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류한약의 이해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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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류한약의 이해 3
  • 승인 2012.04.19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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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언

이정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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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탕약과의 차이점 및 유사점은 무엇인가?

한약은 어떻게 달이는 것이 좋은가?

지난 호 지면을 통해 증류한약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졌는지 설명 드렸는데, 이번에는 일반탕약과 증류한약에 대한 차이점 또는 유사점에 대해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호에도 언급한 내용이지만 일반적으로 증류한약이라고 하면 제일 먼저 물과 같은 약이라서 약효가 없거나, 약효가 많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데, 본인은 내원하시는 모든 환자분들에게 증류약으로만 처방하고 있고, 치료효과에 개인적으로 상당히 만족하고 있습니다. “그럼 왜 다른 한의사 선생님들은 증류한약의 치료효과가 없거나 떨어진다고 생각하게 되었을까요?” 지금부터 그 이유를 개인적인 소견으로 설명 드려 보겠습니다.

요즘은 산업이 발달하면서 한약을 달이는 방법에 아주 큰 변화가 생겼습니다. 과거에는 도기로 된 약탕기에 약재를 넣고, 숯불로 약을 달였는데, 현재 대부분의 한의원에서는 기계화된 약탕기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과거의 방식으로 달여져 나온 한약과 현재의 방식으로 달여져 나온 한약은 거의 모든 한의사 선생님들께서는 같은 한약이라고 생각하고 계실 것으로 생각이 되는데, 필자는 과거의 한약 달이는 방식에 의해 나온 한약과 현재의 한약 달이는 방식으로 나온 한약은 완전히 다른 약이라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으며, 왜 그런 결론을 얻게 되었는지 설명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한약을 어떻게 달이는 것이 좋은가?”라는 질문을 후배들에게 들으면 지난 호에서도 예로 들었던 녹차 우려내는 방법을 예로 들어 설명을 합니다. 녹차를 2분 동안 물에 우려낸 것과 30초 동안 우려 낸 것을 비교해 보면 제일 큰 차이가 맛과 향의 차이점입니다. 30초 동안 우려낸 녹차보다 2분 동안 우려낸 녹차는 떫은맛과 쓴맛이 강합니다. 그리고 향도 훨씬 강해집니다.

본인의 어리석은 생각일지 모르지만, 감히 저는 두 가지 방식으로 달여진 녹차물은 한의학의 기미론(氣味論)으로 볼 때도 완전히 다른 녹차 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두 가지 찻물을 복용했을 때 몸에 나타나는 반응이 완전히 다른 것을 이 글을 읽고 계신 선생님들께서도 직접 체험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좀 더 설명을 드리면, 2분간 우려낸 녹차를 마시면 몸에 나타 날 수 있는 약리반응은 조갈증(燥渴症), 매핵기(梅核氣), 명치에 가스 차는 증상이 나타 날 수 있고, 30초간 우려낸 녹차는 머리가 맑아지고, 눈도 편해지고, 반대로 조갈증과 명치에 가스 차는 증상이 많이 호전됩니다. 같은 재료를 우려낸 물인데, 실제로 몸에 들어와서 나타나는 약리반응은 완전히 다르게 나타납니다.

한약재를 우려내는 시간에 따른 약리반응의 차이

이런 예는 단방 한약재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4세 여자 어린이가 밤마다 코피를 흘리고, 인후통을 자주 호소해서 한의원에 내원했습니다. 쓴 한약을 싫어해서 건지황 단일 약재를 차(茶)처럼 우려내서 복용할 수 있게 처방을 했습니다.

처음 3일간은 뜨거운 물 60cc에 건지황 8g을 5분간 우려내서 1일 3회 복용케 하고, 다시 한의원에 내원케 했습니다. 3일간 건지황 우려낸 단방약을 복용한 결과 코피 나는 증상이 좀 더 심해지고, 눈도 충혈이 되고, 입술도 건조해지고, 복통이 생겨서 고생을 하고 내원을 했습니다.

다시 3일간 건지황 8g을 뜨거운 물 60cc에 1분간 우려내서 1일/3회 복용케 하고, 3일 후에 다시 내원케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결과는 놀라울 정도로 많은 차이가 있었습니다. 코피 흘리는 증상, 눈 충혈, 복통, 입술 건조증상, 인후통은 거의 증상이 나타나지 않을 정도로 호전되어 내원했습니다.

과연 건지황을 5분간 우려낸 약물과 1분간 우려낸 약물이 같은 약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저는 완전히 다른 약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두 가지 약물을 갖지고 실험을 해서 어떤 성분이 더 들어있고, 들어있지 않은지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환자 몸에 나타나는 약리반응을 보고 내린 결론입니다.

양약으로 비유하면 아스피린은 단일성분으로 만들어져 있고, 용량에 따라서 약리반응이 다르게 나타나지만 한약은 어떻게 달여져서 추출되느냐에 따라서 성분이 바뀌게 되고, 이에 따라서 약리반응도 다르게 나타난다고 필자는 생각합니다.

“한약 달이는 방법에 따라 약성, 약효 차이
증류한약용 새로운 처방으로 차이 극복”

약을 달이는 방법에 따른 효능의 차이

제가 증류한약을 연구하면서 알게 된 한약에 대한 첫 번째 놀라운 사실은 어떻게 한약을 달이느냐에 따라서 약의 효능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사실입니다.
학교에서 배운대로 신중하고 세밀하게 환자를 진단하고 변증해서 처방을 내리고, 한약을 달여서 환자에게 복용케 하면 당연히 환자의 질병이 치료돼야 정상인데, 반대로 한약을 복용하면서 복통, 설사, 미식거림, 구토, 두통, 피부발진 등등 여러 가지 약리반응이 나타나는 경우가 빈번하게 있는데 이런 결과를 보통은 명현현상으로 치부하거나 변증을 잘못해서 처방을 잘 못한 것으로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필자가 많은 연구는 하지 못했지만, 이런 예상하지 못한 약리반응은 약을 달이는 방법에 문제가 있어서 나타나는 원인이 가장 크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각각의 한의원에서 사용하는 약탕기로 약을 달이면 과거에 약을 달이는 방법과 다르기 때문에 약성이 달라지고, 약효도 달라지는 것으로 본인은 결론을 내렸습니다.

처방된 약을 1첩씩 달이는 과거의 방식과 20첩을 한 번에 달이는 현재의 방식을 비교해 보면 약맛, 향(香), 색깔이 완전히 다른 것을 확인 할 수 있습니다. 필자가 내원한 환자에게 과거방식으로 달인 한약과 현재의 기계식으로 달인 한약을 비교 처방해 본 결과 과거의 약 달이는 방식의 한약은 치료가 잘 되지 않는 경우는 있어도 예상하지 못한 약리반응(설사, 복통, 구토, 피부알레르기, 두통 등등)이 전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좀 더 한약을 달이는 방법을 연구해 봐야겠지만, 지금까지 본인이 연구한 결과를 여러 한의사 선후배님께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정리해서 적어 보겠습니다.
첫째, 현재 한의원에서 사용하고 있는 약탕기에서는 한 번에 달이는 약재의 용량이 10첩 이상이 되면 안됩니다. 10첩 이상이 되면 약의 맛과 향이 달라지면서 예상하지 못한 약리반응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둘째, 약을 달이는 시간은 물이 끓기 시작해서 20분이 넘으면 예상하지 못한 약리반응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두 가지 경우만 조심해서 약을 달이면 한약을 복용했을 때 예상하지 못했던 약리반응이 현저하게 줄어드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제가 여러 한의사 선후배님께 권하고 싶은 약 달이는 방법입니다.

1재를 12일분, 1일 3회 복용, 약 1팩에 용량을 110cc로 했을 경우 약재는 10첩 용량만 준비해서 약탕기에 넣고, 물이 끓기 시작해서 15분간만 약을 끓인 다음, 36팩을 추출 포장해서 환자분께 처방을 하는 것이 지금까지 본인이 알아낸 가장 좋은 약 추출방법입니다.

‘약재의 용량’과 ‘달이는 시간’이 키포인트

지금까지 약을 어떻게 달이느냐에 따라서 약효와 약리반응의 차이를 설명 드렸습니다. 탕약을 만들 때 한약재의 용량과 달이는 시간이 가장 중요한 것처럼 증류한약도 약재의 용량과 달이는 시간에 따라서 약 성분이 과학적으로 검출이 되기도 하고, 검출되지 않기도 하고, 약효가 있기도 하고, 없기도 하고, 예상하지 못한 약리반응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증류한약이 일반 로컬에서 초기에 많이 사용 되다가 현재는 잘 사용하지 않게 된 가장 큰 이유도 약재의 용량과 약을 달이는 시간에 따라서 약성분, 약효, 약리반응이 변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단순히 20첩의 약 용량을 약탕기에 넣고 약을 달이다가 바로 증류하는 방법을 사용했기 때문에 원하는 약성분, 약효, 약리반응을 얻을 수 없게 되었고, 그 결과 증류한약은 약효가 없는 한약으로 인식하게 되면서 점점 증류한약을 사용하지 않게 된 것으로 필자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필자가 증류한약 연구 초기에 약성분 검출에 성공해서 특허까지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약재의 용량’ ‘약재를 달이는 시간’ 이 두 가지 조건만 잘 조합하면 약성분이 검출되는 것을 알아냈기 때문인데, 이것을 일반 탕약에 적용해 보면 적은 약재 용량으로 짧은 시간 약을 달여서 1재 분량의 약을 만들면 현재 사용하는 한약 달이는 방법보다 훨씬 나은 약효를 얻을 수 있다고 본인은 감히 여러 한의사 선후배님께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연구 초기에 일반적으로 한의원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대표적인 처방들을 탕약으로 만든 다음 다시 증류약탕기에 넣어 증류해 환자에게 처방을 해보면 일반 탕약만큼 약효가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증류한약을 만들어 환자에게 처방해본 결과, 결론은 기존 처방약으로 증류한약을 만들면 기존 탕약 보다 약효가 떨어진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그래서 연구한 것이 새로운 처방을 만들어서 증류하는 것이었습니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약 처방을 만들고 증류하기를 수없이 반복하면서 12년이라는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지금은 환자 진료에 100% 증류한약을 쓰고 있고, 필자는 환자진료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큰 도움은 못 되더라도 다음 지면이 허락되면 그동안 연구해서 새롭게 만들어진 처방내용과 치료사례를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이정언 / 한방증류제형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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