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믹막 : 티르라리고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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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읽기 -「믹막 : 티르라리고 사람들」
  • 승인 2012.05.10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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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보성진

황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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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천외한 캐릭터 통해 ‘해피한 복수’ 엿보다

 

감독 : 장 피에르 주네 
출연 : 대니 분, 오마 사이, 앙드레 뒤솔리에, 장 피에르 마리엘, 욜랭드 모로

수없이 많은 콘텐츠의 시대에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흥미 있는 이야깃거리 중에 ‘복수’라는 소재를 빼놓을 수 없다. 그로인해 매번 반복되는 흔한 사랑 이야기 속에서 지친 관객들에게 ‘복수’는 현실에서는 절대 할 수 없는 일들을 대리만족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면서 짜릿한 긴장감을 주기 때문에 끊임없는 인기 소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최근 대세라고 할 수 있는 왕을 소재로 하고, 인기 있는 젊은 배우들이 출연하는 두 드라마 속에서 고군분투하며 시청률 1위로 도약한 ‘적도의 남자’라는 드라마도 그 예 중에 하나인 것이다.

또한 관객들은 항상 ‘복수’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관심을 갖기 때문에 이런 종류의 영화나 드라마는 시나리오의 중요성이 더욱 대두되기도 한다. 때로는 과격하면서 잔인하기도 하지만 속 시원한 복수극을 통한 심리적 쾌감은 그 어떤 것을 대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델리카트슨 사람들’과 ‘잃어버린 아이들의 도시’, ‘아멜리에’ 등 독특한 영화 연출로 명성이 자자한 프랑스 감독 장 피에르 주네의 2009년작 ‘믹막 : 티르라리고 사람들(이하 믹막)’은 이러한 전형적인 복수극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어릴 적 지뢰 사고로 아버지를 잃고 혼자서 고독하게 살아가는 바질(대니 분)은 우연한 사고로 머리에 총을 맞고 구사일생으로 살아나지만 머릿속에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총알이 남아있다. 직장과 집까지 잃고 거리를 전전하는 처량한 신세의 바질에게 운명처럼 ‘티르라리고’의 사람들이 나타나게 된다. 약간은 기괴하지만 따뜻한 마음씨의 친구들로부터 용기를 얻은 바질은 자신의 머릿속에 박힌 총알과 아버지를 죽게 한 지뢰를 만든 두 명의 무기제조회사 사장에게 복수를 하기로 결심하게 되고, 그의 친구들이 함께하게 된다.

장 피에르 주네 감독은 매 작품마다 같은 배우, 스태프들과 일을 해서 ‘장 피에르 주네 사단’이라고까지 일컬어진다.
그로인해 그의 작품들은 어딘가 비슷한 면을 보여주기도 하는데 이번 ‘믹막’의 경우도 그의 페르소나라고 할 수 있는 도미니크 삐농을 비롯하여 전작의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고 있으며, 자신의 작품인 ‘델리카트슨 사람들’을 비롯하여 여러 고전 영화들의 장면을 오마주하고, 노란색이 많이 느껴지는 화면 등 감독만의 독특한 스타일을 맘껏 뽐내고 있다.

‘믹막’은 반전(反戰)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내포하고 있지만 이를 절대 심각하게 표현하지 않고, 보는 이들이 따뜻함을 느끼며 주제를 되새길 수 있도록 표현하고 있다. 특히 주인공 바질의 딴 생각 리스트와 총알과 지뢰 회사 사장들에게 복수를 하는 장면은 그 어떤 영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던 매우 재치 있는 방식으로 풀어가면서 관객들로 하여금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그로인해 감독이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를 오히려 더 강력하게 전달하는 효과까지 얻을 수 있게 한다. 또한 혈연관계가 아니지만 한 공간에서 함께 살아가는 또 다른 가족의 사랑을 보여주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해준다. 가정의 달인 5월에 찾아온 매우 독특한 영화 한 편을 보면서 즐거운 ‘복수’를 상상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상영 중> 

황보성진 / 영화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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