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호주의 동아시아 의학계 현황과 의사들과의 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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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호주의 동아시아 의학계 현황과 의사들과의 분쟁
  • 승인 2012.05.03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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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mes Flowers

James Flow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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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정부는 의료서비스에서 국민들에게 다양한 선택권 부여해야 한다”

호주에서의 동아시아 의학은 비교적 역사가 짧은 편입니다. 호주의 많은 사람들이 ‘침술(acupuncture)’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는 하지만, 동아시아 의학은 대개 ‘중의학(Chinese Medicine)’으로 알려져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인이나 일본인보다 훨씬 많은 수의 중국인들이 호주에서 활동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2012년은 호주 동아시아 의학의 법정등록 원년
2012년은 호주에서 동아시아 의학 종사자들에게 기념비적인 해입니다. 중의학(Chinese Medicine)의 법정등록이 올해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한의학을 하는 한의사들도 여기에 포함될 것입니다. 이번 법정등록은 꾸준하고 지속적인 정부 로비를 통해서 이루어졌습니다. 의료계 내의 많은 단체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달성해 낸 결과입니다.

호주의 동아시아 의학계는 하나의 통일된 단체를 가지고 있지는 않습니다만, 그동안의 저의 경험과 관점으로 미루어 볼 때, ‘호주 침술 및 중의학 협회(Australian Acupuncture and Chinese Medicine Association : AACMA)’가 지난 십여 년 동안 이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단체입니다.

호주의사협회(Australian Medical Association : AMA)와 AACMA는 껄끄러운 관계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AMA는 동아시아 의학 외에도 호주 정부와 종종 심각한 마찰을 일으키는 많은 사안들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동아시아 의학에 대해서 많은 주의를 기울이지는 않습니다. AMA의 회장들 중 일부는 심지어 동아시아 의학을 지지하거나 혹은 동정하는 입장을 가지기도 했습니다.

호주왕립의과대학(the Royal Australian College of General Practitioner)은 계속적으로 동아시아 의학에 반대하는 입장을 표명하고, 정부에 압력을 가하는 또 다른 의사단체 입니다. 가장 골치 아픈 단체는 ‘호주의료침술대학(the Australian Medical Acupuncture College)’입니다.

우리는 이 단체와 오랫동안 격렬한 갈등을 겪고 있습니다. 이들은 침술을 행하는 의사들로 이루어진 단체로, 우리가 침을 놓는 것에 반대하여 언론과 정부에 끈질기게 압박을 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다행히도 정부가 그들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러한 동아시아 의학에 대한 흑색선전들 때문에 ‘중의학’에 대한 법정등록이 오랫동안 지연된 것입니다.

AACMA와 모든 침구사들에게 이번 법정등록은 오랜 숙원이었습니다. 이 등록이 동아시아 의학 종사자들에게 사회적으로 전문가의 지위를 제공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2001년 빅토리아 주에서 처음 법정등록이 시작된 이후, 빠른 시일 내에 호주 전역에서도 비슷하게 진행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여러 가지 분쟁들로 11년 동안이나 지연이 된 것입니다.

의사들의 강력한 반발…정부 압박 전략수립
2012년에 법정등록이 이루어지자, “비과학적인 보완대체의학에 반대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의료인 과학 친우회(the Friends of Science in Medicine)’라는 새로운 조직이 만들어졌습니다. 이 단체에는 유명한 의학교수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들은 공개적인 회견과 정부 로비를 하면서, 언론에 기사를 노출시키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가 이 새로운 단체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AACMA는 2001년에 의사들의 침술치료가 승인된 것에 대해서 격렬히 반대를 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싸움에서 졌습니다. 그리고 이런 큰 사안에 대해서는 의사집단에 대항할 만한 힘이 우리에게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호주의 동아시아 의학은 역사가 매우 짧고 종사자들의 숫자도 적은 반면, 의사들의 힘은 매우 강력합니다. 많은 동아시아 의학 종사자들이 의사들이 침을 놓는다는 것에 분노했습니다. 의사들은 정부 보험제도를 통해 침술에 대한 수가를 요구할 수 있지만, 우리들은 그럴 수가 없습니다. 우리는 환자들에게 민간보험에 가입하여 침술 수가를 받을 것을 권유하는 외에는 다른 방도가 없습니다. 우리는 공청회를 열고 정부를 설득하려 노력했지만 결과는 실패였습니다.

이후 우리는 좀 더 합리적인 목표를 계획하였습니다. 그것이 국가적인 법정등록이었습니다. 우리는 동아시아 의학을 하는 사람들끼리 총 단합하여, 지역사회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차츰 정부를 압박하는 신중한 전략을 세웠습니다.

동아시아 의학계의 강한 단결력 만들기에 집중
우리는 이 모든 것들을 단계별로 차근히 진행하기로 하였습니다. 처음에는 먼저 동아시아 의학계의 강한 단결력을 만드는 데에 집중하였습니다. 다음으로는 지역사회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였습니다. 마지막 단계는, 가능한 한 모든 방법으로 정부에 압력을 가하는 것이었습니다.

불과 10년 전 만 해도, AACMA는 호주에서 가장 크거나 영향력이 있는 단체가 아니었습니다. 몇 년 전부터 호주 대부분의 동아시아 의학 종사자들이 우리 협회의 일원이 되었고, 우리는 가장 규모가 큰 단체로 성장하였습니다. 우리는 AACMA의 회원자격을 아주 매력적이고 회원들의 필요에 부응하는 것으로 만들고자 했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첫 번째 전략은 강력한 리더십으로 협회를 단결시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의 계획은 팀워크를 바탕으로 회원들과 효과적으로 의사소통 하는 것이었습니다. 당연히 모든 회원과 개인적으로 이야기를 나눌 수는 없지만, 가능한 한 많은 구성원들과 소통하려고 부단한 노력을 하였습니다.

다음 전략은 협회 가입기준을 강화하는 것이었습니다. 가입하기가 까다로워짐에 따라, AACMA의 회원이라는 것이 하나의 사회적 명성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또한 우리가 회원들을 관리하는 또 하나의 중요한 방법은 모든 보험회사들과 좋은 관계를 구축하여 그 회사들이 우리 회원들에게 좋은 대우를 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동시에 우리는 AACMA에 가입하지 않은 동아시아 의학자들과도 좋은 관계를 가지려고 노력하였습니다. 우리는 통합된 동아시아 의학 집단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모든 사람들을 만나고 식사를 하면서 토론을 하였습니다.

저는 이런 일들을 하느라 몇 년간을 바쁘게 보냈습니다. 특히, 우리는 중의학을 하는 사람들과 비-중의학을 하는 사람들이 함께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것은 매우 어려운 작업이었지만, 또한 동시에 좋은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한번은 제가 중의학 단체들과 만나면서, 죽이겠다는 협박을 받은 적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융합의 길을 위해 계속 노력을 했습니다. 더 나아가, 한국의 한의학 단체들과 인연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저는 한국의 한의사들과의 만남을 주선하였고, 2000년에는 동아시아 의학계 간의 통합을 이루려는 목적 아래, 한국을 방문하기도 하였습니다.

저는 그 기간 동안에 경희대학교와 원광대학교를 방문한 바 있습니다. 또한 우리는 중국과 좋은 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노력도 계속하였습니다. 어려운 일이었지만, 중국의 중의학 단체들과 깊은 관계를 맺기 위해 계속하여 많은 노력을 하였습니다. 이것이 이번 법정등록이 성사되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지역사회에서의 우호적인 관계 유지
두 번째 단계는 지역사회 안에서 좋은 관계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가능할 때마다 우리의 치료사례들을 언론에 많이 알리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모든 회원들이 힘을 합쳐, 환자들과 지역주민들에게 동아시아의 의학을 지지해 줄 것을 호소하자고 부탁했습니다.

이와는 별도로, 우리와 반대 입장을 취하는 의사단체들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 애썼습니다. 저는 종종 그들과 친담을 위한 전화를 하고, 학회나 회의에서 만날 때 마다 친근하게 대화를 했습니다. 비록 우리가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서로 친구가 되려고 시도했습니다.

정치지도자들과 공무원을 대상으로 끈질긴 설득 펼쳐
세 번째 단계로 우리는 많은 정치인들에게도 계속 로비를 하였습니다. 계속해서 토의를 하기 위해 정치지도자들과 공무원들을 자주 만났습니다. 우리는 점차 정치인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한번은 로비스트 회사를 고용하기도 했었는데, 그동안 우리의 원칙 아래에서 스스로 잘 해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저는 ‘중의학’에 대해서 조언하기 위해서 New South Wales(역주 : 오스트레일리아 동쪽에 위치한 주입니다) 보건성의 특별 고문으로 위임되었습니다. 우리가 이 공무원들에게 일관되게 주장한 것은 동아시아 의학은 지역사회를 위한 귀중한 자원이고, 지역사회에 좋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정부가 도와줘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한 번도 동아시아 의학이 과학적인지 아닌지에 대해 논쟁하지는 않았습니다. 그것이 중요한 쟁점은 아니었습니다. 우리는 좋은 정부는 국민들이 의료서비스에서 다양한 선택권을 가지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국민들이 어떤 종류의 의료서비스를 가질지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정부 공무원들은 대개 우리의 주장에 동의하면서도, 의사협회의 강경한 반대가 가장 큰 어려움이라고 말했습니다. 호주에서 의사 집단은 실제로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정치인들에게 두 번째로 주장한 것은, 동아시아 의학을 지원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정부의 비용을 경감시킬 것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우리는 동아시아 의학이 다른 비싼 최신 기술들보다 훨씬 비용 대비 효과적이라는 것을 제시했습니다.
몇몇 의사들은 여전히 계속해서 동아시아 의학에 반대하고 있지만, 국가적인 법정등록을 위한 노력은 2012년 7월까지 계속 될 것입니다.

글 / James Flowers(국제아시아전통의학연구회 사무총장)
번역 / 김일화(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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