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한의약을 죽이려 드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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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한의약을 죽이려 드는가
  • 승인 2003.05.16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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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사 의권 존폐 달린 중대사”
‘외용약 들불’ 전 한의계 번져


외치요법학회의 외용약에 대한 식약청 조사에 대한 불만이 전체 한의계로 급속히 번지고 있다.

한의외용약을 한번도 사용해본 적이 없다는 60대 원로 한의사는 “이번 사건은 비전문가인 양약사의 한약 취급을 막으려했던 한약분쟁보다 더 심각한 문제”라며 “한의사의 의권을 지켜낼 수 있느냐 없느냐가 이번 사건에 달렸다”고 말했다.

한의약법이나 한의약육성법 등이 제정돼 있지 않고, 한의학이 양의학을 규정하는 법에 의해 관리되고 있는 상태에서 이번 사건이 잘못 결론 날 경우 한의사의 의권은 땅에 떨어지고 시대에 뒤떨어진 구시대 직업군으로 전락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팽배해지고 있는 것이다.

또 현재 합법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한방의료기관에서의 투약 과정도 모두 불법으로 몰릴 소지마저 농후해 전한의계가 전력을 기울여 대응해야 할 것이라는 공감대가 확산돼가고 있다.

양약의 조제와 제조 개념을 한약에 그대로 적용해 이번 사건이 처리될 경우 환·산·고제는 물론 일반화 된 탕제까지 문제를 비화시킬 수 있어 한방의료기관의 치료행위는 심각한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또 현재 한약의 제형변화를 위해 연구하는 많은 학회의 노력을 일시에 중단될 처지에 놓이게 된다.

한의계의 이같은 불만은 13일 식약청 홈페이지가 일시 정지되는 현상까지 빚어냈다.

외치요법학회의 한 회원은 “그럼 우리더러 과거에 했던 방식 그대로 한의원에서 한약재를 가루로 만들어 꿀에 버무려 환자에게 붙여주라는 얘기냐”며 “시대가 바뀐 상황에서 우리더러 과거에 머물러 있으라는 것은 의료인으로서의 자격을 포기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강력히 반발했다.

현행 법 체계에서는 한의외용약의 제약회사 생산은 요원하다.

한약제제의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안전성·유효성 검사가 면제됐다고 하더라도 안정성 시험이 필요하고, 외용약의 경우 기성 한의서에 나와 있는 것과 다른 형태이기 때문에 비교임상시험성적자료 등이 필요하다.

이같은 조건을 충족시킬 수 있다고 해도 한의외용약 시장이 협소해 제약회사가 막대한 자금을 들여가며 제품 개발에 뛰어들기는 어려워 현 상태에서 한의외용약 개발은 불가능하다고 말할 수 있다.

따라서 환자의 질환 치료에 우수하고, 한의학적 전통을 토대로 했다고 해도 현행법상 제약회사의 제품으로 만들 수는 없으니 환자를 그냥 방치하라는 말이 된다.

한편, 이번 사건은 양의사의 침술행위가 자극요법이라는 이름으로 광범위하게 확대되고, 한약제제의 취급도 허용되고 있는 것과 비추어보면 한의사의 모든 의료행위는 양의사가 할 수 있으므로 별도의 제도가 뭐 필요하겠냐 라는 의도로 비추어지고 있다.

양방의 이러한 불법 의료행위는 이제까지 크게 문제된 적이 없고, 오히려 합법화되는 추세다.

따라서 일선 한의계에서는 결국 이번 조사는 한의학을 말살하는 의도로 보고 강력히 대응해 나가야 한다는 견해가 확대되고 있다.

한편, 일부에서는 이번 사건은 신광호 외치요법학회장이 일정 정도의 벌금을 무는 정도로 마무리하는 것이 편치 않겠느냐는 의견도 제기됐었다.

그러나 그렇게 될 경우 언론을 통해 한의사가 부정의약품을 만들어 환자에게 판매한 모양이 돼 한의사의 신뢰가 땅에 떨어질 것이 분명하고, 제형 개발 등 한약의 개발은 남의 손으로 넘어갈 것이 뻔해 한의학 수호 차원에서 대응해야 한다는 게 일선 한의계의 중론이다.

한의협은 12일 식약청을 방문해 일선 한의사들의 이같은 감정을 전달하고 외치요법학회의 외용약 조제를 확대해석 하지 말아줄 것을 당부했다.

이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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