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의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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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의 진화
  • 승인 2003.05.23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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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순애에겐 다이아가 중요하다


수억에 달하는 군단이 순식간에 출동한다. 대오의 맨 앞에서는 killer들이 앞장을 서서 혹시라도 있을 적들을 대비하며 전진하고, 적들과 만나면 일대 교전을 벌이면서 통로를 확보한다. 열린 길로 본진이 통과한 다음에는 blocker들이 다른 적군들이 통과하지 못하도록 길을 막는다. 동료들의 희생을 통해 베이스캠프에 도착한 본진은 그들의 수명이 다할 때까지 목표를 향한 시도를 계속한다. 수억의 희생자 속에 목표지점에 도달하는 병사는 오직 하나둘, 그것도 평균 500회에 달하는 새로운 멤버들의 출동 중에서 단 한번, 새로운 개체의 탄생이라는 극히 희박한 확률의 전쟁이 몇 십 년 동안 지속된다. 병사들의 이름은 정자이고 목표는 난자와의 결합이며 이 전쟁터는 여성의 몸 속이다.

흔히 여자는 남자의 재산과 권력에 반하고, 남자는 여자의 미모와 젊음을 탐한다고 한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이는 문화적인 소산인가, 인간에게 본능적으로 세팅되어 있는 것인가.

논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지만 일단 현대과학에서의 이야기는 지금까지 흔히 상식으로 알고 있던 이야기들에 대한 또 다른 근거를 제시함과 동시에 당혹스러운 결과들을 내어놓는다.

여러 문화권에서 설문 조사 등을 통한 자료들에 의하면 흔히 알려진 이 사실은 과학적 사실과 부합된다.

남자는 자신의 자손을 더 낳아줄 젊고 미모의 여자를 선택하기를 원하며 임신하지 않은 잘록한 허리와 건강의 상징인 부드러운 머리결과 피부, 다른 남자의 자손을 낳지 않은 처녀에게 접근하고자 한다. 여자는 연령에 비교적 국한되지 않고 자신의 자손을 키워 줄 안정적인 재산과 권력을 가진 남성을 선택하고자 한다. 젊은 여인 심순애에게는 이수일의 젊음보다 나이 많은 김중배의 다이아반지가 중요한 것이다.

그러나 태어나는 아이가 꼭 김중배의 아이일 필요는 없다. 서구에서 부부관계에서 태어나는 아이들의 10%는 아버지의 유전자와는 다르다.

바람을 피우는 여자에게 있어서 수태기에는 자신의 배우자가 아닌 남성과 성관계를 가질 확률이 높다. 그것은 의식적인 결과라기보다 본능에 가깝다.

김중배와의 결혼이 꼭 김중배의 아이만을 낳겠다는 것이 아닌 것이다. 여성에게 있어서 자식은 무조건 자신의 임신 을 통해서 태어나는 아이이기 때문에 자기 자식이라는 확인이 불필요한 반면 남성에게 있어서 배우자에 의해 태어나는 아이가 꼭 자신의 아이일 것이라는 확인은 최근 이전까지는 불가능할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남성은 여성의 다른 남성과의 만남을 제한하거나 제한한지 못한다면 감시해야 할 필요성이 생기는 것이다. 이는 남성에게 배우자 여성이 다른 남자와 성관계를 가졌는지 여부에 대한, 여성에게는 배우자가 다른 여자에게 경제적인 재산을 나누어 주고 있는가에 대한 강한 의심과 질투를 유지하게 하는 기본적인 동력이 된다.

진화심리학 성이론의 대표작인 ‘욕망의 진화’는 지금까지의 막연한 상식으로 알려졌던 사실들에 대한 과학적 검증과 그 근본적인 동력으로서의 성진화의 추진력에 대하여 흥미있게 풀어 설명해 주고 있다.

이러한 논의들이 현재의 문화론적인 접근방법과의 진의여부에 대한 논쟁을 벌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이해에 대한 새로운 접근방법을 열어주고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만약 이 책을 구하기 힘들면 저자의 최근작 ‘오셀로를 닮은 남자 헤라를 닮은 여자’(청림출판)를 구해서 보는 것도 좋다.

권 태 식(서울 구로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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