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칼럼-1등보다 나은 2등이 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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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칼럼-1등보다 나은 2등이 되라
  • 승인 2012.06.14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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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김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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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서 2등은 항상 부정적인 이미지로 각인되어 왔다. 올림픽이나 국제대회에서 은메달리스트의 표정이 가장 어두운 나라가 우리나라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2등은 항상 불운을 대표하는 대명사 같이 여겨졌다. 지난 칼럼에서 약점을 보완하지 마라는 주장을 펼쳤는데 이번엔 또 역설적으로 2등이 되라는 주장을 해보고자 한다.

2등도 똑같은 2등이 아니다. 2등도 제대로 하면 1등보다 훨씬 나은 2등이 될 수 있다.
“애플은 이번 실적발표를 통해 영업이익 153억 8천400만 달러(17조 5300억 원), 순이익 110억 6천만 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각각 78억 달러, 60억 달러를 올린 것과 비교하면 모두 2배 가까이 상승한 셈이다. 영업이익률 역시 40% 가까이 기록해 질적인 측면에서 역시 ‘장사를 잘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는 삼성전자가 이번 1분기 가이던스에서 밝힌 실적과 비교하면 더욱 확연해진다. 삼성전자는 올 1분기 매출 45조 원, 영업이익 5조 8천억 원을 기록했다는 잠정치를 밝혔다. 영업이익은 분기 최대 실적을 올렸지만, 애플이 달성한 17조원대 영업이익과 비교하면 그래도 1/3 수준이다. 영업이익률 또한 삼성전자는 13% 수준으로 이익 면에서는 애플과의 격차가 여전히 크다.” <헤럴드 경제 2012년 4월 24일자>

이 기사를 보면 매출은 삼성이 높아서 점유율이나 판매량이 1등이지만, 실속은 애플이 차린 셈이다. 장사의 핵심은 많은 이윤을 올리는 것이므로 실제로는 삼성보다 애플이 장사를 제대로 한 셈이다.

콜라시장의 오래된 전쟁도 유명하다. 코카콜라는 1886년에 만들어진 브랜드인데 펩시가 아무리 노력해도 따라잡지 못한 것을 ‘새로운 세대의 선택’이라는 슬로건으로 많이 따라잡은 적이 있다. 이런 슬로건의 배경에는 코카콜라의 오래된 브랜드라는 장점을 단점으로 만들어버린 전략이 숨어 있었다. 당시 미국은 보수적인 기성세대와 진보적인 신세대의 세대차이가 큰 때였다. 이것을 통해 코카콜라는 오래된 보수 기성세대나 먹는 음료니 젊은 신세대는 “우리 펩시를 먹어라”는 전략을 슬로건으로 걸고 강력한 2등이 되었다.

구강청정제 시장에서 Listerine(리스터린)은 압도적인 1등 브랜드이다. 가그린에 익숙한 한국인들이 미국에 가서 이 브랜드의 구강청정제를 사용하고 나서 입이 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는 무시무시한 후문이 들리는 제품이다. 그리고 맛도 쓴데 이 단점을 역 이용해서 “맛이 쓰기에 모든 박테리아를 죽일 수 있다”는 광고로 1등을 확고히 하기도 했다. 리스터린의 독주가 강력할 때 P&G는 “맛이 좋은 구강청정제”로 1등 시장의 많은 부분을 가져와 강력한 2등이 될 수 있었다.

이런 2등 제품들의 성공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2등의 살길은 1등과 반대로 하는 것’을 충실이 이행했다는 점이다. 우리 한의계는 여기서 배울 점을 찾아야 한다.
우리가 전체 의료계에서 5% 미만의 점유율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항상 그것을 약점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보험시장에서의 점유율도 매우 중요한 부분이긴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양방이 주류의학인데, 이것을 우리나라 한의사 2만으로 어떻게 뒤집을 것인가? 개인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강력한 2등이 되어야 한다. 2등이라고 항상 부족한 것은 아니다. 개인 한의원당 순 이익이 더 높아지는 방법을 통해 강한 2등이 되어야 한다. 강한 2등이 되는 방법은 언급한 바와 같이 ‘양방과 정반대로 가는 것’이다.

정반대가 되기 위해서는 양방의 정확한 위치와 장점을 파악해야 한다. 이 부분이 가장 어려운 부분인데, 많은 한의사들이 알고 있지만 그것을 잘 뽑아내지 못하는 내용이 바로 이 부분이다. 전문가 집단이 그 부분을 뽑아내오면 아마 대부분의 한의사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할 부분이지만 그것을 ‘콕’ 꼬집어 내기가 어렵다.

이 부분을 한의학의 안에 있는 우리 한의사가 뽑아내는 것 보다 외부전문가들의 힘을 빌리는 것이 좋다고 본다. 양방이 주류의학이 될 수 있었던 가장 뚜렷한 장점, 그것도 한방과 대비되는 강력한 장점들을 뽑아내야 한다. 그리고 그 장점들 중에 가장 두드러진 한 가지를 뽑아서 그 장점의 정반대에 무엇이 있는지 전략 슬로건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한의학이 강력한 2등으로 살아남는 방법이다.

벤츠는 품격, BMW는 운전하는 재미, 볼보는 안전이라는 슬로건이 있다. 한의학과 한의원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동차 브랜드의 대표 슬로건처럼 하나의 메시지로 집중하여 ‘많을수록 적어지고, 적을수록 많아진다’는 교훈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우리는 의료계 점유율을 뒤집겠다는 무모한 도전을 버리고 ‘강력한 2등 한의학’이 되어야 한다. 한의학이 전 세계 의료계의 애플이 되도록 우리를 이끌어줄 많은 잡스들이 지금도 각자의 분야에서 꿈틀대고 있으니 언젠가 ‘강력한 2등의 꿈’이 이루어질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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