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로스테시스와 한의학(7)-5. 알로스테시스와 대사증후군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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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로스테시스와 한의학(7)-5. 알로스테시스와 대사증후군 ②
  • 승인 2012.05.10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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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훈희

이훈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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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학적인 증상과 징후가 갖는 의미는?

<글 싣는 순서>
1. 알로스테시스란 무엇인가?
2. 스트레스 반응이 알로스테시스 과부하로
3. 알로스테시스 과부하의 4가지 시나리오

4. 알로스테시스와 자가면역질환
5. 알로스테시스와 대사증후군
6. 알로스테시스와 수면장애
7. 알로스테시스와 무월경
8. 스트레스와 병인론
9. 한방치료는 어디에 개입하는가?
10. 체질을 생각해보다
11. 감초의 재발견
12. 마무리 제언 

그림 : <McEwen B with EN Lasley.2002. The End of Stress As We Know It. Joseph Henry Press: Washington, D.C. 85p> 스트레스의 누적에 따른 인체 내 시스템의 변화를 보여줄 때 멕쿠엔은 역U자형 도식을 즐겨 쓴다. 정상적인 스트레스반응에서 인체는 에너지가 넘치고 식욕이 증가하지만(eustress), 오래 지속될수록 복부지방, 동맥경화, 당뇨, 근육 쇠약, 뼈의 얇아짐 등의 병태(distress)가 나타난다. 한의학이 포착해낸 증상과 징후들은 여기서 어디 즈음 위치하는가?

한의학의 관찰

반복적인 스트레스반응이 대사와 심혈관계에 미치는 알로스테시스 과부하의 표현들, 이를테면 허리둘레, 중성지방, 고밀도 콜레스테롤, 혈압, 공복혈당 등의 생화학적 지표들은 알로스테시스 과부하를 평가하는 마커로 사용된다. 그러나 이러한 마커의 존재가 확인된다 해서 그것 자체로 인해 어떤 임상양상들을 나타낼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일반적으로 고혈압은 증상이 없으며, 고지혈증 역시 마찬가지다. 이는 오직 측정량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개념이다.

그러나 알로스테시스는 인체를 보다 긴밀한 관점에서 사유하기 때문에 다른 시스템의 영향을 고려해보는 것이 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한의학이 포착해낸 다소 사적인 증상과 징후들은 해석의 여지를 마련한다. 고대인의 몸에 대한 관찰은 지금도 발생하며 보다 세련된 이론에 의하여 관찰의 반성이 가능해진다는 말은 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대사와 심혈관계의 과부하 양상에 대해 한의학이 포착해낸 관찰의 첫째는 피로다. 순환계로부터 영양분을 혈류의 안과 밖으로 수송하고 영양소들을 중합 혹은 분해하는 다른 효소들을 활성화하며 糖新生이 일어나는 동안 필요에너지를 간으로 공급하는 일 등은 반복적인 스트레스 상황에서 너무 빈번하게 일어난다. 다른 곳에 쓰일 잠재적인 에너지들이 불필요한 과정에 쓰여 버리는 것이다.

둘째는 부종이다. 한의학에서 흔히 표현하는 습의 증상들을 말한다. 이는 인슐린이 직접적으로 신장의 세뇨관에 작용하여 나트륨을 저류시키기 때문에 나타난다.1) 물론 레닌의 억제와 ANP의 분비 등 다양한 보상기전이 작용하기 때문에 현대의학에서 말하는 과도한 조직액의 증가까지 진행되진 않는다. 그러나 은밀하고 일상적인 환자의 경험적인 양태를 포착하기엔 충분하다.2) 비만할수록 부종의 경향성은 심화되는데, 이때에는 레닌-안지오텐신 시스템의 활성화가 주요인이 된다. 이는 교감신경계 활성의 증가와 지방조직에서 생산되는 안지오텐시노겐의 증가로 기인한다.3)

셋째는 형체의 변화다. 혈류 속에 당질 코르티코이드와 높은 수준의 인슐린이 동시에 존재하면 내장지방의 축적이 진행된다. 이는 다시 인슐린 저항성을 악화시키는 악순환을 의미한다. 또한 만성적인 스트레스 상황에서 근육의 단백질 분해가 꾸준히 진행되기 때문에 이 역시도 사과형 체형을 만드는 요인이 된다.4) 그 밖에도 비만할수록 교감신경의 긴장이 증가하기 때문에 한출 등의 교감신경성반응이 관찰되기도 한다.

넷째는 痰과 같은 병리적 산물이다. 레닌-안지오텐신시스템의 활성화가 수액대사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신체의 전 영역에서 국소적인 염증성 병변이 생길 수 있는데, 이는 혈관수축, 혈전형성, 염증, 세포사 등을 촉진하는 안지오텐신Ⅱ의 생리병리적인 작용 때문이다.5) 안지오텐신Ⅰ을 안지오텐신Ⅱ로 전환하는 효소인 ACE가 거의 모든 혈관상피세포에서 발견되고 있다.6)

이 모두는 한의학에서 肥人의 氣虛濕盛이라는 언어에 압착돼 있었는지도 모른다. 알로스테시스 과부하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지표들의 출현은 오랜 기간 임상 한의사들로 하여금 의학적으로 개입하는 계기가 되었다. 환자들은 이런 증상들을 오랫동안 느껴왔지만, 진정으로 이해받지 못했던 느낌이었을 것이다.7) 측정량의 개념이 없던 시기에 이런 증상과 징후들이 미병의 잠재적인 표지자로 활용되었음은 물론이다.

마치며…
현대의학의 영역에는 clinician-scientist들이 굉장히 많다. 이들의 핵심작업은 임상과 연구의 접점을 꾸준히 탐색하는 일이다. 그들의 힘은 일차적으로 같은 언어를 통해 같은 세계를 인지하는 데서 나온다.
그러나 한의계에는 유독 둘 사이의 공백이 큰 것처럼 느껴진다. 임상가로서 한의학의 언어에 대해 갖고 있는 환상 중의 하나는 당시의 상식을 회복하면, 그 언어에 담긴 함의를 이해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하지만 인체 생리병리를 궁구할수록 겹겹이 쌓인 커다란 부피의 사유를 강한 압력으로 눌러 만들어낸 것이 한의학을 바탕하는 언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좌절한다.

따라서 당대의 언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당대 선인들의 관찰을 반성하는 것이 보다 쉬운 길이며 우선이다. 물론 한의학이 포착해내는 증상과 징후가 보다 사적이기 때문에 이조차도 만만치 않은 작업이다. 증상이란 본래 자각적인 것이다. 수많은 내부 장기에서 올라오는 휘발성 강한 신경발화들은 시상과 체성감각영역에서 최종적으로 이지러지고, 여기에 더해지는 감정적 해석들과 각성을 통한 의식의 장악력에 따라 한 개인이 호소하는 증상의 색깔이 정해진다.

그에 비해 징후는 타각적이다. 타인이 와도 공히 같은 관찰을 내야 하기 때문에 보다 믿음직할 지도 모른다. 허나 한의학이 포착해낸 징후들은 측정량의 개념이 없기 때문에 이 역시도 주관의 영역에 있다.
질병의 양상이 현성화 되기도 훨씬 이전부터 적절한 시점과 지점마다 적확한 의학적인 개입을 해왔다는 한의계의 주장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어떤 작업이 필요할까? triad, tetralogy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증상과 징후의 조합들(證)을 모두 번역해내는 것이 더 의미가 있을까? 아니면 측정량을 가진 개념으로 이론의 망동을 제어하고 공적인 영역의 언어로 발화하는 편이 더 우선일까? 이 물음은 똑같이 중요한 가치를 가질 것이나 선후의 문제와 더 맞닿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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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1)Gupta AK, Clark RV, Kirchner KA. Effects of insulin on renal sodium excretion. Hypertension. 1992 Jan;19(1 Suppl):I78-82.

2)인체가 알로스테시스를 유지하는 과정은 다양한 시스템의 동적인 평형이다. 따라서 증상들은 기본적으로 fluctuation의 경향이 있다.

3)Corry DB, Tuck ML. Obesity, hypertension, and sympathetic nervous system activity. Curr Hypertens Rep. 1999 Apr-May;1(2):119-26.

4)Rebuffé-Scrive M. Steroid hormones and distribution of adipose tissue. Acta Med Scand Suppl. 1988;723:143-6. 한의학은 形과 象을 통해 인체가 어떠한 일을 겪었는지 혹은 겪고 있는지(소증)를 유추하는데 능하다.

5)최근 레닌-안지오텐신 시스템의 활성화와 인슐린 저항성과의 상관성이 많이 논의되고 있다. ACE inhibitors와 같은 의학적 개입으로 안지오텐신 Ⅱ의 췌장에 대한 해로운 영향(최종 결과물은 인슐린의 분비가 줄어드는 것)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다음을 참고하라. Jandeleit-Dahm KA, Tikellis C, Reid CM, Johnston CI, Cooper ME. Why blockade of the renin-angiotensin system reduces the incidence of new-onset diabetes. J Hypertens. 2005 Mar;23(3):463-73. Kalupahana NS, Massiera F, Quignard-Boulange A, Ailhaud G, Voy BH, Wasserman DH, Moustaid-Moussa N. Overproduction of angiotensinogen from adipose tissue induces adipose inflammation, glucose intolerance, and insulin resistance. Obesity (Silver Spring). 2012 Jan;20(1):48-56. doi: 10.1038/oby.2011.299. Epub 2011 Oct 6.

6)Rogerson FM, Chai SY, Schlawe I, Murray WK, Marley PD, Mendelsohn FA (July 1992). "Presence of angiotensin converting enzyme in the adventitia of large blood vessels". J. Hypertens. 10 (7): 615–20

7)앞선 시먼의 연구에서 그 대상은 70세 이상의 분명하게 ‘아픈 곳이 없는’ 1000명 넘는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실로 그러할까? 정말 아무런 증상도 없었을까? 이러한 의문은 현대의학과 한의학이 서로 다른 시점에서 각기 다른 계기로 의학적 개입이 이루어짐을 생각게 한다.

이훈희 / 경북 김천시 구성보건지소 공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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