기능하기 때문에, 부항 시술 후 피부색 변화를 통해 질병을 유추할 수는 있지만 절대적인 기준은 아닙니다. 또한 병증이 심하다고 농이나 핏덩어리가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매일 1시간 정도 같은 곳에 부항시술을 하는 것 자체가 매우 걱정스러운 행위인데, 그 정도로 시술한 상처가 “저절로 딱지가 앉았다가 하루 이틀 사이에 저절로 떨어져 버린다”는 것도 믿기 어렵습니다. 피부가 약한 환자나 노약자 등의 경우, 십분 정도의 건식부항으로도 피부에 상처가 나서, 소독과 드레싱을 해도 1주일 이상 상처가 아물지 않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또, 이렇게 시술하면 그곳과 연결된 내장의 병이 나아버린다는 것은 너무도 순진하고 낭만적인 생각이 아닐까 싶습니다. 부항술 또한, 여러 가지 한의학적 치료법 중 하나로서 적응증과 금기증을 가지고 있을 뿐이지 자동치료, 만병통치는 결코 아닙니다.

(3) 수기요법
이 문서에는 “손으로 만지고 팔로 누르는 방법으로 인체의 피부·근육·신경·골격 등에 자극을 가해 불편한 상태를 해소하는 방법을 통칭하여 手技요법이라고 한다”고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수기요법을 경락을 중심으로 한 지압 안마 마사지(척추를 중심으로, 뼈와 관절이 왜곡된 것을 바로잡아 주는 교정요법), 혈도를 누르거나 자극하는 혈도술과 기공술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위의 정의대로라면 수기요법은 굉장히 범위가 넓습니다. 물리치료사가 시행하는 물리치료나 한의사가 시행하는 추나요법, 외국의 카이로프랙틱, 정골요법 등 치료영역의 수기요법에서부터 안마사가 시행하는 안마, 소위 경락마사지로 불리는 피부마사지, 지압에 기공술까지 포괄하게 되니 말입니다.
그리고 이 수기요법이 ‘전통 민중의술’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 나라에는 구석구석에 손으로 몸을 잘 주물러서 병을 고치는 사람, 뼈를 잘 만져서 고치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이 어떤 경로로 그 의술을 터득했든, 그들의 의술은 탁월하다 못해 신기하기까지 하고, 그러면서도 돈을 거의 받지 아니하여 역사적으로 일반서민들, 특히 돈 없는 가난한 서민들에게 큰 구원이 되어 왔다. 우리 민족이 특별히 손의 감각이 발달하였다는 것은 우리나라가 해마다 세계 기능올림픽에서 1등을 하는 것으로도 증명된다.”
또 수기 요법의 예로서 ‘반지기공요법’을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습니다.
“금반지와 은반지만을 사용하여 몸의 음양기운을 조절하여 인체의 자생력을 회복시켜주는 반지기공요법의 대가가 있다. 게놈프로젝트로도 병든 유전자는 치료할 수 없지만, 반지기공요법은 그 치료까지 가능하다고 한다.”
수기요법 중, 금반지와 은반지만을 이용해 유전자치료까지 가능한 치료법이라는데, 정상인이라면 액면 그대로 믿기 어려워 보입니다.

(4) 쑥뜸
쑥뜸은 구(灸)로서, 일침 이구 삼약이라는 말처럼 예로부터 주요한 한의학적 치료방법 중 하나입니다. 뜸 시술은 체표면의 일정 부위에 화상을 입혀 치료효과를 도모하는 일종의 온열요법으로, 직접구와 간접구로 나뉩니다. 한의학에서는 쑥 뿐만 아니라 격강구 격산구 등 여러 약재를 이용한 간접구도 발달한 바 있습니다. 뜸 시술에 유독 쑥이 주로 사용되었던 이유는, 주변에서 구하기 쉽고, 말려 사용했을 때 오래 보관이 가능하고, 잘 타는 성질을 가졌기 때문입니다.
뜸 시술은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피부의 화상을 전제로 하는 시술로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모든 치료법이 그렇듯, 적응증과 금기증을 가지고 있으며 모든 사람, 어떤 질환에든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고혈압 환자의 경우, 혈압상승을 야기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하고, 당뇨병을 오랫동안 앓아온 환자는 말초부위에 시술을 금해야 합니다. 또, 노약자나 유소아, 임산부의 경우, 시술의 강도를 조절해야 하고, 화상으로 인한 흉터에 대해 충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현재 한방병의원에서는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고 있습니다.
최근 침사인 김남수씨가 설립한 ‘뜸사랑’이라는 불법단체가 국민들을 상대로 무분별한 뜸시술 실습을 시행해 커다란 사회적 문제를 일으킨 바 있습니다.
‘뜸사랑’과 김남수씨는 뜸 시술이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어떠한 질병에도 부작용이 없으면서 효과가 있다는 주장을 펴지만, 이는 의학적으로도, 상식적으로도 받아들여지기 힘든 주장입니다.
이 문서에서도 출처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김남수씨나 뜸사랑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발언을 싣고 있습니다.
“2003년 초부터 괴질로 불리면서 중국 홍콩 등을 주로 하여 전 세계적으로 맹위를 떨치며 인류를 공포에 몰아넣고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초래한 일명 ‘사스’(SARS. 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는, 호흡기병을 오랫동안 앓다가 쑥뜸으로 치료해 본 내 경험으로 종합하여 판단하기에는 쑥뜸을 뜨면 일주일 내에 퇴치될 것이 분명한데, 이 신묘한 치료법이 활용되어 전 세계에 이름을 날릴 절호의 기회를 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은 바로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은 엉터리 의료제도 때문이니, 땅을 치고 통탄할 일이다.”
즉, 쑥뜸을 뜨면 일주일 내에 ‘사스’를 퇴치할 수 있는데, 비의료인에게 의료행위를 금지하는 의료제도 때문에 전 세계에 이름을 날릴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는 것입니다. 이와 유사하게 김남수씨도 ‘사스’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 바가 있습니다.
“내가 중국에 전화해 ‘사스는 침뜸으로 쉽게 치료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서 치료해줄까’ 하니까 ‘좋다’고 오라고 했어... 그래서 안가고 대신 ‘이렇게 치료해줘라’얘기만 해줬지. 사스는 사실 여름감기다... 인동의 뿌리 한주먹을 달여 먹으면 낫는다. 내말을 들어서인지, 나중에 중국에서 인동을 쓰더군.”(주간동아 756호 p.40)
위의 발언과 같이, 비의료인이 질병을 보는 시각은 매우 단순하고, 그래서 어떤 면에서는 명쾌합니다. 의학적 지식이 없는 일반인이라면 그런 주장에 충분히 혹할 수 있지요. 이 처음 보는 질병이고, 그 질병이 심지어 의료인 치사율까지도 높은 ‘사스’와 같이 심각한 질병일지라도 고칠 수 있다고 장담합니다.

(5) 침
침술은 한의학적 치료방법의 대표격입니다. 침술은 한의학적인 외과시술을 통칭하는 것으로 고대에 돌을 갈아 날카롭게 한 폄석(   石)의 기록에서 출발합니다.
과거 기록을 통해 보면, 침의 종류는 아홉 가지로 구침(九針)이라 일컬어 왔습니다. 이 구침을 살펴보면, 현재 많이 쓰이고 있는 호침(毫針) 외에도 메스와 같이 종양이나 종기를 쨀 때 사용하는 피침을 비롯, 원리침/참침/대침 등 그 길이와 두께, 모양이 다양합니다.
최근 들어 침도요법 등 외과적 시술에 중점을 둔 침술도 개발돼 한방병원급에서 시술되고 있습니다. 또한 2009년부터 침구과 전문의가 배출돼 침구학에 대한 보다 전문적인 연구와 임상이 이루어지고 있고, 최근 대한한의학회에서도 침구학의 중요성을 인식해 ‘침구의학’으로 명칭을 바꾸기도 했습니다. 또, 레이저침/전침/약침 등 다양한 방법으로 시술되며 우리나라에서는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문서에서는 침술을 시술하는 전문가인 한의사에 대한 언급은 없고, “침과 뜸을 합해서 통상 한의학계에서 침구사로 칭하는 바, 지금부터는 용어를 침구사로 사용한다”고 하면서 난데없이 ‘침구사’를 등장시키고 있습니다. 이후부터는 아예 노골적으로 ‘침구사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을 일관되게 펴고 있습니다.
“침구사는 교육기간이 짧아(2∼3년) 침구과정을 이수하는데 교육비가 적게 소요되며, 침구시술소는 침구사와 보조원 각 1인과 적은 면적의 건물, 그리고 침과 뜸만 있으면 개설 운영할 수 있어 경영비가 적게 소요되므로 수입에 연연하지 않을 수 있으며,… 농어촌이나 도시빈민에서 가벼운 1차진료나 노인의 만성질환을 치료하는 요양기관이 부족하거나, 경영수입에서 타당성이 없어 병의원에서 외면하는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진료기관으로 침구시술소가 적격이어서 의료비 절감과 노령화대책 및 일자리 창출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방안도 된다.”
지속적으로 생기는 의문입니다만, 이런 주장을 펴는 분들에게 ‘한의사’라는 존재는 투명인간 일까요? 현재 2만 명에 달하는 한의사가 한방병의원에서 침 시술을 시행하고 있을 뿐 아니라, 전국 산간오지에 분포한 보건소 및 보건지소에서도 공중보건한의사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을 모조리 무시하고 ‘침구사제도’를 이야기하는 속셈은 무엇일까요? 과연 그들은 침구학을, 침구의학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요? 다음과 같은 글을 보면 그 인식의 깊이가 드러납니다.
“고도의 전문적인 의학적·과학적 지식과 멸균상태의 의료기기가 필요한 서양의학적 치료는 그 복잡성과 위험성으로 인해 반드시 의과대학을 거친 전문의료인에게 진료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전통의학인 침구술은 자연의학으로 수천년을 민간에서 행해져 오면서 그 효과와 안전성이 경험적으로 충분히 검증된 것으로 생명이 위험 받는 의료부작용을 일으키는 비율이 낮아 어느 정도 전문교육만 받으면 안전하게 시술할 수 있다.”
위의 글이 바로 “침구를 국민의 품으로 돌려주세요” “침뜸은 아무나 할 수 있다”고 하는 세력의 핵심 주장입니다. 그들에 따르면, 침구술은 의학적·과학적 지식도 필요 없고, 멸균상태의 의료기기를 쓰지 않아도 되고, 전문의료인도 필요 없는 치료법이 되어버립니다. 그리고 서양의학적 치료에 비해 침구술은 전문성이 매우 떨어지는 것으로 인식합니다. 이어서 침구술에 전통의학/자연의학/민간의학의 굴레를 씌워 본인의 주장에 대한 근거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앞서 용어의 정의를 통해 밝혔듯이, 전통의학/자연의학/민간의학은 각각이 의미하는 바가 다른 용어입니다.
그리고 “효과와 안전성이 경험적으로 충분히 검증된 것으로 생명이 위협받는 의료부작용을 일으키는 비율이 낮아 어느 정도 전문교육만 받으면 안전하게 시술할 수 있다”는 표현은 아마 양방, 한방, 치과영역을 통틀어 거의 모든 의료행위에 해당할 정도로 두루뭉수리한 말입니다. 사실, 의료행위라는 것 자체가 효과와 안전성이 검증되어야 의료행위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이고, 전문 교육을 통해 배우고 익혀서 안전하게 시술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전통 민중의술’은 실체가 없다
이상 소위 ‘전통 민중의술’ 중 실체가 있다고 판단되는 (1)∼(5)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이 문서에서는 대한민국에서 이미 시행되고 있는 한방의료행위마저도 ‘전통 대체 민중의술’이라고 하여, 전혀 새로운 것처럼 묘사하고 있습니다. 사실 침술, 구술, 부항술 등은 대표적인 한의사의 의료행위로서 연인원 9천만 명 이상(2009년 기준)이 시술받고 있는 상황인데도 말이지요.

성강욱
민중의학 민간요법 대체의학 바로보기
 (http://www.kmwik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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