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댄싱 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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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댄싱 퀸」
  • 승인 2012.06.14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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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mjmedi@http://


서울시장 출마자의 아내는 댄스 가수

감독 : 이석훈
출연 : 황정민, 엄정화, 라미란, 정성화, 이한위
최근 여고생들과 30년 후의 모습을 생각해 보기 위해 ‘인생 지도’를 그렸다. 그 후 각자 이야기를 만들어 자신의 미래에 대해서 발표하는데 놀랍게도 하나같이 여고생들의 꿈은 30대에 끝나버리고 마는데 이유인 즉 육아에 전념하기 위해 하던 일들을 그만 둔다는 것이다.

물론 육아도 중요하고, 모든 여성들이 계속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예상 외로 자신의 미래와 꿈에 대해서 생각하지 못한 채 아무 이유 없이 공부만 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안쓰럽게 느껴질 뿐이었다. 아마 이는 우리 사회의 병폐이자 그들에게 큰 영향을 끼칠만한 여성 롤 모델들이 없었던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도 해보았다.

여하튼 누구나 어릴 적에는 미래를 생각하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꿈을 하나쯤은 갖고 있었을 것이다. 다만 시간이 흘러 그 꿈을 이루고 사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것이 현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구나 그 꿈을 동경하면서 언젠가는 꼭 이루겠다는 또 다른 꿈을 갖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실제적으로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모든 것을 놓고 새로운 도전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뉴스를 접할 때마다 ‘대단하다’라는 감탄사를 외치게 되지만 정작 나에겐 그럴만한 용기가 없다는 것을 직시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바로 올 설날 연휴에 개봉하여 400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던 ‘댄싱 퀸’은 어릴 적 꿈을 실현하기 위해 좌충우돌하는 한 중년 부부의 모습을 통해 잊고 있었던 우리네의 꿈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주는 영화이다.

초등학교 시절 짝이었던 황정민(황정민)과 엄정화(엄정화)는 대학생 때 우연히 만나게 되고 그것이 인연이 되어 결혼까지 하게 된다. 그 후 변호사와 에어로빅 강사로서 평범한 삶을 살던 그들에게 어느 날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벌어지게 된다. 황정민은 지하철 선로에 떨어진 시민을 구하다가 용감한 시민이 되어 언론에 비춰지게 되고, 이를 계기로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하게 된다. 그리고 엄정화는 가수의 꿈을 이루기 위해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했다가 낙방하지만 왕년의 신촌 마돈나였던 그녀를 알아본 기획사 사장에 의해 댄스 가수가 될 일생일대의 기회를 갖게 된다.

서울시장 출마자의 아내가 댄스 가수라는 독특한 설정 아래 황정민과 엄정화를 비롯한 모든 출연 배우들의 코믹한 연기가 돋보이는 ‘댄싱 퀸’은 중년 여성이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많은 갈등과 부딪히지만 자신만의 방식으로 해결해 나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특히 배우들의 실명과 극중 캐릭터 이름이 똑같아서 관객들이 자연스럽게 극에 집중할 수 있고, 1990년대의 사회적 상황을 코믹하게 패러디한 장면과 실제 가수인 엄정화가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심사위원인 이효리에게 불합격 판정받는 장면 등을 통해 깨알 같은 재미를 주면서 많은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그러나 영화는 누구나 예측 가능한 결말을 보여주면서 한국 영화의 고질병이라고 할 수 있는 감동적인 이야기에 발목 잡히게 된다.

물론 관객들에 따라 호불호가 나뉠 수 있겠지만 필자의 경우 약간 손발이 오그라드는 느낌이 들기도 했었으며, 오히려 좀 더 쿨하게 끝나는 것이 더 좋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댄싱 퀸’을 보고나면 어릴 적 나의 꿈은 무엇이며, 나이가 들어서도 앞으로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면 좋을까라는 희망의 바이러스가 온 몸에 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황보성진 / 영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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