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서 산책(538)-「農家要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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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 산책(538)-「農家要覽」
  • 승인 2012.05.24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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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안상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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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병 다스리는 약은 사람과 같아

 

「농가요람」

근간에 구해본 필사본 경제지류의 생활의학서 하나를 살펴보기로 하자. 대략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은 徐命膺(1716∼1787)이 「山林經濟」를 근간으로 1771년에 펴낸 「攷事新書」 중 12문 가운데 일부 내용을 옮겨 쓴 것이다.

하지만 담겨진 내용이 기존에 알려진 문헌과 꼭 같진 않다. 아마도 오랜 세월 동안 여러 차례에 걸쳐 옮겨 적는 사이에 필사자가 임의로 일부 내용을 첨삭하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다소간 달라진 모습으로 변모되었으리라 여겨진다.

이 책은 크게 보아 農圃門과 牧養門 두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첫머리에는 한해의 풍흉을 점치고 봄철 농사에 대비해 준비해야 할 일을 적은 占候가 실려 있다. 여기에는 월별로 자연현상과 생태의 변화, 기후와 異變을 살펴 자연재해를 피하고 농법을 결정했던 경험적 지혜가 모아져 있다.

물질문명이 최고조라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자연재해는 거듭되고 있으며, 게다가 문명이 만들어낸 갖가지 人災가 속출하고 있지만, 그것을 정확히 예측하고 피해갈 수 있는 현대과학에 기반한 시스템은 턱없이 미흡하며 불안하기만 하다.

뒤이어 종자를 가리는 擇種, 퇴비를 만드는 收糞, 밭갈이에 주의할 점 畊播所忌, 토질과 적합한 작물을 가리는 相土所宜, 또 荒地開墾, 稻名, 種稻, 種黍 등 갖가지 곡식의 파종과 재배법이 나열되어 있다.
여기 수록된 穀種으로는 벼와 기장을 비롯하여 피 메벼 콩 녹두 참깨 들깨 메밀 보리뿐만 아니라 면화나 마 같은 직물종, 홍화 쪽 같은 염료식물, 수박 참외 오이 동화 박 파 마늘 부추 토란 가지 미나리 무 순무 겨자 상치 배추 동규 같은 채소까지 다양하게 아울러 있다. 더구나 當歸와 같은 약재 식종법도 기록하고 있어 우리에게 약초를 재배해 온 오랜 경험이 축적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아울러 種樹總敍에는 갖가지 나무 식종법에 대해 설명해 놓았는데, 뽕나무 닥나무 옻나무 밤나무 대추나무 배나무 포도나무 매화나무 국화 연 해당화 등 과실나무나 생활에 요긴한 생활수종과 관상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수종의 식종시기와 토질, 식재법 등이 기재되어 있다. 나아가 丁香 牧丹 芍藥 같은 약초재배법도 실려 있다.

목양문의 첫머리는 養牛편이다. 전통의 相牛法, 즉 건강하고 힘센 소를 선택하는 방법에서부터 병든 소와 흉한 소를 가리는 법, 나아가 소에게 발생하는 갖가지 질병 증상을 소개하고 치료법을 적어놓았다.
소병 치료에 있어 가장 중요한 要綱은 사람처럼 여기고 약을 쓴다는 것이다. 즉, 소병과 사람 병을 치료하는 약은 서로 비슷하나 약첩을 크게 하여 먹이면 잘 낫는다(病與人病藥相似, 但大爲劑, 飮之無不愈.)고 한 것이 바로 그것이다.

또 養馬法을 비롯해 돼지 물고기 벌 날짐승 등 유용한 가축을 기르는 방법이 수록되어 있다. 아울러 기름이나 먹물 혈액으로 더러워진 의복을 깨끗하게 씻어내는 방법, 향을 사르는 방법, 잠자리 장만하는 방법, 옥석을 가공하는 방법, 나아가 이나 벼룩 파리 모기 등 해충을 쫓아내는 법, 鼠害를 막는 법, 갖가지 음식과 두부 술 고기로 인한 食滯와 中毒을 풀어내는 방법 등 생활상식이 구비되어 있다.

최근 들어서 잠잠해졌던 광우병 논란이 다시 재연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 그것이 실제 쇠고기를 먹은 인간에게 전이되어 위험한지 어떤지 시비를 가리는 일은 여기서 논외로 하더라도 인간과 더불어 살아가는 동물도 자연생태의 한 구성체로서 적절한 생존환경을 갖추어 주어야만 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들은 인간이 만들어낸 기계가 아니라 자연의 일부로서 인간에게 섭식이 허용되었을 뿐이라는 사실을 상기해야만 우리가 먹을 수 있는 안전한 식품이 확보될 수 있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기념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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