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천연물신약이 된 한약 처방(2) - 천연물신약 왜곡 2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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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천연물신약이 된 한약 처방(2) - 천연물신약 왜곡 20년
  • 승인 2012.06.28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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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의료실천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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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약제제 →생약제제 →천연물신약으로 탈바꿈

한약제제의 신약개발 의지 저하, 한·양방 처방권 분쟁 초래

지난 호에서 천연물신약개념이 변질되었다는 것을 알려드렸습니다. 이번 호에는 이러한 과정을 시간 순서대로 보여드리려 합니다.

1. 일제시대, 서울대 ‘생약연구소’ 설립
1939년 12월 27일 경성제국대학부속 생약연구소가 최초로 설립되었습니다. 한국의 한약자원을 조사하는 목표를 갖고 있었습니다. 1970~1980년은 생물에서 물질을 탐색하게 되어 ‘生藥으로부터 新藥開發’의 기반조성을 다지게 된 시기입니다. 전통약물에 대한 중요성이 인식되어 WHO는 생약연구소를 ‘전통약물연구 협력기관’으로 지정했습니다.

2. 1992년 생약연구소는 ‘천연물과학연구소로 개칭’, 천연물신약개발 사업 시작

과학기술처로부터 선도기술개발사업(G7프로젝트)의 하나인 ‘新東醫藥開發’ 주관 연구기관으로 선정, 과학기술처로부터 ‘韓·中傳統東洋藥物協力硏究센터’로 지정됩니다. ‘동의보감에 기록되어 있거나 민간에서 오래 전부터 사용되고 있는 전통 약용식물과 약재로부터 유효성분을 분리 추출해 항암제 등 신의약품을 개발하는 연구’를 목표로 합니다.
1996년까지 3~4개의 신의약품을 개발, 임상실험까지 마치는 것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천연물과학연구소에서 목표로 한 천연물신약은 국내에서 전통적으로 사용되어오던 한약재 즉 천연물에서 ‘유효성분’ 하나를 추출하여 신약을 개발하는 것이었습니다.

3. 1997년 천연물신약개발 사업 중단 위기- 1천578억 원 날릴 위기
1997년 3월 14일자 매일경제에 의하면 “정부가 G7(선도기술개발사업) 과제의 일환으로 제약업계에 지원하고 있는 연구비 1천578억 원을 고스란히 날릴 위험에 처했다”며, “제약업계는 ‘다른 과제처럼 2001년까지 연장해주면 국내에서도 신약개발은 충분히 가능하다’며 예산을 확보해주길 요망하고 있다”라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4. 1998년 12월 31일 서양의학적 입장의 생약제제 등장
생약 한약과 생약제제와 한약제제는 정부문서에서도 한약은 생약으로, 한약제제를 생약제제라 부르기도 했으며, 따로 구분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1998년 식품의약품안전청이 분리된 후 제정된 ‘의약품 등 제조업 및 제조·수입 품목허가(신고) 등 처리지침’(12월 31일)에서 처음으로 한약제제와 분리된 개념으로 생약제제를 정의합니다.
1999년 12월 22일자로 개정된 1999-60호 ‘의약품등의안전성·유효성심사에 관한 규정’에서는 [생약제제, 한약제제 허가사항]을 분리해서 규정하고 있습니다.
한약제제는 ‘기성한약서 혹은 그 외의 의서’ 에서의 처방, 처방에 근거한 새로운 처방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 함량이 증가하거나 생약규격에 변화가 생기면 전부 생약제제가 되도록 규정해놓고 있습니다.
그런데 생약제제는 한약제제 허가자료에서 ‘효력시험’ 자료만 더 제출하면 자료제출의약품 생약제제로 허가받을 수 있도록 되어있습니다. 자료제출상 한약제제와 생약제제의 자료제출 사항이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게다가 생약제제가 ‘기성한약서’의 투여를 근거로 독성과 약리작용 자료 대부분을 면제받은 상태로 의약품이 허가되면서 ‘서양의학적 치료’를 위한 의약품으로 허가되게 되었습니다. 본 고시에서의 생약제제의 정의와 허가사항이 부합하지 않는 상태로 허가사항이 마련됩니다.

5. 1999년 천연물신약연구개발촉진법 제정 추진·천연물 추출 단일성분 약 개발 목표
신동의약프로젝트의 실패로 중단될 위기에 처해 있었던 천연물신약 개발사업은 ‘천연물신약개발촉진법’을 통해 사업비를 확보하려고 합니다. 이 내용은 당시 ‘천연물신약 연구개발 촉진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 자료집’에 잘 요약되어 있습니다.
당시 자료집에는 ‘천연물의약품 개발현황, 천연물의약품 연구개발 전개방향, 천연물신약연구개발촉진법 제정과 법안내용 설명’ 등이 담겨 있어 천연물신약개발사업의 목표를 가늠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도 모두 천연물에서 추출한 단일성분 약, 즉 버드나무 추출 성분 아스피린, 푸른곰팡이에서 나온 페니실린, 개똥쑥 추출성분 아르테미니신을 예로 들고 있습니다. 이 법안은 통과되어 2000년에 제정됩니다.

6. 2002년에 천연물신약 개념의 확장, 생약제제 심사를 기성한약서로 면제함을 명시
2002년에 통과된 식품의약품안전청 고시 제2002·41호 ‘의약품등의안전성·유효성심사에 관한 규정’ 고시는 세 가지 큰 특징을 보이고 있습니다.
첫째, 2000년에 통과된 ‘천연물신약개발촉진법’ 통과시 알려졌던 천연물신약의 범주보다 외연이 넓어집니다. 천연물신약은 아스피린이나 탁솔과 같은 천연물 추출 ‘단일성분’ 약에서 생약제제의 신약으로 범위가 확대됩니다.
이 고시에서는 ‘천연물신약’의 의약품 허가자료제출에 관한 사항을 ‘생약·한약제제 및 천연물신약 등의 제출자료 항목에 따로 기재하여 ‘천연물신약’은 일반적인 양약의 ‘신약’이기도 하지만, ‘생약·한약제제’ 상의 새로운 의약품도 포함하고 있음을 명시합니다. 그런데 생약·한약제제의 신약과 천연물신약의 자료제출상 큰 차이가 없는 상태가 됩니다. 또한 생약제제의 신약인지 한약제제의 신약인지 불분명한 상태였습니다.
두 번째 특징은, 서양의학적 입장에서 본 천연물제제라고 정의내린(1998년 12월 31일 식품의약품안전청 고시 제1998-129호) 생약제제에 대해 기성한약서를 근거로 독성과 약리작용 자료제출을 면제받는 것을 2002년 고시에서 명시하기에 이릅니다. 서양의학적 입장의 의약품이 기성한약서로 면제됨이 공고화되기 시작합니다.
세 번째 특징은, 한약(생약)을 ‘에탄올, 정제수, 주정’ 외의 용매로 추출한 제품도 자료제출의약품 생약제제로 허가하는 항목을 첨부하게 합니다. 기성한약서 처방을 ‘에탄올, 정제수, 주정’으로 추출하면 ‘한약제제’가 되나, 그 외의 용매로 추출하면 ‘생약제제’가 되는 상황이 마련되었습니다. 그러나 의약품 품목허가시 독성과 약리자료제출을 면제하고 있습니다.

7. 2007년 식약청고시를 통해 천연물신약은 신생약제제로 규정
식품의약품안전청 고시 제2007-20호(2007년 4월 5일 개정)에서는 ‘생약·한약제제 및 천연물신약 등의 제출자료’의 이름은 ‘생약·한약제제의 제출자료’로 이름이 변경되며, 천연물신약은 <별표1>과 <별표2>의 신약을 의미한다고 규정됩니다.
이것은 2004년 식약청 용역연구를 수행했던 장일무 교수의 [천연물신약·한약제제 비임상시험 연구 가이드라인 마련]에서 제안된 내용의 반영으로 보입니다. 2002년 고시에서 천연물신약의 개념이 천연물에서 추출한 성분약과 생약·한약제제에 걸쳐져 있다 보니 개념이 모호하면서 한약제제의 신약인지, 생약제제의 신약인지 구별이 되지 않는 점, 동시에 생약제제 신약과 자료제출사항이 겹침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로써 ‘성분약, 신생약제제, 신한약제제’에 걸쳐 모호하게 규정되어 있던 천연물신약은 생약제제의 신약 범주와 통합되면서 고시 상에서 한약제제와는 구별되게 됩니다. 2007년의 고시는 한약제제가 ‘신약’으로 개발되는 것을 막았으며, 양의사와 한의사 처방권 분쟁의 씨앗이 됩니다.

8. 2008년 신생약제제+자료제출의약품 생약제제 = 천연물신약
식품의약품안전청 고시 제2008-56호 ‘의약품·의약외품의 제조·수입 품목허가 신청(신고)서 검토에 관한 규정’ 전부개정고시를 통해 ‘의약품등의 품목허가·신고·심사규정’으로 재편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천연물신약의 정의에 새로운 사항이 추가됩니다. 생약·한약제제 중의 신약이 천연물신약이라는 종전의 개념에서 확대되어 자료제출의약품 생약제제 중 일부가 천연물신약으로 규정됩니다.
자료제출의약품이란 “신약이 아닌 의약품이면서 이 규정에 의한 안전성·유효성심사가 필요한 품목으로서 <별표 1>의 의약품의 종류 및 제출자료의 범위 중 Ⅱ 또는 <별표 2>의 생약·한약제제의 제출자료 중 Ⅱ에 해당하는 의약품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천연물신약의 경우는 자료제출의약품을 포함한다는 의미로 정의가 확대되면서 신약으로서의 의미가 퇴색됩니다. 천연물신약의 실체가 빈번하게 바뀌면서 천연물신약의 정의와 의약품 범주가 무엇인지 혼란스럽게 되었습니다.

<결론>
여기에 기록한 것은 기성한약서로 안전성·유효성심사를 면제받은 생약제제가 천연물신약이 되기까지의 과정입니다. 생약제제는 서양의학적 입장에서의 천연물제제라고 1998년 고시를 통해 정의했지만, 실은 한약제제와 의약품 품목 허가 상에도 큰 차이가 없습니다.
기성한약서와 전통의서의 사용예나 처방에서 시작한다는 점도 같습니다. 식약청 고시를 통해 한약제제가 생약제제가 되고, 다시 천연물신약으로 탈바꿈 하는 과정은 신약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한약제제의 신약개발 의지를 저하시키며, 한의사/양의사의 처방권 분쟁을 낳기에 이릅니다.

참의료실천연합회 의약무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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