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2012 International Research Congress on Integrative Medicine and Health’를 다녀와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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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 ‘2012 International Research Congress on Integrative Medicine and Health’를 다녀와서(2)
  • 승인 2012.06.14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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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형

이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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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완대체의학의 현대적 연구방향성에 대한 많은 논의들

이태형
경희대 한의대 의사학교실 박사과정

4. 학회 셋째 날 (5월 17일)
학회 셋째 날 오전의 plenary session은 Michael Lauer(MD, FACC)의 ‘Compara-tive Effectiveness Research: Implications for Practice and Policy’와 Sean Tunis(MD, MSc)의 ‘Developing a Methodological Framework for Comparative Effectiveness Research in Integrative Medicine’의 순서였다.
이 두 개의 발표는 임상연구의 한 유형이면서 최근 강조되고 있는 CER(Compara-tive Effectiveness Research)을 다루고 있었다. Michael Lauer는 지난 수년간 임상 의사들과 정책결정자들은 충분한 근거 없이 치료기술과 정책들을 수용해 왔음을 지적하였다. 한편 Sean Tunis는 systematic reviews가 어느 정도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실제로 임상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주기에는 부족함이 있음을 지적하였다.

이와 같은 주장은 지금까지의 임상 근거가 통계적 유의성 확보에는 엄중했지만, 실제 환자들에게 어떤 효과를 나타내는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였다는 반성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발표 가운데 전통의학 연구에 대해서도 언급이 되었다. Sean Tunis의 발표에 따르면, 지금까지의 전통의학 연구는 투약의 효과를 특정 측면만을 확인하는 것을 목표로 함으로써 전통의학 시술과 직접적으로 연결되기 힘든 측면이 있었다.

그는 전통의학 나름의 치료과정과, 치료에 따른 환자의 반응이 연구과정에 반영되어 보다 실질적인 결과가 도출되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이와 같은 연구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임상의사와 환자, 그리고 연구자들 사이의 협업이 중요한 것은 물론이다.
이날 오후에는 여섯 번째 plenary session인 Claudia M. Witt(MD, MBA)의 ‘Interna-tional Perspectives on Acupuncture Research - Where Do We Stand, Where Should We Go?’라는 발표가 있었다.
그녀 역시 앞선 두 연자가 설명한 CER을 강조하였는데, CER을 통해 임상 현장과, 정책 결정에 있어 보다 강화된 근거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였다. 특히 이미 몇몇 침술 연구들은 CER의 방법으로 이루어지고 있다고 하였으며, 새롭게 개발될 임상 가이드라인은 임상 현장에서 보다 적절하게 연구결과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하였다.

5. NCNM 방문 (5월 17일)

NCNM 방문 기념사진. 왼쪽부터 Heiner Fruehauf 교수, 필자 일행을 소개해 준 Eugene Lee, 원전학교실 윤은경, 필자, Laurie Regan 교수.

Portland는 통합의학에 대해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는 도시였다. 대표적인 예가 ‘Oregon Collaborative for Integrative Medicine’이라는 기구이다. 이 기구에는 Portland에 있는 4개 대학이 공동으로 참여하고 있는데, 구체적으로는 National College of Natural Medicine(NCNM), Oregon College of Oriental Medicine, Oregon Health & Science University, University of Western States가 있다.

특징적인 것은 각각 자연의학(Natural Medicine), 양방의학(Conventional Medicine), 한의학(Oriental Medicine), 카이로프랙틱(Chiropractic Medicine)을 다루는 대학들이라는 점이었다. 이처럼 Portland에는 양방의학과 더불어 다양한 보완대체의학을 다루는 대학들이 함께 존재하며, 이들이 공동 연구를 추진함으로써 보다 효과적인 통합의학을 지향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 있었다.

필자는 마침 그 가운데 NCNM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이전에 경희대 한의과대학을 방문했던 NCNM의 학생이 NCNM에서 한국에서의 한의학 연구와 한국 한의학의 특징에 대해 소개해 달라는 제안을 하였고, 경희대 원전교실 박사과정인 윤은경 선생님과 더불어 발표를 기획하게 되었다.

NCNM은 자연의학(Natural Medicine)과 더불어 CCM이라는 과정을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었다. CCM은 ‘Classical Chinese Medicine’의 약자였는데, 이 과정에 TCM(Traditional Chinese Medicine)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특이하였다.
NCNM의 교수인 Heiner Fruehauf는 그 이유를 “중국의 TCM은 정책적으로 중서의결합을 지향하는 과정 중에 중의학 자체의 정체성을 상실하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하였다. 따라서 “NCNM에서는 ‘classical’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원전을 토대로 전통의학 본연의 가치를 교육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하였다. 사실 한국에서도 한의학의 정체성에 대한 논의가 거센데, 미국의 대학에서 오히려 원전에 근간한 한의학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은 놀라운 사실이었다.

6. 학회 넷째 날 (5월 18일)
학회 마지막 날에 기획된 두 개의 plenary session은 생활양식과 음식섭취에 관한 것이었다. William L. Haskell(PhD.)은 ‘The Science of Inactivity and Activity in the Prevention of Chronic Disease’라는 발표를 통해 오랫동안 앉아있는 것이 만성질환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를 제시하였고, Walter Willett(MD, MPH, DrPh)은 음식섭취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최신 연구결과들을 소개하였다. 이 두 개의 발표 역시 일반적으로 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볼 수도 있지만, 타당한 근거를 제시하여 설명하는 것이 중요함을 알 수 있게 하였다.

Plenary Session 이후에는 Concurrent Session의 차례였다. 여러 개의 발표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Session이었는데, 필자는 ‘Research Design and Methodology for Ayurveda as a Whole Salons System of Medicine’이라는 주제를 찾아 들어갔다.

사실 학회에 참석하기 전 궁금했던 것 중의 하나는 통합의학의 이름으로 전통의학이 연구될 때 구체적으로 어떠한 방법을 통해 전통의학의 특이성을 반영할 수 있을지에 대한 것이었다. 이 Session은 한의학을 다루고 있지는 않았지만, 아유로베다 의학을 Whole Systems Research(WSR)라는 연구방법을 통해 정체성을 보존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어 주목할 만했다.

연자는 아유로베다 의학은 복잡하고 다차원적이며, 환자 개개인마다 다른 치료를 적용하는 체계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양방의학과 동일한 연구방법론을 적용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주장을 하였다. 이런 주장을 토대로 이들은, 지금까지 시도된 아유로베다 의학의 패러다임에 기초한 연구방법 구축에 대하여 설명하였다.

7. 학회 참가를 마무리하며.
이번 학회 참가를 통하여 한의학을 포함한 보완대체의학의 현대적 연구방향성에 대한 많은 논의가 진행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학회 참석 전에 궁금했던 통합의학의 지향점이 실질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서도 파악할 수 있었다.

통합의학에서 환자중심의학을 강조함은 지금까지의 의학이 인체의 전반적인 측면을 고려하지 못하였고, 따라서 실질적으로 환자에게 의학적 처치가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제대로 검증하지 못하였다는 반성에서 비롯되었다. 이와 같은 입장은 지금까지 한의학이 비과학적이라고 비판했던 논리적 근거가 완전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한의학은 전인적인 측면에서 환자를 치료해야 함을 강조해왔기 때문이다.

또한 ‘과학’의 범주를 기존에 비해 보다 포괄적으로 설정한 것을 알 수 있었다. 새로운 패러다임에 열려 있는 과학적 근거(good science that is open to new paradigms)라고 표현했던 것과 연결됨을 알 수 있다. 지금까지 과학적 근거가 충분하지 못하다고 비판받았던 플라시보의 적극적인 활용가능성을 언급한 것, 그리고 이상적인 상황에서의 효능(efficacy)의 측정에만 집착하는 것을 벗어나 실제 임상현장에서의 효과(effectiveness)를 충분히 고려하여야 함을 강조한 것들이 그 예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과학의 가치를 이전보다 낮게 설정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기존 과학의 양태로서 밝히지 못했던 측면들을 수많은 데이터를 활용함으로써 새롭게 밝혀낼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보였다.

통합의학 개념이 환자중심의학을 지향함과, 보다 포괄적인 의미에서의 과학개념을 설정함은 앞으로 전통의학을 연구함에 있어서도 다양한 가능성을 제시할 것으로 생각된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개념들의 실현가능성일 텐데, 여러 plenary session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것처럼 이미 상당부분 사업과 연구가 진행되고 있었다.

이와 같은 연구동향이 단순히 미국의 통합의학 연구에만 적용될 것이 아니라, 국내 연구와도 연결되어 한의학의 정체성이 현대에 있어서도 합리성을 확보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한의학 치료 역시 경험적 지식으로부터 비롯된 것이고, 한의학 이론의 형성도 치료데이터의 축적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실제 환자와 의사간의 치료데이터를 중요시하는 연구방법의 적용은 한의학의 효용성을 증명하는데 있어서도 효과적인 수단이 될 것이란 생각이다.  <끝>

이태형 / 경희대 한의대 의사학교실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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