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비평 - 피로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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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비평 - 피로사회
  • 승인 2012.07.05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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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세영

홍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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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사회는 우울증환자와 낙오자를 만들어낸다

한병철 저,
김태환 옮김
문학과지성사 刊
이 책은 2년 전 독일에서 출판된 이래 한·독 양국에서 인기몰이 중이다. 독일서는 초판이 2주 만에 매진됐고 올봄에 나온 한국어 초판은 벌써 11쇄를 찍었다.
저자(독일 카를스루에 조형예술대 교수)는 후기자본주의사회에 만연한 우울증과 소진증후군,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등의 신경병증을 심리적 관점이 아닌 사회경제적 시각으로 해석하면서 그 해결책을 고민하도록 자연스럽게 이끌어 간다.

저자는 시대마다 그 시대에 고유한 주요 질병이 있다는 문장으로 이야기를 연다. 그는 과거 근대사회를 피아구분의 냉전에 따른 면역학적 시대로 규정하고, 현 사회는 성과주의에 의해 자아가 소진되는 피로사회로 규정한다.

저자에 따르면 성과사회의 주체는 스스로를 착취한다. 자기착취는 신자유주의의 기본원리로 타자착취보다 효율적이다. 스스로 자유롭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는 표면적인 자기착취 외에도 커피전문점과 에너지음료 회사 덕분에 골수를 소모시키며 자기착취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성과사회는 심리적 경쟁을 유발하고 성과를 향한 압박은 우울증을 초래한다. 우울증은 자신과의 전쟁을 벌이는 인간을 반영한다. 저자는 끊임없이 시스템적 폭력을 강조하면서 사회경제적인 틀로 이러한 문제를 이해하도록 요구한다.

그러나 최근 거품파열, 재정적자와 같은 문제들이 수그러들 기세가 안보일뿐더러 자본주의 존립기반인 소비주체가 흔들리면서 자본주의 스텝도 엉키고 있다. 그렇다면 저자가 주장하는 피로사회 역시 생산과 소비의 손발이 맞았던 아름답던 시절 지나간 추억일지도 모르겠다.

그는 말미에서 휴식을 전제로 한 건강한 피로사회를 미래 대안으로 세우며 무위를 통한 사색적 삶을 주문한다. 도올과 나눈 짧은 대담 기사를 보면 그가 장자나 도가를 뚜렷하게 염두에 두면서도 의도적으로 서양 철학자들만 인용했음을 알 수 있다.

이 책은 성과사회는 물론, 성과사회가 향해가고 있는 도핑사회까지 한목에 비판한다. 어쨌든 도핑사회의 윤리를 찾아 허우적대거나 돈의 맛을 착한 자본주의로 극복해보려는 하버드의 마이클 샌댈보다 적어도 몇 걸음 앞서있음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문제는 역시 도올과의 대담이었다. 저자가 내뱉은 말을 보면 요즘 날씨가 덥긴 더웠나보다. 그는 자신의 책에서 일관되게 시스템과 자본의 문제를 피로사회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담을 맺으며 내놓은 해결책은 ‘개개인의 반성과 자각’이다. 책에다 안 써 놓은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그냥 이 말은 주워 담아 독일로 도로 가져가고 다시 고민해주셨으면 싶다. (값 1만 원)

홍 세 영 / 경희대학교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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