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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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
  • 승인 2012.05.31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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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세영

홍세영

mjmedi@http://


상대방과의 협상에서 무조건 성공하기?

 

스튜어트 다이아몬드 지음,
김태훈 옮김, 8.0 刊
잘 팔리는 책들을 늘어놓고 보면 현 시대가 인정하고 추구하는 삶을 대강이나마 짐작해 볼 수 있다. 이 책도 그런 종류 중 하나가 아닌가 싶다. 저자는 변호사이자 사업가로, 그리고 협상전문가로 강단과 실전에서 오랜 경험을 쌓은 ‘선수’이다. 그는 자신의 협상법이 기존의 협상기술이나 대화법과 그 차원이 다르다고 주장한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한 기술을 익히는 일은 원시시대의 사냥기술 만큼 필수 아이템으로 등극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저자와 그의 제자들이 성취한 크고 작은 성공담들 중에는 상대방의 피눈물이 양념처럼 뿌려져 있는 것도 있다. 만일 내가 하이에나와도 같은 거대 기업을 상대로 이러한 협상에 성공하여 이익을 쟁취했다면 자랑스러울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 반대의 경우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나보다 강한 사람 혹은 집단이 나를 상대로 능숙한 협상기술을 동원하여 나를 조종한다면 과연 이러한 협상기술에 어떠한 가치를 부여할 수 있을까?

저자가 말하는 협상은 상대의 감정과 요구를 파악하는 데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상대를 파악하기 위한 이러한 노력은 상대의 이익을 보장해 주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자신이 원하는 바를 최대한 얻어내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된다. 외적으로 법망에 저촉됨 없이 앞뒤가 정연한 논리로 접근하므로 협상을 ‘당한’ 상대방은 속수무책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앞뒤가 말이 된다고 반드시 도덕적으로 올바른 것은 아니다.

이러한 협상기술이 무조건 악용될 여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정말 절실한 순간에 구원의 손길이 되어줄 수도 있다. 누군가의 양보가 몹시 필요할 때, 아이를 달래야 할 때, 상대방의 욕심이나 무례함으로 인해 내가 손해를 보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협상기술을 활용할 경우, 내가 원하는 것을 얻으면서도 모두가 만족스러운 상황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그러나 가장 마음에 걸리는 것은 이 책에서 협상의 성공에 초점을 맞추고 있을 뿐 협상을 규제하는 원칙이 무엇인지, 과연 그러한 원칙이 있는지에 관해서는 말을 아낀다는 사실이다. 협상에서 넘지 말아야할 선이 모호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자기 이익만을 고려하는 염치없는 사람이 되기도 한다.

자신의 목표에만 집중할 뿐, 영악하지 못한 상대방이 돌아서서 느낄 당황과 왠지 모를 억울함에 대해서는 눈 감기도 한다.
편협하게 이 책을 바라본 듯한 감도 없지 않으나, 협상 당하는 입장에서 이 책을 읽어본 소감이다. (값 1만 5천 원)

홍 세 영 / 경희대학교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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