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위키칼럼 & 메타블로그 - 왜 용어에 대한 정의나 개념설정이 미흡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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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 위키칼럼 & 메타블로그 - 왜 용어에 대한 정의나 개념설정이 미흡할까?
  • 승인 2012.06.28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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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강욱

성강욱

seoungnasy@hanmail.net


‘전통 민중의학’, 용어의 모순에 빠지다

이전 칼럼에서는 혼재되어 있는 민중의료/민간의료/민간요법/보완대체의학/전통의학 등에 대해 정리해보았습니다. 사실, 이러한 용어에 대한 정의나 개념 설명에 대한 문서 자체를 찾아보기 어려워 위와 같이 정리하였습니다만, 정리하다보니 ‘왜 그런 작업에 대해 소홀해질 수밖에 없었을까’하는 물음에 자연스레 답을 찾게 되었습니다.

칼럼(1) 여는 글에서 밝힌 바 있지만, 위와 같은 개념을 이야기하는 분들의 대부분은 “비의료인이 의료행위를 할 수 있다”라는 주장을 폅니다. 즉, ‘대체의학, 민중의학, 전통의술, 민간요법’ 등이 무엇이건 간에, “그런 용어 자체가 근거가 되어 의료인이 아니어도 의료행위를 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용어에 대한 정리를 하면 할수록, 역설적으로 “비의료인이 의료행위를 해야 한다” 는 주장이 힘을 잃게 됩니다.

예를 들어, ‘의학’에 ‘민중’이라는 말을 붙여, ‘민중의학’이라 명명하고 “일반대중이 행위의 주체가 되는 의학”이라는 의미를 부여한다고 합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의학’이라는 전문영역을 ‘일반대중’이 주체가 되어야 할 합당한 이유를 획득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민중의학’이라는 용어는 ‘의료인이 아닌 누군가가 의료라는 제한된 영역에 진입하기 위한’ 목적성을 가지고 생겨났다고 보는 편이 합리적이지요.

또한, ‘민간요법’이라는 이름으로 “민간에서 전래되는 치료법”이 존재하는 것은 사회적 현상으로서 사실이며, 의학의 발전사에 하나의 꼭지가 될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민간요법’의 존재 자체가 현대에 와서 비의료인이 불특정다수를 치료하는 것까지 합리화하지는 못합니다.

‘보완대체의학’이라는 용어도, 그 자체가 광범위하고 불확실한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나라마다, 문화권마다 의미와 범위가 다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우리나라만의 ‘보완대체의학’ 이라는 정의와 규정을 해야 하며, 그 작업은 의사 한의사 치과의사를 포함한 의료인의 연구를 통해 정부 당국에서 정책적으로 결정해야 할 사안입니다. “해외 어느 나라에서는 침술을 보완대체의학에 포함하니 대한민국에서도 침술은 보완대체의학이고 따라서 아무나 할 수 있다”가 논리적으로 성립하지 않는 이유입니다.

전통 민중의술활용을 위한 입법정책 방안

2009년 9월 국회 입법정책연구회에서 발간한 「FTA를 대비한 전통 민중의술 활용을 위한 입법 정책 방안」이라는 문서에는 제 칼럼의 화두인 ‘민중의학/민간의학/민간요법/전통의학/대체의학’ 등을 ‘전통 민중의술’이라고 표현했군요.(제 칼럼에서도 민중의학/민간의학/민간요법/전통의학은 ‘전통 민중의술’이라고 표현하되, 보완대체의학은 다른 범주로 보아 별개로 ‘보완대체의학’이라고 하도록 하겠습니다.)
이 문서는 ‘전통 민중의술’에 관련해 그 의미와 정의, 종류, 각 나라별 현황을 비롯해 구체적인 입법 제언까지 망라된 총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내용을 검토해보면, 잘못된 정보를 사실로 기술해 놓거나, 믿기 힘든 내용은 물론, 헛웃음이 나올만큼 허황된 내용도 다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입법을 위한 목적으로 정리한 문서인데, 이 정도 수준으로는 결코 입법이 이루어질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이번 칼럼에서 검토하는 시간을 가짐으로서 우리는 관련 논의의 현 주소를 파악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내용을 보면 역시나 각각의 용어에 대한 정의나 개념에 혼란을 겪고 있는데, 먼저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요약부터 살펴볼까요.

3페이지부터 시작하는 요약에서는, “서양에서는 대안의료로서 동양의학에 거는 기대가 매우 크다. 양의와 한의를 포함한 우리 주류의료계가 전통의술을 경시하는 경향과 비교된다” 고 하였고, 그 근거로 “미국의 NCCAM에서 침구 등의 연구를 하고 있고, 일본은 천여 종에 이르는 한약품을 개발하는 등 세계 한방시장규모가 연간 250조 원을 넘어선 반면, 국내 규모는 겨우 4조 500억 원에 머물고 있다”는 점을 들었습니다.

“양의와 한의를 포함한 주류의료계가 전통의술을 경시하는 경향”이라는 말은 아무리 곱씹어봐도 논리적으로 성립하지 않는 표현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양의계와 한의계가 대립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대한민국의 전통의학은 한의학을 일컫는 말로, 한의계가 전통의술을 경시한다는 것은 잘못된 사실입니다.
이미 한의약육성법에서는 “‘한의약’이란 우리의 선조들로부터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한의학을 기초로 한 한방의료행위와 이를 기초로 하여 과학적으로 응용 개발한 한방의료행위 및 한약사를 말한다”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또, 전 세계 전통의학시장 규모가 연간 250조 원을 넘어선 반면, 국내 한의학시장 규모가 4조 원에 불과하다면, 우리나라의 한의학을 발전·육성시키는 방안을 제시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위 문서에서는 이미 존재하는 한의학은 배제해 놓고, ‘전통민중의술’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등장시켜, 세계시장선점과 FTA로 인한 의료시장개방을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해외에서 침술, 구술, 한약과 같은 한의학 분야가 포함된 동양의학을 대체의학으로 보고 있다는 것을 근거로, 우리나라에서도 침술 구술 등을 보완대체의학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앞서 살펴본 용어의 정의에 따라 거짓이 됩니다. 우리나라에서 침구술을 포함한 한의학은 보험급여까지 받는 제도권의학이므로, 보완대체의학에 포함할 수 없기 때문이죠.

이 문서에는 ‘침구와 전통의술인 보완대체의학’이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하는데요, 이 문구를 보면 그 목적이 더욱 분명해집니다.
즉, 보완대체의학을 설명하고자 한다면, ‘보완대체의학’이라고 하면 되는데, 굳이 앞에 ‘침구와 전통의술’을 붙여 사용하고 있습니다.

풀어 말하자면, “침구술과 전통의술이 보완대체의학에 포함된다”는 뜻인데, 앞뒤가 맞지 않는 표현입니다. ‘침구술’은 제도권 의학인 한의학의 분야이고, ‘전통의술’은 국가마다 다르나 대한민국에서는 한의학을 가리키며, ‘보완대체의학’은 의미가 다양하나, 공통적으로 제도권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침구와 전통의술인 보완대체의학’이라는 말은 침구술이 어디에 속하는지, 전통의술이 무엇인지, 보완대체의학을 어떻게 보는지 각각의 물음에 전혀 무지하다는 결론이 됩니다.

전통 민중의학(?)의 역설

사실 이와 같은 논리 전개는 “의료인이 아니어도 의료행위를 할 수 있다”는 결론을 정해놓고, 그 답을 향해 나아가다 보니 생기는 모순입니다. 그러다보니 전통의술, 민중의술, 보완대체의학 등의 단어를 혼합해서 전통 민중의학이라는 신조어를 만들고, 이 전통 민중의학을 보완대체의학에 포함시켜 버립니다. 그래야 뭐가 뭔지 확실하지 않지만, 기존 의료인이 아닌 일반인이라도 전통 민중의학이나 보완대체의학이라는 이름아래 의료행위를 할 수 있을 테니까요.

이와 같이 용어에 대한 정의를 명확히 하면 할수록, “비의료인이 의료행위를 할 수 있다”는 주장은 힘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저는 이를 ‘전통 민중의술의 역설’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다음에는 위 문서에서 말하고자 하는 ‘전통 민중의학’이 어떤 것인가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성강욱
민중의학 민간요법 대체의학 바로보기
 (http://www.kmwiki.net)

이 지면은 온라인상에서 한의학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주기 위한 ‘한의학 위키’와의 제휴로 만들어집니다. 더 많은 한의학 칼럼들이 www.kmwiki.net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한의학 위키 필진으로 생각이 젊은 한의사, 한의대생 블로거들의 많은 참여를 기다립니다. 참여를 원하시면 임정태 씨 메일(julcho@naver.com)로 보내주세요.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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