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의 밥상(21) - 구자훈(서울 삼일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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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의 밥상(21) - 구자훈(서울 삼일한의원) 원장
  • 승인 2012.06.21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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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 기자

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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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통한 치유공간 ‘비앤채’운영, 바른 음식문화 전도”

“원장님,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먹어야 합니까?”
임상가에 나온 지 5년이 되던 해, 구자훈 원장(34)은 진료실 안에서의 진료에 한계를 느꼈다. 어제의 환자는 다시 오늘의 환자가 되어 진료실 문을 여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환자들의 식습관을 교정해주지 않으면 실제로 질병의 근본치료가 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부터 언젠가는 한의원 운영과 함께 환자들에게 추천할 수 있는 메뉴로 식당을 운영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주변에서는 한의사가 무슨 식당이냐고 엉뚱하다는 반응이었지만, 식당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자신부터 음식에 대한 기초 공부가 필요하겠다 싶어 차근차근 사찰음식과 식재료를 뿌리부터 껍질까지 통째로 먹는 마크로비오틱(macrobiotic) 요리에 대해서도 배웠다. 참 부지런한 한의사다.

“사람들에게 말로만 좋은 음식을 먹으라고 하는 것보다 직접 공간을 마련하고 먹어보게 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 음식이란 실제 경험하게 하고 습관화시켜주지 않으면 바뀌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그런 음식과 치료를 함께 할 수 있는 치유공간이 필요했고, 올바른 식습관으로 질병을 미리 예방하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서울 서초동 삼일한의원에서 운영하는 채식 다이어트카페 ‘비앤채’를 운영하게 된 이유다. ‘비앤채’에 들어서니 “몸을 편안히 하는 근본은 음식에 달려 있다”는 「동의보감」의 한 구절이 환하게 보였다.
실내에는 음식과 관련된 건강도서도 비치되어 있고, 두명의 쉐프가 요리를 맡고 있었다. 2층, 3층은 진료실이고, 4층은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요리강좌도 열고 있다. ‘비앤채’는 비움과 채움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무엇을 비우고 무엇을 채워야 할까?

현대에 맞는 음식문화로 바꾸어야
구 원장은 현대인들의 잘못된 식습관에 대해 먼저 말문을 열었다.
“원래 우리 조상들은 채식 위주의 식습관을 가졌고, 우리들 몸에도 그런 유전자가 남아 있습니다. 지금은 암이나 난치병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데, 그 이유가 육류 중심의 식습관과 영양 과잉의 결과로 노폐물이 몸 안에 많이 축적되었기 때문입니다. 암이나 각종 질환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근본 원인이죠.”

실제 구 원장의 집안에서도 조부모님과 외조부님이 모두 암으로 돌아가셨다며 지인들 중에 암 환자가 없는 사람들이 없을 정도로 난치병이 심각하다고 우려했다.
“「동의보감」에는 정제된 음식을 먹고 병이 생겼다는 말이 있는데, 조선시대에 왕이나 양반들은 음식을 절제하지 않고 마음대로 먹다보니, 당뇨병과 각기병에 걸리는 양반들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산골에서 소박하게 먹고 일하는 서민들은 오히려 그런 병들이 없었습니다. 현대사회에서는 사람들이 모두 왕처럼 먹으니까 당연히 그런 병들이 생긴 것입니다.”

또 예전에는 농경사회다 보니 고열량 음식을 많이 먹었지만, 현대인들은 육체노동보다 사무노동이 많으니 고열량 음식을 많이 먹을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식습관도 시대에 맞게 바뀌어야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 음식문화는 과거의 식습관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다.

주식은 채소와 과일, 후식은 밥
그래서 구 원장은 환자들에게 현대에 맞는 올바른 식사법을 알리고자 하는데, ‘비앤채’의 메뉴 구성에 그 철학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그의 말에 따르면, 현대인에게 맞는 건강식은 채소와 과일이 주식이 되고, 밥은 후식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환자 진료시에도 이와 같은 식단을 추천한다. 음식에 들어가는 식재료는 정제되지 않은 통곡물, 자연친화적인 식물성 천연재료만을 사용하고 있다.

우선 채소와 샐러드를 주식으로 삼되 과일은 3종류 이상을 섭취하고, 하루 30g의 견과류와 씨앗 먹기를 권한다. 현대인들에게는 식이섬유, 비타민, 미네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채소류 중 무제한으로 먹어도 좋은 식품으로 생당근을 포함한 모든 채소 하루 500g, 조리된 녹색채소 하루 500g, 콩, 콩잎 하루 1컵, 가지, 버섯, 고추, 양파, 토마토 등이라고 추천했다.

후식으로 밥 먹기를 권하는데, 현미와 통밀 같이 도정되지 않은 것을 사용하도록 하고, 각종 나물들과 함께 간소한 비빔밥을 먹으면 된다. 끝으로 디톡스 티(해독차)나 발효한방음료 등을 마시기를 권한다.

구 원장은 정직한 밥상을 추구하다보니 아직은 ‘비앤채’가 적자를 면치 못한다고 웃었지만, 무엇보다 음식과 치료를 결합해서 일상생활에서 사람들이 올바른 음식문화를 접해볼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단편적인 질병만 보는 것이 아니라 환자들의 생활을 밀접하게 들여다보고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조력하는 동네주치의가 되고 싶다는 뜻도 밝혔다.

■  구자훈 원장의 밥상 엿보기

메뉴

메뉴.  ① 각종 채소와 과일, 견과류
         ②  율무흑미밥과 각종 나물을 넣은 비빔밥

 

 

 

 

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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