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질환관리제, 선진국 흉내 내기에 그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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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질환관리제, 선진국 흉내 내기에 그쳐”
  • 승인 2012.04.26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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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주 기자

신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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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의료기관 신뢰확보, 검증된 관리프로그램 개발 시급

 

보건복지부가 지난 1일부터 시행하고 있는 ‘만성질환관리제’를 둘러싸고 의료계 내 치열한 대립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심사평가연구소(소장 최병호)는 지난 18일 심평원 제1별관에서 ‘건강보험에 기반한 만성질환 관리방안’을 주제로 제40회 보건의 날 기념 심평포럼을 개최했다. <사진>

이날 주제발표에서 한림대 의대 사회의학교실 김재용 교수는 “급성질환을 중심으로 정립된 현대의료가 만성질환시대에 부적합하다는 것은 개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의 문제인데, 정부나 의사단체 등 상부구조 구성원들의 논쟁과 논거들은 과도하게 정치화돼 있다”고 지적하고, “정부나 의료계가 만성질환관리의 필요성과 그 잠재적 위험성을 인식했다고 가정해도, 진정 무엇이 문제이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모르고 있거나 현재로서는 해결능력이 없어 보인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국제적으로 효과가 입증됐다고 알려진 만성질환관리모형은 현재 정부와 의료계가 공통적으로 인식하는 ‘환자가 시키는 대로 말을 안 듣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관점과는 전혀 다른 대안들을 제시해왔다”는 것이다.

효과가 입증된 만성질환관리모형에서는 의사와 환자의 관계가 협력관계로 바뀔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과 기법 도구들을 개발해왔다. 예를 들어 의사가 환자의 금주, 금연, 식이, 운동 등의 행태변화와 관련해 상담을 하고 싶어도 그 상담 자체에 대해 환자의 동의를 얻어야 하며, 환자 스스로가 상담이나 관리의 한 방법을 선택하면 필요한 기술적 지원과 구체적 행동계획을 의사와 환자가 함께 작성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하게 된다.

김 교수는 “주요 선진국제도들의 겉모양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뒷받침할 인력이나 관행, 사회적 합의를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만성질환관리제는 본인부담금은 조금 절감되겠지만 만성질환자의 규모가 크기 때문에 총재원이 크고, 더욱이 제도 도입만을 위한 거래 비용일 뿐 구조개혁을 위한 투자와는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그는 “일차의료를 표방했던 가정의학을 본연의 모습으로 복원하거나 공동개원과 팀 접근법을 지원하는 것, 간호사와 약사의 역할을 강화하는 것, 보건소의 포괄적 진료·사업기능을 살려내는 것, 과학적 근거와 검증된 관리프로그램을 만들고 제도화하는 것 등에 정부의 보조금이 필요할 것”이라며, “이는 환자의 본인부담금을 깎아주는 것보다 장기적으로 가치 있는 투자가 될 것이다”고 제안했다.

지정토론에서 울산대 의대 이상일 교수는 “환자 입장에서는 일차의료기관을 선택할 때 많은 의심을 하게 되는데, 제도로 인해 등 떠밀려 일차의료기관을 찾게 하는 것은 문제”라며, “종합의료기관과의 질적 차이가 없음을 알려주는 것이 우선 고려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제도가 의료기관이나 환자 등의 입장에서 충족되지 않는다면 재논의 해야 하고, 과연 효과가 있는 사업인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으며, 충분히 검증되지 않는다면 시범사업 후 본격 시행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심평원 이규덕 평가위원은 “일차의료의 접근성이 쉬워졌고 비용도 저렴해 환자의 선택 폭이 넓어지긴 했지만, 실제 환자들은 일차의료에 대한 신뢰가 낮고, 오히려 값 비싼 치료에 신뢰를 보인다”며, “그렇다면 일차의료기관에서 만성질환관리는 잘 되고 있을까. 약만 처방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만성질환관리제의 성공을 위해서는 의사와 환자의 자발적 참여가 요구되는 등 사회 전체가 움직여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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