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 촬영에 푹 빠진 꽃·미·남 김희찬 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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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 촬영에 푹 빠진 꽃·미·남 김희찬 한의사
  • 승인 2012.05.17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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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경 기자

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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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를 통해 일상의 에너지를 충전하고 기쁨을 얻는다

무엇인가에 푹 빠져본 사람은 온통 세상이 그것으로 보일 것이다. 충남 서산 소망한의원 김희찬 원장(48)은 야생화의 매력에 푹 빠져 야생화를 카메라에 담아온 지 7년째다. 그는 국토가 사계절 꽃밭으로 보인다.
처음 인터뷰 요청을 했을 때 굉장히 쑥스러워하던 그가 야생화 이야기를 꺼내자 얼굴이 환해지며 자신의 사진이야기를 들려줬다.
고등학생 때 사진반 친구가 암실에서 사진을 인화하는 과정을 보면서 언젠가 배워보리라 생각하고 대학시절 사진동아리와 교류하며 조금씩 사진공부를 시작했다.

18년 전, 서산에서 개업 후 정식으로 사진동호회에 가입하고 10년간 풍경사진을 찍었다. 닐 암스트롱이 우주로 날아가 최초로 우주사진을 찍었다는 핫셀블라드 카메라까지 구입했지만 사진 찍는 재미는 처음과 같지 않게 불만족스러웠단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인터넷에서 본 야생화 사진에 매료된 것. 풍경사진과는 달리 야생화의 원색과 꽃 수술 등을 담아내기 위해서는 섬세한 작업이 필요했다. 그는 점점 야생화가 주는 작고 오묘한 아름다움의 세계에 반해 카메라를 메고 새롭게 꽃을 찾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풍경사진이 여행의 즐거움을 알게 해줬다면, 야생화는 사진의 세계로 더 깊이 빠져들게 했던 것.
뚜껑별꽃, 너도바람꽃, 얼레지, 모데미풀, 쥐털이슬, 영국병정지의, 물봉선, 사철란, 물매화, 투구꽃, 쑥부쟁이, 각시취, 바늘꽃, 둥긍이질풀…. 그가 찍어온 야생화들이다. 

김희찬 원장이 올해 5월 초에 제주도에서 촬영한 뚜껑별꽃.
그는 꽃 한송이를 담아내기 위해 제주도에 3년 연속 찾아간 적도 있다. 뚜껑별꽃은 지름이 6mm정도로 소박하게 생겨 제주도에서는 그냥 잡초로 취급되는 흔한 꽃이지만, 그는 그 꽃을 찍기 위해 3년을 헤맸다.
아무런 정보없이 혼자 찾다보니 3년이란 세월이 걸린 것. 스스로 찾아낸 꽃들에게 각별한 애정이 있는 건 당연할 터이다. 무엇이 그리 매력적이냐고 물었다.
“너무 예쁩니다. 육지에서 볼 수 없는 꽃이니까 더 선망의 대상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꽃은 2월부터 피기 시작해 11월까지 피는데, 시기별로, 장소별로 다 다르단다. 야생화 공부를 별도로 하지는 않았지만 7년간 찾아다니며 자연스레 야생화 이름도 많이 알게 되고 「본초도감」을 통해 익히기도 했다.
한의원에서 약재로 만나던 뿌리들의 꽃을 직접 보고 반한 적도 있다.

“우리가 야생화로 만나는 식물들은 사실 다 약용식물입니다. 그 약용식물 중에서 약효가 뛰어난 것들이 한의원에서 사용하고 있는 한약재입니다. 그런 꽃들을 야생에서 만나면서 굉장히 기뻤습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그러한 식물들은 꽃이 안 예쁩니다(웃음). 그런데 백작약의 경우는 뿌리로만 알고 있다가 그 꽃을 직접 보는 순간 완전히 반했습니다. 하얀 꽃에 귀티가 나는 매우 아름다운 꽃이었습니다.”

진료실을 벗어나 발견하고 탐구하는 재미도 있지만 가끔 위험한 상황도 있다. 야생화가 대개 깊은 산속이나 험준한 비탈 등에 서생하다보니 때로는 살모사, 유혈목(꽃뱀)을 만나기도 해서 가슴이 철렁 거릴 때도 있었다. 솔나리와 같이 절벽에 피는 꽃도 있어 더러 촬영 중 부상을 당한 경우도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일요일만 되면 서산을 훌쩍 떠나 꽃 찾아 다니는 그는 천상 꽃·미·남이다. 카메라만 있으면 어느 풀밭에서라도 시간을 유용하게 보낸단다.
“사진 찍는 것 자체가 마음을 수양하는 것입니다. 사진을 찍고 있으면 모든 잡념이 다 사라지고 거기에만 집중할 수 있으니까 마음이 평화로워집니다. 늘 수행한다는 생각으로 사진을 찍습니다.”

카메라는 그에게 혼자 걷는 법을 알려준 친구고, 야생화는 아름다움을 찾아나서게 하는 뮤즈가 아닐까. 
새벽 일찍 집을 나서 밤 늦게 들어와도 꽃들을 만나면 1주일이 다시 행복해진다는 그는 야생화를 통해 일상의 에너지를 충전하고 기쁨을 얻는다.
“한번은 아주 작은 꽃을 찍으려고 길바닥에 철퍼덕 앉아서 집중하고 있었는데, 지나가는 사람이 제가 어디 아파서 쓰러져 있는 줄 알았다고해 서로가 놀란 적도 있어요. 다른 사람이 볼 때는 제 모습이 아픈 사람, 꼭 미친 사람같이 보였던 거예요(웃음). 그래서 야생화 찍는 사람들 사이에서 자신들을 꽃에 미친 남자(꽃미남)라고 부르죠.”
꽃을 좋아하는 내원환자들에게 야생화 사진을 액자에 넣어 선물로 주기도 한다는 김 원장은 자신이 본 아름다움을 타인과도 함께 나누는 소박한 ‘일상의 예술가’로 살고 있다.

서산 = 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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