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로스테시스와 한의학(6)-5. 알로스테시스와 대사증후군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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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로스테시스와 한의학(6)-5. 알로스테시스와 대사증후군①
  • 승인 2012.05.03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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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훈희

이훈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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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증후군의 진단지표, 알로스테시스 과부하 평가 마커로 활용

<글 싣는 순서>
1. 알로스테시스란 무엇인가?
2. 스트레스 반응이 알로스테시스 과부하로
3. 알로스테시스 과부하의 4가지 시나리오

4. 알로스테시스와 자가면역질환
5. 알로스테시스와 대사증후군
6. 알로스테시스와 수면장애
7. 알로스테시스와 무월경
8. 스트레스와 병인론
9. 한방치료는 어디에 개입하는가?
10. 체질을 생각해보다
11. 감초의 재발견
12. 마무리 제언 

스트레스에 적응하기 위해 인체 내 다양한 시스템이 협력하며 동적 평형을 유지한다. 그러나 스트레스가 만성화되면 시스템 전반에 걸쳐 알로스테시스 과부하의 양상이 나타난다. 이 두 가지가 알로스테시스에서 인체의 생·병리를 바라보는 두 가지 핵심적인 화두다.

제럴드 리븐의 X증후군
그런 면에서 심혈관계와 에너지대사에 걸쳐 알로스테시스 과부하 양상을 표현한 대사증후군은 알로스테시스 관점의 좋은 예를 보여준다. 대사증후군의 첫 아이디어는 제럴드 리븐(Gerald Reaven, 미국의 내분비학자)이 1988년 공론화시킨 X증후군에서 나왔다. 그해 그가 X증후군을 공표했을 때만 해도 지금과 같이 각각의 진단 기준이 정확히 제안된 세련된 형태는 아니었다.

그의 초기 생각은 사과형 체형 같은 중심성 비만, 당뇨, 고혈압이 인슐린 저항성과 내당능 장애라는 공통의 원인을 갖는다는 다소 심플한 주장이었다.1) 당시 그에게 인슐린 저항성이라는 개념의 가치는 관련이 없어 보이는 수많은 생물학적 병태들을 하나의 프레임으로 묶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초기 그의 생각은 다른 병리적 양태를 공히 설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슐린 저항성이라는 프레임을 더 중요시 여겼다. 따라서 현재까지 진행된 논의들, 즉 자주 동반되는 병리적인 지표들을 모아 하나의 증후군으로 만들어 버린 것에 대하여 조금은 불편한 시선을 내비친다.

본디 증후군이란 것 자체가 포섭된 증상들의 일부를 가지고 있다면, 나머지 증상들도 곧 발생할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그 의학적 발견은 더 축소된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심지어 그는 “대사증후군을 정의하는 다섯 가지 지표들이 임의적인 기준에서 설정된 것이며, 진단으로서의 의미가 없다”며 폄하했다.

더하여 그는 대사증후군을 질병이라 생각하지도 않았다. 그는 뼛속까지 생의학자였기 때문에 진단기준이란 어떤 측정량이 X를 넘어설 때 비로소 의미를 가지며, 이러한 병리적인 지표들이 임상 양상과 맞아 떨어질 때 질병으로서 진단의 의미는 더욱 커지게 된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다소 비만할 뿐 아무런 임상양상도 나타내지 않는 것들을 한데 모아 하나의 질병을 만들어버린 것이 못내 불편했던 것이다.2)

대사증후군의 진단 지표
그러나 리븐의 불편한 마음과는 달리 자주 동반되고 관찰되는 병리적인 지표들의 모음이 임상적인 의미에서 아무런 가치도 가지지 않는 것은 아니다. 특히 알로스테시스 관점에서 대사증후군의 진단 지표들은 알로스테시스 과부하를 평가하는 마커로 활용되고 있으며, 이는 인체가 심혈관계와 대사계에 걸쳐 누적된 과부하를 동반할 수 있음을 반증한다.

일생의 대부분을 브루스 맥쿠엔의 이론과 개념을 정량화 하는데 보낸 테레사 시먼은 이를 보다 확장하여 다음과 같은 물음에 이르렀다.
“비정상적인 수치는 하나도 없지만 비정상적으로 많은 수치들이 거의 비정상에 가깝다면(no measure is abnormal, but there’s an abnormally large number of measures that are almost abnormal), 이것의 위험성은 어느 정도인가? 오직 하나의 지표를 충족하는 단일 질병의 위험성을 상회하는가?”

시먼은 70세 이상의 1천189명의 노인들을 대상으로 대사증후군의 진단적 지표들은 물론 카테콜라민, 당질 코르티코이드 등 스트레스 반응의 1차적 매개물들도 측정했다. 그리고 이들의 리스크를 평가하여 스코어로 합산한 정보들을 이들의 7년 뒤 사망률, 심혈관계 질환 발생률, 인지 및 신체적 기능들과 비교했다.

그러한 관찰 결과가 말해주는 것은 ‘비정상적으로 많은 수치들이 거의 비정상에 근접할수록’ 노화 및 죽음에 더 가까워졌다는 것이다.3) 즉 전술한 알로스테시스 과부하 마커들을 통찰한 정보일수록 일생동안 누적된 인체의 소모(wear and tear) 양상을 더 잘 반영했다.

비만과 인슐린 저항성
현재까지의 연구결과로 볼 때 인슐린 저항성이 노화의 필수적인 부분은 아닌 듯하다. 노인이더라도 충분히 활동적이고 충분히 날씬하다면 인슐린 저항성이 증가하지 않기 때문이다.4) 그렇다면 대사증후군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에서 패착의 수는 무엇이었을까? 로버트 새폴스키와 브루스 맥쿠엔은 모두 비만을 이야기한다.

비만의 원인은 간단하다. 에너지 소비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많은 에너지 섭취가 지속되면 사람은 비만해진다. 즉 지방이 증가한다. 지속적인 지방의 증가는 알로스테시스 관점에서 볼 때 체중의 세트 포인트가 시간을 두고 점진적으로 상향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 렙틴 저항성이 관여한다.

오랜 진화의 결과물인 인체는 체중의 증가에 상당히 너그럽다. 체중 변동에 대한 렙틴의 수치가 이를 잘 반영하고 있다. 예를 들어 체중이 10% 감소하면 렙틴의 분비는 전에 비해 절반 이상 감소하지만, 체중이 10% 증가하면 기존의 세트 포인트로 돌리기 위하여 렙틴의 분비는 고작 20% 늘 뿐이다.5) 체중이 느는 과정 중에 발생한 렙틴 저항성은 체중의 세트 포인트를 계속 상향시킨다. 서구화된 식이와 감소한 활동량의 조합은 이 과정을 가속화한다.

그 결과 비만이 된다. 상황이 이 정도 되면 지방세포들의 인슐린에 대한 반응성은 상당히 낮아져 있다.6) 더 많은 지방을 저장하려는 인슐린에 대해 꽉 찬 지방세포들이 점점 덜 반응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스트레스는 무슨 역할을 하는가? 비만과 인슐린 저항성의 발생에 모두 기여한다. 즉 스트레스 반응의 산물인 당질 코르티코이드는 인슐린의 존재 하에 내장지방의 축적을 촉진한다. 더 큰 문제는 당질 코르티코이드가 포도당 및 중성지방 같은 지용성 물질들을 지속적으로 동원하고, 더하여 인슐린 저항성을 촉진시킨다는 것이다.7)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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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주>

1) 인슐린을 발견해 노벨상을 받은 Frederick Grant Banting을 기리는 연례행사에서였다. Reaven GM. Banting lecture 1988. Role of insulin resistance in human disease. Diabetes 1988;37:1595-607.

2) 대사증후군을 가리켜 “requiescat in pace”이라는 표현을 쓴 것이 재미있다. Reaven GM. The metabolic syndrome: requiescat in pace. Clin Chem 2005;51:931-8.

3) Seeman TE, McEwen BS, Rowe JW, Singer BH. Allostatic load as a marker of cumulative biological risk: MacArthur studies of successful aging. Proc Natl Acad Sci U S A. 2001 Apr 10;98(8):4770-5. Epub 2001 Apr 3.

4) Goldberg AP, Coon PJ. Non-insulin-dependent diabetes mellitus in the elderly. Influence of obesity and physical inactivity. Endocrinol Metab Clin North Am. 1987 Dec;16(4):843-65.

5) 렙틴을 통해 지방조직의 에너지 저장 수준이 보고된다. 렙틴의 농도가 높아지면 음식섭취가 감소하고 에너지 소비가 증가하게 된다. 특히 렙틴은 갑상선 호르몬의 분비를 조절하는 HPT축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는데 이는 단일 호르몬으로서의 의미보다 다른 여타의 시스템과 상호 협력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결과적으로 에너지 대사의 동적 평형에 관여한다.

6) Hirosumi J, Tuncman G, Chang L, Görgün CZ, Uysal KT, Maeda K, Karin M, Hotamisligil GS. A central role for JNK in obesity and insulin resistance. Nature. 2002 Nov 21;420(6913):333-6.

7) 스트레스를 받는 것과 스트레스 반응의 산물인 당질 코르티코이드는 인슐린 저항성을 촉진한다. 다음을 참고하라. Brandi LS, Santoro D, Natali A, Altomonte F, Baldi S, Frascerra S, Ferrannini E. Insulin resistance of stress: sites and mechanisms. Clin Sci (Lond). 1993 Nov;85(5):525-35. Rizza RA, Mandarino LJ, Gerich JE. Cortisol-induced insulin resistance in man: impaired suppression of glucose production and stimulation of glucose utilization due to a postreceptor. J Clin Endocrinol Metab. 1982 Jan;54(1):131-8. 자세한 분자생물학적인 과정은 이 논의에서 생략한다.

이훈희 / 경북 김천시 구성보건지소 공보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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