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경/천진 중의약대학을 다녀와서
상태바
북경/천진 중의약대학을 다녀와서
  • 승인 2012.04.05 14: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호선

김호선

mjmedi@http://


중국 현지에서 직접 보고 느낀 중의학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학생 20명은 2012년 2월 4일부터 28일까지 중국으로 연수를 다녀왔다. 2월 6일∼17일까지 2주간은 북경중의약대학에서, 20일∼24일까지 1주간은 천진중의약대학의 연수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북경중의약대학에서의 2주간
우선, 북경중의약대학 연수내용을 살펴보면, 오전에 세 시간의 중국어 교육, 오후에 두 시간의 중의학 강좌로 구성되어 있었다. 20명의 학생들은 초급반과 중급반으로 분반되어 현지 중국인 선생님께서 진행하는 중국어 수업을 들었다.

중국 북경 이화원에서.(앞줄 오른쪽 3번째가 필자)

이 수업은 연수 사전교육의 일환으로 국제교육원에서 이루어진 중국어 수업의 연장선 상에서 이루어졌기에 더욱 효과적이었다고 생각되는데, 외국어를 현지에서 배움으로써 더 큰 장점을 가졌다.

학생들은 그날 배운 내용을 오후에 나가 직접 사용하면서 수업내용을 체득할 수 있었고, 2주간의 시간이었지만 매일 진행되는 수업으로 학생들의 중국어 실력은 빠른 시간 안에 향상될 수 있었다.

오후에 진행된 강좌의 내용을 살펴보면, 중의 양생, 중의 침구학(층차이론 및 수기법), 임상 중의학(비위병), 중국 약리학의 발전과 미래 등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중의학의 다양한 방면을 골고루 접할 수 있어 유익한 시간이었으나 수업의 내용이 중의학과 한의학의 차이점에 맞추어져 있었다기 보다는 중의학 이론 강의에 그쳐 저학년에게서는 비교적 좋은 반응을 얻었고, 고학년 학생들에게는 조금 쉽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또한 하루 두 시간 분량의 수업이 조금 짧아 아쉽다는 학생들도 있었다.

생활 방면을 살펴보면, 당시 현지의 평균 기온이 -10℃보다 낮았고, 서울에 비해 건조하였기 때문에, 과반수의 학생들이 며칠씩 앓는 경우가 생겼다. 날씨뿐 아니라 중국음식이 입에 맞지 않은 학생들이 많아 잘 먹지 못해 원기가 떨어져 복합적 원인으로 몸살, 목감기, 열병 등으로 고생하는 경우가 많았다.

필자는 학생 부대표로서 단체 비상금으로 중성약 두 종류를 구입하여 학생들의 증상에 맞게 나누어주었다. 중성약(中成藥)이란 중의약의 전통적인 약재를 원료로, 전통적 방제를 현대 약리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알약, 가루약, 연고, 캡슐, 주사제 등의 다양한 제형으로 개발시킨 것을 말한다.

이 중성약은 복용의 편리성과 중국인들의 중의학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중국에서 큰 시장이 형성되어 있고, 중의약대학 내에 중약학부가 따로 있어 의학사가 아닌 이학사(理學士)로서 중약의 화학적 성분과 약리작용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인력도 많이 양성하고 있었다.

다행히도, 편리한 중성약과 고학년들이 변증하는데 도움을 준 덕택으로 많은 학생들이 건강을 회복하게 되었다. 또한 학생들이 중성약을 직접 접해보았다는 측면에서도 일종의 공부가 된 셈이었다.

천진중의약대학은 침구와 국제화 특화대학
연수팀은 북경에서 알찬 2주를 보내고 천진으로 향했다. 천진중의약대학은 중국의 중의약대학 중 국제화와 침구 방면으로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다. 천진에서는 오전에 3시간 동안 병원 임상실습을 하고, 오후에는 2시간 동안 중의학 강좌를 듣도록 구성되어 있었다.

침구 방면의 명성에 걸맞게 병원 침구과는 많은 환자들로 북새통을 이뤘고, 다른 중의약대학 졸업 후 실습을 하러 온 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신기했던 점은 학부생들도 교수님들의 외래 진료실에 와서 실습 및 침 보조를 한다는 점이었다. 그 중에는 자발적으로 교수님을 찾아와 공부하는 학생도 있었고, 학교의 교육과정상 의무적으로 와 있는 학생도 있었는데, 그들은 우리처럼 마지막 학년만 실습을 하는 것이 아니었다.

중국에서는 대학에서 기초이론과 임상을 가르치는 교수님이 따로 있지 않고 교육과정도 기초 이론과 임상이 결합되어 있다고 들었는데, 그 사실을 절실히 느낄 수 있는 일례였다. 또한 자진하여 교수님의 외래 진료를 참관하겠다는 열성적인 학생이 있는 점과 이러한 교육 행태가 허용될 수 있는 자유로운 분위기 또한 부러웠다.

천진중의약대학의 중의학 강좌 중 인상 깊었던 내용을 하나 꼽자면 중풍환자를 치료·관리하는 ‘성뇌개규침법(醒腦開竅鍼法)’이다. 성뇌개규침법이란 천진중의약대학의 석학민(石學敏) 교수께서 개발하신 침법으로서 주혈로 內關, 人中, 三陰交, 보조혈로 極泉, 委中, 尺澤으로 구성되어있는 침법이다.

자침 깊이, 염전제삽 등의 보사법, 시술시간 등을 정량화 해놓은 것이 특징인데, 그 외에도 風池, 翳風, 完骨, 上廉泉, 金津, 玉液 등을 활용한다. 이 경우도 어떠한 환자의 경우에 어떠한 혈을 배합하는지 규격화해 놓아 중국의 전통의학(TCM) 표준화사업이 침구법에도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사실 상기 경혈은 한국에서 중풍 환자를 치료하는데 사용하는 경혈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이 치료법에 본격적으로 이름을 붙이고 혈자리들을 배합하여 주혈/보조혈로 나누고 정확히 얼마나, 어떤 방법으로 몇 분간 시술할 것인가에 대해 규격 해 놓은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대규모의 임상 연구도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 치료법으로 치료받은 환자의 수도 수치화해서 발표하기 때문에 중국에서뿐만 아니라 중국 밖에서도 하나의 치료법으로 자리를 잡은 것이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소중한 공부 돼
이렇듯 경희대 중국연수는 학생들로 하여금 실질적인 지식 습득 외에 중의학이라는 학문이 어떻게 발달하였고, 민중들의 중의학에 대한 인식과 반응이 어떠한지, 이 학문이 어떠한 생활과 문화적 배경 하에서 뿌리 내리고 발달하였는지에 대해 산 경험을 제공했다는 측면에서 의의가 있다.

비록 3주라는 짧은 시간이라 모든 것을 보기에는 현실적 제한이 있지만 중의학을 현지에서 직접 보고 느낀다는 것은 6년 동안 수학하는 학과 과목 중 하나와도 견줄 만큼 소중한 공부라고 생각된다.

학생들에게 이러한 소중한 기회를 만들어주시기 위해 애써주신 경희대 한의과대학 김남일 학장님 및 관계자 여러분과 북경/천진중의약대학의 관계자분들께도 감사함을 표한다.

김호선 / 경희대 한의대 본4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